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쓰쿠시
스마의 밤, 꿈속에 아버님 제께서 또렷이 모습을 나타내신 이래로 아버님 일로 애태우던 겐지는 교토로 돌아올 수 있게 된 오늘, 서둘러 그 명복을 빌고자 준비를 했다. 그리고 시월에 법화경 팔강을 거행했다. 참례객이 많이 모여드는 것은 예전의 경우와 같았다. 오늘도 병세가 위중한 태후는 그 와중에도 겐지를 불운의 늪에 빠뜨리지 못한 것을 분하게 여겼으나, 제께서는 인의 유언을 떠올리고 당시에도 그 업보가 자신에게 닥쳐올까 두려움을 느끼셨던 터라, 요즈음은 마음가짐이 무척 밝아지셨다. 때때로 심하게 앓으시던 안질도 나아지셨으나 단명할 것 같은 예감에 쓸쓸함을 느끼시어 자주 겐지를 부르셨다. 정치에 관해서도 숨김없는 진언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일반 사람들도 겐지의 의견이 많이 채택되는 궁정의 현 상황을 기뻐했다.
제께서는 조만간 양위하실 뜻을 품고 계셨으나, 나이시노스케가 의지할 곳 없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을 가엾게 여기셨다.
"대신은 돌아가시고 대궁도 줄곧 편찮으신 데다, 나조차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니, 누구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그대가 고독해져서 어찌 될지 걱정이오. 애초에 그대의 마음은 다른 사람을 향해 있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누구보다 그대를 아끼기에 이런 때에도 오직 그대 생각뿐이라오. 나보다 뛰어난 이가 그대와 다시 사랑을 나눈다 해도, 나만큼 그대를 깊이 생각해 주지 않는다면 어쩌나 싶어, 나는 그런 일까지 생각하며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오."
제께서는 울고 계셨다. 수치심에 뺨을 붉혀 더욱 화사하고 애교가 넘쳐 보이는 나이시노스케 또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어떤 죄라도 용서하고 남음이 있으리라 여겨져 제의 애정은 더욱 그녀에게 쏠릴 뿐이었다.
"어째서 당신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일까. 안타깝구나. 전생의 인연이 깊은 사람과 당신 사이에는 머지않아 다시 그 기쁨을 누릴 날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분하구려. 그렇다 해도 가엾은 일이오, 친왕을 낳는 것은 아니니."
이런 미래의 일까지 말씀하시니, 부끄러운 마음은 마침내 슬픔으로 변했다. 제께서는 용모도 아름다우시고 깊이 나이시노스케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세월과 함께 더욱 두드러지는 것을 나이시노스케는 알고 있었다. 겐지는 뛰어난 남자이나 자신을 향한 사랑은 이 정도는 아니었음을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젊은 시절의 무분별함으로 저 대사건을 일으켜 자신의 명예를 더럽힌 것은 물론, 그분께도 고생을 시키게 되었다는 생각에, 그 또한 모두 자신이 박복한 여인이기 때문이라며 슬퍼하고 있었다.
이듬해 2월에 도구의 겐푸쿠가 있었다. 12세였으나 나이에 비해서는 어른스러웠고 아름다워, 마치 겐지 다이나곤의 얼굴이 둘이 된 듯해 보였다. 눈부실 정도의 미를 갖춘 모습을 세상 사람들은 칭찬했으나, 어머니인 궁은 그것을 남몰래 고심거리로 여기고 있었다. 제 또한 도구가 훌륭하게 자란 것에 만족하시어 즉위 후의 일을 그리운 듯한 모습으로 가르치셨다.
같은 달 20일 무렵에 양위가 거행되었다. 태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심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이렇게 조용히 그대에게 효도를 다하고 싶소."
라고 제께서 달래셨다. 도구에는 조쿄덴의 뇨고가 낳은 황자가 오르게 되었다.
모든 일에 새로운 시대의 빛이 보이는 날이 되었다. 보고 듣는 눈과 귀에 화려한 기분이 느껴지는 일이 많았다. 겐지 다이나곤은 나이다이진이 되었다. 좌우 대신의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섭정에 이 사람이 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로 여겨졌으나,
"나는 그토록 바쁜 직무를 감당할 수 없소."
