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나의 방학. 특히 어느 행복했던 오후
날이 밝기 전, 우편마차가 멈추는 여관에 도착했을 때―내 친구 웨이터가 일하는 그 여관은 아니었다―나는 문에 '돌핀'이라고 적힌 아담하고 좋은 침실로 안내받았다. 아래층 커다란 난롯가에서 뜨거운 차를 마셨는데도 무척 추웠던 기억이 난다. 돌핀의 침대에 들어가 돌핀의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잠들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짐꾼 바키스 씨가 아침 9시에 나를 데리러 오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밤잠이 부족해 약간 어지러운 상태로 8시에 일어나 약속 시간 전에 그를 맞을 준비를 마쳤다. 그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지 5분도 지나지 않았고, 내가 그저 6펜스를 잔돈으로 바꾸거나 비슷한 용무로 잠시 호텔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나를 대했다.
나와 내 상자가 마차에 실리고 짐꾼이 자리에 앉자마자, 게으른 말은 평소 속도로 우리 모두를 태우고 출발했다.
"바키스 씨, 아주 건강해 보이세요." 나는 그가 그런 말을 들으면 좋아할 것 같아 말했다.
바키스 씨는 소매 끝으로 뺨을 문지르더니, 마치 소매에 건강한 혈색이라도 묻어 나오길 기대하는 것처럼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 칭찬에 대해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바키스 씨, 전해 달라는 말 전했어요." 내가 말했다. "페고티에게 편지를 썼거든요."
"아!" 바키스 씨가 말했다.
바키스 씨는 무뚝뚝해 보였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뭐 잘못됐나요, 바키스 씨?" 잠시 망설이다 내가 물었다.
"글쎄, 아니지." 바키스 씨가 말했다.
"메시지가 잘못됐나요?"
"메시지는 아마 괜찮았을 거야." 바키스 씨가 말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지."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궁금한 듯 되물었다. "끝이었다니요, 바키스 씨?"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는 나를 곁눈질하며 설명했다. "답장이 없었거든."
"답장을 기다리셨나요, 바키스 씨?"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남자가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는 건," 바키스 씨가 다시 나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 남자가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과 같은 거야."
"그래서요, 바키스 씨?"
"글쎄." 바키스 씨가 다시 말의 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 남자는 그때부터 쭉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그분께 직접 말씀하셨나요, 바키스 씨?"
"아니, 아니야." 바키스 씨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으르렁거렸다. "내가 직접 가서 말할 처지는 못 돼. 나 스스로 그 사람에게 여섯 마디도 해 본 적 없는데, 내가 가서 말할 리가 있겠어."
"제가 대신 전해 드릴까요, 바키스 씨?" 내가 미심쩍어하며 말했다. "네가 좀 전해 줬으면 좋겠구나." 바키스 씨가 나를 느릿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바키스가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너는…… 이름이 뭐지?"
"그분 이름요?"
"그래!" 바키스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페고티예요."
"세례명인가? 아니면 본명인가?" 바키스 씨가 물었다.
"아, 그건 세례명이 아니에요. 세례명은 클라라예요."
"그래?" 바키스 씨가 말했다.
그는 이 사실에서 깊은 생각거리를 찾은 듯, 한동안 곰곰이 고민하며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좋아!"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럼 너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페고티! 바키스 씨가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면 아마 그 사람이 '무슨 답장?' 하고 묻겠지. 그럼 넌 '제가 말씀드렸던 거요.'라고 하는 거야. '그게 뭔데?'라고 물으면, '바키스 씨가 마음이 있대요.'라고 말해."
바키스 씨는 이 아주 교묘한 제안을 하면서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 찔렀는데, 어찌나 세게 찔렀는지 옆구리가 결릴 지경이었다. 그 후 그는 평소처럼 말 위로 구부정하게 엎드렸고, 그 주제에 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반 시간 뒤에 주머니에서 분필을 꺼내 마차 덮개 안쪽에 '클라라 페고티'라고 적었는데, 아마도 개인적인 메모인 모양이었다.
