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1 · "내 친구, 자네는 방금 내 아픈 곳을 친구의 손가락으로 콕 찔렀군. 그런 친구의 손가락이란 본래 무자비하고 때로는 어리석은 법이지. 미안하네. 하지만 말이야, 나도 그 역겨운 일들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있었어. 아니, 완전히 잊은 건 아니지만 내 어리석음 탓에 리자네 집에 있는 동안 내내 행복하려고 노력했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어왔지. 그런데 이제…… 오, 그 관대하고 인간적이며 내 비열한 단점들까지 참아주던 그 여인을 생각하면…… 물론 완전히 참아준 건 아니지만, 나 자신도 비어 있고 하찮은 성격을 가진 형편없는 인간 아니겠나! 난 아이 같은 이기심은 가졌지만 그 아이의 순수함은 없는 철없는 어린아이지. 그녀는 20년 동안 유모처럼 나를 돌봐주었어. 리자가 우아하게 부르듯 그 '불쌍한 이모' 말이야……. 그런데 20년이 지나고 나니 그 어린아이가 결혼하겠다고, 편지에 또 편지를 써댔으니. 그녀는 머리에 식초를 적신 수건을 두르고 고생하고……. 결국 일을 저질러서 일요일이면 유부남이 되게 생겼군. 참 우스운 일이야……. 내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을까, 대체 왜 그런 편지를 썼을까? 아, 잊을 뻔했군. 리자는 다리야 파블로브나를 숭배해. 적어도 그렇게 말하지. 그녀에 대해 '천사 같지만, 좀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더군. 두 사람 모두 권했어, 심지어 프라스코비야까지……. 뭐, 프라스코비야는 권하지 않았나. 오, 그 '코로보치카' 속에 얼마나 많은 독이 숨겨져 있는지! 리자 역시 본심은 권하지 않았어. '결혼해서 뭐하게요, 학문적인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하잖아요'라며 웃음을 터뜨리더군. 난 그녀의 웃음을 용서했어. 그녀 자신도 마음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그들은 '당신에게 여자가 필요해요. 쇠약해질 때 당신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죠'라고 말하더군……. 맹세컨대, 나 역시 자네와 앉아 있는 동안 내내, 신께서 내 격정적인 날들이 저물어가는 시기에 그녀를 보내주셔서 나를 보살피게 하시려는 건가, 아니면…… 어쨌든 살림에 필요하겠거니 생각했어. 저기 쌓인 쓰레기 좀 보게, 아까 치우라고 했는데도 책이 바닥에 굴러다니는군. 그 불쌍한 친구는 항상 내 주변의 쓰레기를 보면 화를 냈는데……. 오, 이제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겠지! 20년이라니! 게다가 그들에게 익명 편지가 왔다는군. 상상이나 하나, 니콜라이가 레뱌드킨에게 영지를 팔아넘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정말 괴물 같은 짓이지. 그리고 도대체 레뱌드킨이 누구란 말인가? 리자는 아주 열심히 듣고 있었어. 난 그녀가 어떤 표정으로 듣고 있었는지 보았네. 그 마브리키라는 친구도……. 나라면 그 처지에 있고 싶지 않을 거야. 어쨌든 괜찮은 사람이긴 하지만 좀 소심하거든. 뭐, 어쨌든 그건 됐네." | TRANS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