라며, 은퇴한 우다이진에게 섭정을 양보했다.
"나는 병으로 인해 일단 직무를 반납했던 사람이니, 오늘은 더구나 나이도 들어버렸고, 그런 중임을 맡는 것은 무리요."
라고 대신은 말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정계가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물러나 은자가 되어 있던 사람도 치세의 군주가 정해지면 흰머리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섬기러 나오는 사람을 진정한 성인이라 칭송하고 있습니다. 병으로 사퇴하셨던 관위를 다음 천자의 시대에 다시 받으시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겐지도 공인으로서, 그리고 사인으로서 충고했다. 대신도 거절하지 못하고 태정대신이 되었다. 나이는 예순세 살이었다. 사실 전 조정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이들에게 불만을 품고 칩거하던 터라, 이분에게도 영화로운 봄날이 찾아온 셈이다. 한때 불우해 보이던 자식들도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재상 중장은 권중나곤이 되었다. 4의 기미가 낳아 올해 열두 살이 된 히메기미를 일찍부터 후궁에 들일 생각으로 중나곤은 소중히 키우고 있었다. 예전에 니조인으로 데려와 '다카사고'를 읊었던 아이도 겐푸쿠를 시켜 중나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배다른 자식들이 많아 일족이 번성하는 것을 겐지는 부러워했다. 태정대신가에서 자라고 있던 겐지의 아이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아이로, 어소에도 도구에게도 덴조와라와로 드나들고 있었다. 겐지의 아오이 부인이 죽은 것을 부모는 다시 이 영화로운 봄에 슬퍼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예전 사위였던 겐지가 가져다준 광명이었기에, 지난 몇 년간의 어두운 그림자가 겐지 덕분에 이 집안에서 걷힌 것이다. 겐지는 지금도 예전처럼 노부부에게 호의를 품고 무슨 일이 있을 때면 자주 찾아갔다. 와카기미의 유모와 그 외의 여방들도 오랜 세월 변함없이 일하는 이들에게 넉넉히 보상해 주는 것을 겐지는 잊지 않았다. 행복한 이들이 많이 생긴 셈이다. 니조인에서도 마찬가지로, 주인을 바꾸려 하지 않았던 여방들을 겐지는 잘 대우했다. 또한 중장이나 나카쓰카사라 불리던 애인 관계였던 이들에게도 다년간의 고독을 달래기에 충분할 만큼 애무를 나누어 주어야 했기에, 겐지는 틈이 없어 밖으로 나돌지도 않았다. 니조인 동쪽에 인접한 저택은 인의 유산으로 겐지의 소유가 되었는데, 요즈음 겐지는 그곳을 새로 개축하고 있었다. 하나치루사토 같은 연인들을 살게 할 요량으로 설계하여 짓고 있는 중이었다.
겐지는 아카시의 기미가 임신했던 일을 생각하며 줄곧 마음을 쓰고 있었으나,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이 많아 사람을 보내 안부를 묻지도 못했다. 3월 초순이 산기일 터라 생각하니 가엾은 마음이 들어 사람을 보냈다.
"지난달 열엿새 날에 여자아이를 낳으셨습니다."
