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은 산장에 다녀온 후로도 거듭 여러 가지 주의를 주었다.
오노의 미야스도코로는 어젯밤 유기리가 오지 않는 것 같아 속을 태우며, 훗날 평판이 나빠져 불명예스러울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촉하는 편지까지 썼건만, 그 답장조차 받지 못한 데 실망하고 그대로 다음 날인 오늘까지 저물어가는 것에 큰 번민을 느껴, 다소 가벼워진 듯하던 병세가 다시 극도로 악화되었다. 오히려 궁께서는 미야스도코로가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 전혀 안중에도 없으셨고, 그저 다른 성을 가진 남자를 그토록 가까이하게 한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었으며, 그 남자의 사랑의 깊고 옅음은 염두에도 두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그것을 큰일이라 여기며 어머니께서 번민하고 계시니 부끄럽고 괴로운 마음이 들어, 어머니 앞이라 해도 그 일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평소보다 더욱 수치심을 느끼는 듯한 모습의 궁을 보며 미야스도코로는 마음 아파했고, 앞으로도 이 위에 많은 고생을 얹으셔야 할 것이라 생각하니 슬픔에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이제 와서 잔소리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것도 운명이라 해도 이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에 남들이 어떻게 비난할지 모를 일이 일어나 버리고 말았군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으나, 앞으로는 그런 일에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라요. 부족한 저이지만 지금까지 당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당신도 여러 경험을 쌓아 혼자 서셔도 충분하겠거니 싶어 저는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실제로 미숙한 면이 보여 빈틈을 보인 것은 아닌가 생각하니, 당신을 지켜보기 위해 저도 조금 더 살아있고 싶은 마음이 드는군요. 일반 여인이라 해도 귀족 계급의 사람이라면 재혼하여 두 번째 남편을 얻는 것을 경솔한 짓이라 여기는 법인데, 하물며 고귀하신 내친왕이신 당신이시니 결혼을 하려거든 훌륭한 배필을 얻으셨어야 했습니다. 이전 혼담 때도 저는 그분을 당신의 가장 좋은 배필로 볼 수 없어 찬성하지 않았으나, 전생의 인연이었는지 원의 폐하께서 마음이 동하시어 허락하시는 의지를 저쪽 대신에게 먼저 보이셨기에 저 혼자 계속 반대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듯하여 져버리고 말았습니다만, 애초에 행복하리라 여겨지지 않았던 예상이 모두 그대로 되어 가여운 당신을 만들고 말았으니, 제 과실은 아니지만 하늘을 우러러 탄식할 뿐이었답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말입니다. 그분을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세상이 떠들썩할 일이니 얼마나 견디기 힘든 비방을 참아내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것은 억지로 잊는다 치더라도, 그 사람의 애정만 깊다면 긴 세월 속에 좋게 풀릴지도 모르겠다고 저는 억지로라도 그렇게 생각하려 하지만, 정말이지 냉담한 사람이군요."
라며 말을 이어가던 미야스도코로는 눈물을 흘렸다. 사실이라고 단정 짓고 이렇게 말하는데도 변명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울고만 계신 궁의 모습은 천진하고 가련했다. 미야스도코로는 말없이 궁을 바라보며,
"당신이 어디가 남보다 부족하다는 건가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요. 어찌 이런 운명으로 이런 불행한 일만 겪으시는 것인지."
등의 말을 하는 사이에 미야스도코로의 병세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물괴(物怪)라는 것도 이런 약해진 틈을 타 포악하게 구는 법인지라, 미야스도코로의 호흡은 갑자기 멈추고 몸은 차갑게 식어 들어갔다. 율사도 당황하여 서원(誓願)을 세우고 큰 소리로 기도문을 외웠다. 부처님께 서원하여 자신이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산하지 않고 절에 틀어박히겠다는 굳은 결심을 저버리고서라도 이 사람을 살리려던 자신의 기도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하여 산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명예롭지 못한 일은 없으며, 그런 경우에는 부처님마저 원망할 것임을 입 밖에 내어 기도하고 있었다. 궁께서 울며 당황하시는 것도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이 소동 속에서 대장의 기별이 왔다는 사람의 목소리를 미야스도코로는 희미하게 듣고는 오늘도 오지 않으려는가 보구나 생각했다. 서글픈 일이었다. 이토록 수치스러운 오명을 궁께서 또 쓰게 되실 것이며, 자신까지 왜 받아들이는 듯한 편지 따위를 써 보냈던가 하며 괴로워하는 사이에 미야스도코로의 목숨은 다했다. 비통한 일이었다. 예전부터 물괴 때문에 자주 크게 앓아 이제 가망이 없구나 싶은 적도 종종 있었기에, 이번에도 물괴가 일시적으로 숨을 멎게 한 것일지 모른다며 승려들은 가호(加持)에 힘썼으나, 이번만은 아무런 가망도 없이 임종의 징후가 뚜렷했다. 궁께서는 함께 죽고 싶으신 듯 어머니의 유해에 몸을 바짝 기댄 채 계셨다. 여관들이 곁으로 다가와,
"이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슬퍼하신다 해도 돌아가신 분이 돌아오실 리 없나이다. 아무리 그리워하신다 해도 당신의 마음이 전해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라며 뻔한 생사의 이별을 설득하고는,
"이러고 계시는 것은 매우 좋지 않사옵니다. 돌아가신 분이 미련을 갖게 되시니 부디 저쪽으로 가시옵소서."
