제21장
작은 에밀리
그 집에는 내가 알기로는 평소 스티어포스를 모시며 대학 시절부터 그를 수행해 온 하인이 하나 있었는데, 겉모습만 보면 품위의 모범 그 자체였다. 그가 처한 위치에서 그보다 더 품위 있어 보이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는 말이 없고 발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태도가 아주 차분하고 공손하고 눈치가 빨랐다. 필요할 때는 항상 곁에 있었고, 필요 없을 때는 결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존중받는 이유는 그의 품위였다. 그는 유연한 인상은 아니었고, 오히려 뻣뻣한 목에 머리 옆에 바짝 붙은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단단하고 매끄러운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는데, S 발음을 지나치게 또렷하게 속삭이는 독특한 습관이 있어 다른 누구보다 S를 자주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있는 모든 특이점마저도 품위 있게 포장했다. 코가 거꾸로 달려 있었더라도 그는 그것마저 품위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품위라는 분위기로 감싸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걸어 다녔다. 너무나 철저히 품위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리라고 의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너무나 고귀한 품위를 지녔기에 그에게 하인 복장을 시킨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게 비천한 일을 시키는 것은 가장 품위 있는 사람의 감정에 대한 무례한 모욕이 될 터였다.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눈치챘다. 집안의 여성 하인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어서, 그가 식료품 저장실 난로가에서 신문을 읽는 동안 항상 그런 허드렛일을 스스로 도맡아 했다.
그토록 자기 절제가 뛰어난 사람은 처음 보았다. 하지만 다른 모든 자질과 마찬가지로, 그런 면모조차 그를 더욱 품위 있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 그 누구도 그의 세례명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그의 품위의 일부를 구성하는 듯했다. 그가 불리는 성인 리티머에 대해서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피터라면 교수형을 당했거나 톰이라면 유형을 보냈을지 몰라도, 리티머는 완벽하게 품위 있는 이름이었다.
아마도 추상적인 품위가 가진 경외감 때문이었겠지만, 나는 이 사람 앞에만 서면 유난히 어린애처럼 느껴졌다. 그가 몇 살인지 도통 짐작할 수 없었는데, 그 점 또한 같은 맥락에서 그의 품위를 높여주었다. 그 품위의 차분함 속에 갇혀 있다 보니 그는 서른 살일 수도, 쉰 살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어나기도 전 아침, 리티머가 내 방에 들어와 그 핀잔을 주는 듯한 면도용 물을 가져다주고 옷을 내놓았다. 커튼을 걷고 침대 밖을 내다보았을 때, 나는 그가 1월의 동풍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입김조차 서리지 않은 채, 품위라는 평온한 온도 속에서 내 부츠를 무용의 첫 번째 자세로 좌우로 가지런히 놓아두고, 아기를 다루듯 옷을 내려놓으며 먼지를 털어내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몇 시인지 물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내가 본 중 가장 품위 있는 회중시계를 꺼내 엄지손가락으로 뚜껑이 너무 확 열리지 않게 막고는, 마치 신탁을 내리는 조개를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시계 판을 살피고는 다시 닫고는, 괜찮다면 여덟 시 반이라고 말했다.
"스티어포스 씨께서 안녕히 주무셨는지 듣게 되면 기뻐하실 겁니다, 도련님."
"고마워요." 나는 말했다. "정말 잘 잤어요. 스티어포스 씨는 건강하신가요?"
"감사합니다, 도련님. 스티어포스 씨는 꽤 건강하십니다." 그의 또 다른 특징인 최상급을 쓰지 않는 화법이었다. 언제나 차분하고 평온한 중간 수준의 말투였다.
"제가 더 모실 일이 있을까요, 도련님? 아홉 시에 식사 준비 알림 종이 울릴 겁니다. 가족분들은 아홉 시 반에 식사하십니다."
"없어요, 고마워요."
"도리어 제가 감사합니다, 도련님."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침대 곁을 지나며 나를 정정한 것에 대한 사과로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마치 내가 내 생명이 걸린 달콤한 잠에 막 빠져들기라도 한 것처럼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갔다.
매일 아침 우리는 정확히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더도 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스티어포스와의 우정, 스티어포스 부인의 신뢰, 혹은 다틀 양과의 대화를 통해 밤사이에 내가 얼마나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한껏 고양되어 있었든 간에, 이 지극히 품위 있는 사람 앞에만 서면 나는 시인들의 읊조림처럼 '다시 소년'이 되어버렸다.
그는 우리를 위해 말을 마련해 주었고, 무엇이든 다 아는 스티어포스는 내게 승마를 가르쳐 주었다. 그는 또한 우리에게 펜싱용 검을 마련해 주어 스티어포스에게 펜싱을 배웠고, 글러브를 통해서는 같은 스승에게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스티어포스가 나를 이 분야의 초보자로 보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었지만, 나는 품위 있는 리티머 앞에서 내 서툰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리티머가 그런 기술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전혀 없었다. 그는 품위 있는 속눈썹 하나를 까딱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생각을 내게 심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연습하는 동안 그가 곁에 있을 때면, 나는 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풋내기이고 경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유난히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당시 그가 내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며, 그 후에 벌어진 일들 때문이다.