그런 소식을 들은 겐지는 애인을 통해 처음으로 딸을 얻은 기쁨을 깊이 느꼈다. 어째서 교토로 불러 해산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겐지의 운세를 점쳤을 때, 아이는 셋이며 황제와 황후가 태어날 것이고, 가장 낮은 운명의 아이는 태정대신이 되어 신하로서 최고의 지위에 오를 것이며, 그중 가장 낮은 신분의 여인이 딸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들었다. 또한 겐지가 신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예언도 있어서, 이는 유명한 관상가들의 말이 모두 일치하는 부분이었으나, 역경 속에 있던 몇 년간은 그런 것들을 마음속으로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 황제가 즉위하신 것은 겐지에게 기쁜 일이었으나, 자신의 머리 위에 다카미쿠라의 영예를 바라지 않는 마음은 소년 시절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당치도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많은 황자들 가운데서도 유독 사랑하셨던 아버님 제께서 자신을 신하의 반열에 두신 그 뜻을 생각하면, 자신의 운명과 천위는 별개의 것이라 겐지는 생각했다. 겐지는 관상가의 말이 잘 맞아떨어지는 실증으로 현 황제의 즉위를 떠올렸다. 황후가 한 명 자신에게서 태어난다는 점이 아카시의 소식과 부합하는 것으로 보아, 스미요시 신의 가호를 받아 그 여인 또한 황후의 어머니가 될 운명이었기에, 그 아비인 입도가 자연스레 편향된 사위 고르기에 목숨을 거는 광태를 보인 것이리라. 황후의 자리에 오를 이를 시골에서 태어나게 한 것은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라 겐지는 생각하여, 조만간 교토로 부를 생각으로 동쪽의 원 건축을 서두르고 있었다. 아카시 같은 시골에 걸맞은 유모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기에, 선대 황제의 여방이었던 센지라는 여인의 딸로 아버지는 구나이쿄 재상이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겐지는 얼마 전 들었다. 어머니와도 일찍 사별하고 외로운 생활을 하던 중 연애 관계로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을 전해준 사람을 불러, 재상의 딸에게 겐지의 히메기미 유모로서 아카시로 떠나줄 것을 교섭하기 시작했다. 이 여인은 아직 젊고 순진한 성품이라 외로운 낡은 집에서 근심만 하며 지내는 아침저녁의 생활에 질려 있었고, 깊이 생각하지도 않은 채 겐지의 인연이 닿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으리라 예전부터 갈망하던 터라 바로 승낙하고 나섰다. 겐지는 시골로 내려가 주는 재상의 딸을 가엾게 여겨 이것저것 떠날 채비를 해주었다.
외출한 김에 겐지는 살며시 자기 아이의 새로운 유모 집을 들렀다. 쾌락을 전해 듣기는 했으나 여인은 여전히 어찌할지 번민하고 있던 차에 겐지 스스로가 찾아와 주었기에, 그것으로 길을 떠날 마음도 달래지고 체념도 할 수 있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침 길일이기도 하여 겐지는 바로 떠나게 하기로 했다.
"동정이 없는 것 같지만, 나는 장래에 특별한 생각도 있는 아이니까요. 게다가 나도 경험해 본 그곳의 생활이니, 그렇게 생각하고 뭐 처음만 조금 참으면 익숙해질 것이오."
라며 겐지는 아카시 입도의 집안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어머니와 함께 선대 황제 곁에 있었던 적도 있어 가끔 본 얼굴이었으나, 예전에 비하면 용모가 쇠해 있었다. 집안의 꼴도 상당히 심하게 황폐해져 있었다. 과연 넓기는 넓었으나 기분 나쁠 정도로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였다. 젊고 아름다운 인상의 여인이었기에 겐지가 농담을 주고받기에도 재미있는 상대였다.
"나는 마음을 돌리고 싶구려. 멀리 등으로 당신을 보내고 싶지 않소. 어떠하오?"
라는 말을 듣고, 직접 겐지의 곁에서 모시는 몸이 될 수 있다면 과거의 어떤 불행도 잊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인은 애달픈 기분에 젖었다.
"진작부터 거리낌 없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이별이란 역시 아쉬운 것이구려."
"함께 가겠소?"
겐지가 이렇게 말하자, 여인은 웃으며,
"갑작스러운 이별을 아쉬워하는 핑계로, 마음이 기우는 쪽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겠소?"
라며 놀리기도 했다.
교토 안에서는 수레를 이용하게 했다. 친한 사무라이 한 명을 붙여 철저히 비밀리에 유모를 보낸 것이다. 호신용 칼을 비롯한 히메기미의 물건, 젊은 어머니를 위한 많은 선물 등이 유모에게 맡겨졌다. 유모에게도 충분한 금품이 지급되었다. 겐지는 입도가 손녀를 얼마나 애지중지할지 이런저런 상황을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어머니가 된 연인도 가엾게 여겨졌다. 요즘 겐지의 마음은 아카시의 포구로 온통 기울어 있었다. 편지에도 히메기미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거듭거듭 당부해 두었다.