아, 집이 아닌데도 집으로 향한다는 것이 얼마나 묘한 기분이었던지! 눈길이 닿는 모든 것들이 다시는 꿀 수 없는 꿈같은, 행복했던 예전 집을 떠올리게 했다. 어머니와 나, 페고티가 서로에게 전부였고 우리 사이에 아무도 끼어들지 않던 그 시절이 길 위에서 너무나 슬프게 떠올라, 내가 이곳에 돌아온 것을 기뻐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오히려 떠나 있는 편이 나았을지도, 스티어포스와 함께하며 그 기억을 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곳에 있었고, 머지않아 우리 집에 도착했다. 앙상한 늙은 느릅나무들이 황량한 겨울바람 속에서 가지를 비틀고 있었고, 낡은 까마귀 둥지 파편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짐꾼은 정원 문 앞에 내 상자를 내려놓고 떠났다. 나는 집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창문 쪽을 힐끗거렸고, 혹시라도 머드스톤 씨나 머드스톤 양이 그중 한 창문에서 험악하게 내다보고 있을까 봐 걸음마다 두려웠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집에 도착해 문 여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노크도 하지 않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조용히,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복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예전 응접실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깨어난 그 기억이 얼마나 아득한 어린 시절의 것인지, 하느님만이 아시리라. 어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내가 아주 아기였을 때 어머니 품에 안겨 이 노래를 들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 선율은 내게 낯설었지만, 동시에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것처럼 마음을 가득 채웠다. 마치 오랜 외출 끝에 돌아온 친구를 만난 듯했다.
어머니가 노래를 나지막이 읊조리는 쓸쓸하고 사색적인 모습을 보고, 나는 어머니가 혼자 계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살며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난로 곁에 앉아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고, 아기의 작은 손을 자기 목에 대고 있었다. 어머니의 눈길은 아기의 얼굴을 향해 있었고, 그렇게 앉아서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어머니 곁에 다른 사람은 없었으니, 내 짐작은 맞았던 셈이다.
내가 어머니에게 말을 걸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나를 보고는 사랑하는 데이비, 내 아들! 하며 방 중간까지 달려와 나를 맞이하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생명체 옆, 어머니의 가슴 위에 내 머리를 뉘게 하고는 아기의 손을 내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차라리 그때 죽었더라면. 마음속에 그런 감정을 품은 채 그때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그 후의 어떤 날보다 하늘나라에 가기에 더 적합한 상태였을 텐데.
"이 아이는 네 동생이란다." 어머니가 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데이비, 내 예쁜 아들! 가여운 내 아이야!" 그러고는 계속해서 내게 입을 맞추고는 내 목을 껴안았다. 우리가 그러고 있을 때 페고티가 달려 들어와 우리 곁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15분 동안 우리 둘을 붙잡고 호들갑을 떨었다.
짐꾼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내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머드스톤 씨와 머드스톤 양은 이웃집에 방문하러 나갔고 밤이 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었다. 이런 일은 바라본 적도 없었다. 우리 셋이 다시 방해받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나는 그 순간만큼은 마치 예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난로가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페고티가 시중을 들려 했지만 어머니는 그러지 못하게 하고 함께 식사하게 했다. 나는 내 예전 접시를 사용했는데, 돛을 활짝 펼친 전함 그림이 갈색으로 그려진 그 접시를 페고티는 내가 떠나 있는 동안 어딘가에 소중히 간직해 두었다고 했다. 백 파운드를 준다 해도 깨지게 둘 수는 없었을 거라면서 말이다. 나에게는 '데이비드'라고 적힌 내 낡은 머그잔과, 잘 들지도 않는 작은 나이프와 포크도 그대로 있었다.
우리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 나는 페고티에게 바키스 씨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페고티는 웃음을 터뜨리며 앞치마로 얼굴을 가렸다.
"페고티," 어머니가 말했다. "왜 그러니?"
페고티는 더 크게 웃을 뿐이었고, 어머니가 앞치마를 걷어내려 해도 꽉 붙잡은 채 마치 머리를 자루 속에 넣은 것처럼 앉아 있었다.
"너 바보같이 왜 이러니?"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유, 그 사람 정말!" 페고티가 외쳤다. "저더러 자기랑 결혼하자지 뭐예요."
"너한테 아주 좋은 혼처 아니니?" 어머니가 말했다.
"아유! 모르겠어요." 페고티가 말했다. "묻지 마세요. 그 사람이 온몸이 금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싫어요. 누구랑도 결혼 안 할 거예요."
"그럼 왜 그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지 않니, 넌 정말 못 말리겠다니까." 어머니가 말했다.
"말하라고요?" 페고티가 앞치마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대꾸했다. "그 사람은 저한테 입도 벙긋한 적 없는걸요. 알 만한 사람이죠. 만약 그 사람이 저한테 감히 그런 말을 꺼내기라도 한다면, 당장 뺨을 때려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