부축하여 일으키려 했으나 궁의 몸은 굳어버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기도하던 단을 허물고 승려들은 떠날 준비를 했다. 소수의 사람만이 남겠지만, 그마저도 마음이 허전했다. 여기저기서 조문 사절이 왔다. 언제 알았나 싶을 정도였다. 유기리 대장은 크게 놀라 즉시 사람을 보냈다. 로쿠조인에서도 태정대신가에서도 왔다. 쉴 새 없이 조문객이 이어졌다. 절의 원(院)께서도 소식을 듣고 정이 담긴 편지를 궁께 보내셨다. 이 기별이 도착함으로써 슬픔에 잠겨 계시던 궁께서도 비로소 고개를 드실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병세가 상당히 위중하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평소 몸이 약한 분이라 잠시 소홀히 하여 찾아뵙지도 못했군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신이 얼마나 슬퍼하고 계실지 그것이 무엇보다 마음 아프군요.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이치를 생각하여 마음을 평온히 가지도록 하십시오.
라는 내용이었다. 궁께서는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건만 이 답장만은 직접 쓰셨다. 평소부터 미야스도코로께서는 유해를 곧바로 화장하라고 유언하셨기에 장례는 오늘 중으로 치르기로 하고, 고인의 조카인 야마토노카미가 온갖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유해만이라도 차마 보내고 싶지 않아 궁께서 애태우셨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사람들의 설득에 따라 입관 등을 서두르는 소동 중에 좌대장이 도착했다.
"오늘 조문을 가지 않으면 앞으로는 줄곧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달력이라서 말이오."
등등 겉으로는 말하면서, 마음속으로는 궁의 슬픔을 안타깝게 상상하며 조금이라도 빨리 오노로 가고 싶어 하는데,
"그토록 급히 달려가실 만큼의 관계는 아니지 않습니까."
라는 가신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억지로 나온 길이었다. 게다가 멀리 떨어진 탓에 바로 도착할 수 없는 길이 유기리를 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산장은 으스스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마지막 의식이 거행되는 곳은 칸막이로 가리고, 사람들은 평소처럼 서쪽 툇마루 쪽으로 대장을 안내했다.
첩첩한 문 앞 툇마루에 기대어 유기리가 여관을 불렀으나, 누구 하나 제정신인 자가 없었다. 대장이 찾아온 덕분에 조금 위안을 얻었는지 소장이 응대에 나섰다. 유기리도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본래 쉽게 울음을 터뜨리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이곳의 슬픈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처지를 짐작하고, 무상한 세상의 이치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실증된 사실에 몹시 충격을 받은 터였다. 한참 뒤에,
"조금 괜찮아지신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요. 어떤 악몽이라도 깰 때가 있는 법인데, 이제는 그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플 뿐입니다."
라며 궁께 드릴 인사를 전했다. 미야스도코로가 번민하던 일을 떠올리며, 대장이 원인이 되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지만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원망스러운 인연의 사람인 그가 조문 왔음에도 궁께서는 답장조차 하지 않으셨다.
"뭐라 전해 올리면 좋을지 모르겠사옵니다. 귀하신 몸도 잊으시고 이토록 멀리 조문을 와주신 그 호의를 무시하는 듯한 대우는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싶어서요."
여관들이 입을 모아 말하자,
"적당히 말해 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지금은 그런 것조차 알 수 없으니."
궁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자리에 누워버리신 것도 이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이었기에, 여관이,
"지금 궁께서는 돌아가신 분이나 다름없는 상태이시옵니다. 다녀가셨다는 말씀은 전해 드렸나이다."