한 주가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지나갔다. 나처럼 매혹된 사람에게는 짐작하다시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지만, 그럼에도 그 일주일은 스티어포스를 더 잘 알고 수천 가지 면에서 그를 더 존경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주었기에, 주말이 되었을 때는 그와 훨씬 더 오랜 시간 함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그의 호탕한 방식은 그가 택할 수 있는 어떤 행동보다 내게 더 기분 좋게 다가왔다. 그것은 우리의 오랜 인연을 떠올리게 했고, 자연스러운 그 관계의 연속처럼 보였으며, 그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내 장점과 그의 장점을 비교하고, 우정에 대한 내 권리를 그와 동등한 기준으로 측정하면서 느꼈을지도 모를 불안감을 덜어주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그가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친숙하고 격식 없으며 애정 어린 태도였다. 학교에서 그가 다른 모든 아이와 다르게 나를 대했듯이,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가 현실에서도 자신에게 있는 다른 어떤 친구들과도 다르게 나를 대한다고 믿었다. 나는 내가 그의 마음속에 다른 어떤 친구보다 가까이 있다고 믿었고, 내 마음은 그에 대한 애정으로 따스해졌다. 그는 나와 함께 시골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고, 드디어 우리가 떠날 날이 되었다. 처음에 그는 리티머를 데려갈지 말지 망설였지만, 결국 그를 집에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그 품위 있는 피조물은 자신의 운명이 무엇이든 그것에 만족하며, 우리가 런던으로 향할 작은 마차 위에 마치 세월의 풍파를 견뎌낼 것처럼 우리 여행 가방을 정리해 놓았고, 내가 조심스럽게 건넨 사례비를 완벽하게 평온한 태도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스티어포스 부인과 다틀 양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는데, 나는 연신 감사를 표했고 헌신적인 어머니인 그녀는 무척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리티머의 평온한 눈빛이었는데, 내가 보기엔 내가 참으로 어리다는 조용한 확신이 서려 있는 듯했다.
그토록 길조를 보이며 예전의 익숙한 장소들로 돌아올 때 느꼈던 감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우리는 우편 마차를 타고 내려갔다. 기억하건대 나는 야머스의 명예까지도 신경을 썼던 터라, 어두운 거리를 지나 여관으로 향할 때 스티어포스가 이곳이 보기엔 꽤 괜찮고 기묘하며 외딴 구석 같은 곳이라고 말하자 몹시 기뻤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잠자리에 들었고(그 문을 지날 때 옛 친구인 돌핀과 관련된 더러운 신발과 각반 한 켤레를 보았다), 아침 늦게야 아침을 먹었다. 기분이 무척 좋았던 스티어포스는 내가 일어나기 전부터 해변을 거닐었고, 그곳 뱃사공들과 절반은 안면을 텄다고 했다. 더구나 그는 멀리서 굴뚝 연기가 피어오르는 페고티 씨의 집임이 분명한 건물을 보았으며, 당장이라도 걸어 들어가 몰라볼 정도로 자란 내가 바로 자신이라고 우겨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내게 말했다.
"거기는 언제쯤 소개해 줄 건가, 데이지?" 그가 말했다. "난 자네 뜻에 따를 테니, 자네가 알아서 준비하게."
"글쎄, 오늘 저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스티어포스. 다들 난로가에 둘러앉아 있을 때 말이야. 아늑할 때 보여주고 싶거든, 정말 신기한 곳이니까."
"그렇게 하지!" 스티어포스가 대답했다. "오늘 저녁으로."
"우리가 여기 왔다는 건 미리 알리지 않을 거야, 알지?" 나는 기뻐하며 말했다. "깜짝 놀라게 해 줘야 하니까."
"오, 물론이지!" 스티어포스가 말했다. "깜짝 놀라게 하지 않으면 재미없지. 원주민들의 본래 모습을 한번 구경해 보자고."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자네가 말했던 바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야." 내가 대꾸했다.
"아하! 뭐! 자네 로사와의 설전이 기억나나 보군?" 그가 재빠르게 쳐다보며 외쳤다. "그 빌어먹을 아가씨, 난 그 애가 반쯤 무서워. 나한테는 도깨비 같은 존재거든. 하지만 그 애 얘기는 그만하고. 자, 이제 뭘 할 건가? 유모를 보러 갈 거지?"
"음, 그래." 나는 말했다. "무엇보다 페고티를 먼저 봐야겠어."
"좋아." 스티어포스가 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한 두어 시간쯤 너를 울음바다로 넘겨주면 되겠나? 그 정도면 충분한가?"
나는 웃으며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대답했지만, 그도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곳에 가면 그의 명성이 이미 그보다 먼저 도착해 있어서 그가 나만큼이나 대단한 인물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네." 스티어포스가 말했다. "자네가 하라는 건 뭐든 할 테니 어디로 오면 될지 말하게. 두 시간 안에 자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감상적이든 우스꽝스럽든 나타나 보이겠어."