"언제쯤 소매를 걷어올리고 찾아가리, 소녀가 세월을 보내며 쓰다듬을 바위의 앞날을."
이런 노래도 보냈다. 셋츠의 국경까지는 배로, 그 뒤로는 말을 타고 유모는 아카시에 도착했다. 입도는 매우 기뻐하며 이 일행을 맞이했다. 감격하여 교토 쪽을 향해 절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히메기미는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 두려울 만큼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유모가 작은 히메기미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총명한 겐지가 장래를 생각하여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말한 점도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졌다. 오는 길에 불안하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여행의 고통도 이것으로 잊을 수 있었다. 유모는 어린 히메기미를 무척 귀여워하며 돌보았다. 젊은 어머니는 몇 달간 이어진 근심으로 쇠약해진 몸으로 출산을 하여 목숨이 붙어 있을지도 모를 지경이었으나, 이때 보여준 겐지의 지극한 정성에 저절로 위로받아 기운을 차려가는 듯했다. 보내온 사무라이에 대해서도 입도는 마음을 다해 극진히 대접했다. 너무나 정중한 대우에 사무라이는 곤란해하며,
"이곳의 안부를 들으려고 기다리고 계실 테니 빨리 교토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카시의 기미는 감상을 조금 적고,
"홀로 쓰다듬기엔 소매가 좁으니, 덮어줄 수 있을 만큼의 그늘을 기다릴 뿐입니다."
라며 노래도 곁들여 보냈다. 신기할 정도로 겐지는 아카시의 아이가 마음에 걸려,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부인에게는 아카시 이야기를 그다지 하지 않으나, 다른 경로로 들려와 불쾌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싶어 겐지는 아카시노 기미의 출산 이야기를 했다.
"인생이란 참 짓궂은 것이오. 그렇게 바라는 당신에게는 생기지 않고, 그런 곳에 아이가 태어나다니. 게다가 딸이라니 참으로 비관적이구려.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쩔 도리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오. 부모 된 도리로서 말이지. 교토로 불러들여 당신에게 보여주겠소. 미워하지는 마시오."
"언제나 제가 그런 여자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을 생각하면 저 자신도 싫어집니다. 하지만 여자가 원망하기 쉬운 성격이 되는 것은 이런 일들만 겪기 때문이겠지요."
라고 여왕은 원망했다.
"그래, 누가 그런 습관을 만들었을까. 당신은 정작 내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구려. 내가 생각지도 않은 일을 멋대로 짐작해서 원망하니 나로서는 슬퍼질 뿐이오."
라고 말하는 도중 겐지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하며 별거하던 시절을 떠올리고, 이따금 주고받던 편지에 얼마나 슬픈 말들이 담겨 있었을까를 회상하던 겐지는, 아카시의 여인 일 따위는 그것에 비하면 목숨을 건 연애조차 아니라고 여겨졌다.
"아이 때문에 내가 소란스럽게 사람을 보내거나 하는 것도 다 생각이 있어서요. 지금 말해봤자 당신이 또 나쁘게 받아들일 테니."
라며 그 이야기는 계속하지 않고,
"뛰어난 여인처럼 보였던 것은 장소 때문이었던 듯하오. 어쨌든 평범하지 않은 희귀한 존재라고 생각했소."
라고 아이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별하던 날 저녁 앞쪽 하늘을 흘러가던 소금 굽는 연기, 여인이 했던 말, 실제보다 겸손하게 평가한 여인의 용모, 명수다웠던 거문고 솜씨 등을 잊지 못하겠다는 듯이 겐지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던 여왕은, 그 시절 자신은 홀로 얼마나 외로웠던가, 설령 형식뿐이라 해도 남편은 마음을 다른 이와 나누고 있던 시절이었구나 생각하니 원망스러워, 아카시의 여인을 위해 탄식하는 남편은 남편인 대로 옆을 돌아보며,
"얼마나 슬펐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