나는 그에게 블런더스톤과 그 외 지역을 오가는 운송인 바키스 씨의 집을 찾아가는 자세한 방법을 일러주었다. 그러고는 그 약속대로 혼자 밖으로 나섰다. 날카롭고 상쾌한 공기가 감돌았고, 땅은 말라 있었으며, 바다는 맑고 깨끗했다. 태양은 따스함은 덜했어도 풍부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모든 것이 생기 넘치고 활기찼다. 그곳에 있다는 기쁨에 젖은 나 자신도 무척 생기 넘치고 활기차서, 길을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악수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거리들은 당연히 작아 보였다. 어린 시절에만 보았던 거리들은 다시 돌아가 보면 언제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거리에서 아무것도 잊은 게 없었고, 오머 씨의 가게에 도착할 때까지 바뀐 것도 찾지 못했다. 예전에는 '오머'라고 적혀 있던 간판에 이제는 '오머 앤 조람'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포목상, 양복점, 잡화점, 장의사' 등의 문구는 그대로였다.
길 건너편에서 그 글자들을 읽고 나자 발걸음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게 문으로 향했기에, 나는 길을 건너 안을 들여다보았다. 가게 뒤편에는 예쁜 여인이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어르고 있었고, 또 다른 사내아이는 그녀의 앞치마를 붙잡고 있었다. 나는 미니와 그녀의 아이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응접실의 유리문은 닫혀 있었지만, 마당 건너편 작업장에서 마치 멈춘 적이 없는 것처럼 예전의 그 곡조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오머 씨 계신가요?" 나는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계시면 잠시 뵙고 싶습니다."
"네, 도련님, 계세요." 미니가 대답했다. "요즘 날씨가 밖에서 다니시기엔 천식에 안 좋아서요. 조, 할아버지 불러와!"
앞치마를 붙잡고 있던 사내아이는 어찌나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는지, 그 소리 때문에 부끄러워진 아이는 그녀의 치맛자락에 얼굴을 파묻었고, 미니는 그 모습에 대견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나는 무겁게 씩씩거리는 소리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들었고, 이내 예전보다 숨이 더 차 보이긴 하지만 겉모습은 크게 늙지 않은 오머 씨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오머 씨가 말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저와 악수해 주시겠어요, 오머 씨? 예전에 저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해 주셨는데, 당시엔 제가 그 친절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아서요."
"정말 그랬나?" 노인이 대답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쁘긴 한데, 언제 그랬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 정말 나였나?"
"그럼요."
"내 기억력도 숨 가쁜 것처럼 짧아졌나 보군." 오머 씨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기억나지 않으니 말이야."
"제가 마차에서 내릴 때 마중 나오셨던 일, 여기서 아침을 먹었던 일, 그리고 당신과 저, 조람 부인, 그리고 당시엔 남편이 아니었던 조람 씨까지 함께 블런더스톤으로 타고 갔던 기억 안 나세요?"
"세상에, 이런!" 오머 씨가 놀란 나머지 기침을 한바탕 쏟아내고는 외쳤다. "정말인가? 미니, 얘야, 기억나니? 세상에, 맞아. 그분이 부인이셨던 것 같은데?"
"제 어머니예요." 나는 대답했다.
"그렇지!" 오머 씨가 검지로 내 조끼를 쿡 찌르며 말했다. "어린애도 있었지! 두 분이 계셨어. 어린 분은 다른 분과 함께 누워 있었지. 물론 블런더스톤에서 말이야. 세상에!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나는 그도 잘 지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나도 잘 지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 불평할 건 없네." 오머 씨가 말했다. "숨은 가빠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지진 않으니까. 그저 오는 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거지. 그게 제일 좋은 방법 아니겠나?"
오머 씨는 웃느라 또 기침을 했고, 카운터 위에서 막내아이를 어르고 있던 딸이 다가와 그를 부축해 기침을 멎게 했다.
"세상에!" 오머 씨가 말했다. "그래, 맞다. 두 분이었지! 그런데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 마차를 탔던 날이 바로 미니가 조람과 결혼하기로 정한 날이었네. '날짜를 잡으세요, 장인어른.' 조람이 말했지. '네, 잡아주세요, 아버지.' 미니도 거들고. 지금은 그 애가 우리 가게 일을 같이하고 있네. 그리고 여기 좀 보게! 막내야!"
미니는 웃으며 관자놀이 쪽으로 넘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고, 그녀의 아버지는 카운터 위에서 그녀가 어르고 있던 아이의 손에 자신의 뭉툭한 손가락 하나를 쥐여 주었다.
"물론 두 분이었지!" 오머 씨가 추억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확해! 지금 조람은 은색 못을 박은 회색 관을 만들고 있는데, 이 크기가 아니라"―카운터 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의 크기를 가리키며―"적어도 2인치는 더 크지. 뭐 좀 마시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