라고 유기리에게 말했다. 이들은 모두 눈물에 목이 메어 있기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니, 제 마음도 조금 진정되고 궁의 기분도 가라앉을 무렵에 다시 오도록 하겠소. 어쩌다 그런 급변이 닥쳤는지, 나는 그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군."
라고 대장은 여방에게 말했다.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소장은 미야스도코로가 번민하던 일주야의 일을 유기리에게 조금 알리고는,
"그렇게 말씀드리면 원망하는 말이 될까 저어됩니다. 오늘은 정신이 혼란스러워 잘못 전해 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궁의 슬픔도 언젠가는 체념하셔야 할 일이오니, 기분이 좀 가라앉을 때 다시 와주십시오."
라고 말했다. 그들 또한 정신이 혼미한 모습을 보니, 대장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내 마음조차 캄캄한 어둠 속에 빠진 것 같으니 궁께서 그러신 것도 당연한 일이지. 부디 극진히 위로해 드리고, 당신네들의 힘으로 앞으로 조금이라도 답을 받을 수 있도록 애써주게."
등의 말을 남기고는, 출입하는 이가 많은 오늘 같은 날 산장에서 오래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경박해 보일까 염려되어 대장은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 밤 안으로 끝내기 위해 입관 등 온갖 절차를 차곡차곡 진행하는 소리에서도 성대하지 못한 장례의 비애가 느껴져, 대장은 근처에 있는 본가의 장원에서 사무라이들을 불러 여러 역할을 분담하여 돕도록 명하고 떠났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자칫 간소하게 치러질 뻔했던 장례를 덕분에 겉모양이나마 아주 잘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야마토노카미 또한,
"모두 대감님의 감사하고 친절하신 배려 덕분입니다."
라며 감사해했다.
어머니를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로 만드신 일에, 궁께서는 바닥에 엎드려 슬퍼하셨다. 부모는 자식에게 이런 식의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습관은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궁의 이런 상태를 여방들은 또다시 탄식하였다. 야마토노카미가 장례 후의 뒤처리를 모두 마치고,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쓸쓸한 산장에 오래 머무시는 것은 무리이옵니다. 슬픔이 가시기는커녕 더욱 깊어질 것이옵니다."
등의 핑계를 대며 궁께 말씀을 올렸으나, 궁께서는 어머니께서 연기가 되어 사라진 곳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아예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가실 생각을 품고 계셨다. 기중 동안만 머물고 있는 승려들은 동쪽 방에서 그쪽 복도 방, 그리고 하옥까지 사용하여 가느다란 칸막이 하나를 두고 지내고 있었고, 궁께서는 서쪽 끝방을 급히 꾸민 거처로 삼아 지내셨다. 아침이 오는지 밤이 오는지도 잊은 채 궁께서 슬픔에 잠겨 계시는 동안 날이 흘러 구월이 되었다. 산바람이 거세져 잎이 다 진 나뭇가지들은 방풍림 노릇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적막함이 몸에 스미는 계절이라 하늘 빛깔조차 슬픔을 자아내어 궁께서는 계속 탄식만 하셨다. 목숨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슬퍼하셨고, 여관들 또한 겹겹이 슬픔에 잠길 뿐이었다. 유기리는 매일같이 문안 편지를 보냈고, 외로운 염불승들을 위로하기에 부족함 없는 물건들도 자주 보내었다. 궁께는 진심이 담긴 편지를 끊임없이 보내며 자신의 사랑에 냉담하신 것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는 한편, 여전히 미야스도코로의 죽음을 슬퍼하는 진심을 담은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궁께서는 그것들을 손에 쥐고 읽어보려 하지도 않으셨다. 저 끔찍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병든 몸으로 미야스도코로가 분명 슬픔에 몸부림치며 죽어갔음을 생각하니, 그 일이 어머니의 저승길에도 방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였기에, 대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그 사람을 원망하며 눈물 흘리시는 궁의 모습을 보고 여관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답장을 한 줄도 받지 못하는 것을 처음에는 슬픔에 잠겨 계시기 때문이겠거니 대장은 생각했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도 똑같은 것을 보니 어떤 슬픔에든 끝이 있을 텐데 아직도 자신의 편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태도를 고수하시는 것은 어찌 된 일인지, 너무나 인정이 없으신 게 아닌가 싶어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관계없는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꾸며 꽃이니 나비니 하며 읊어댔다면 냉담하게 보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자신의 슬픔에 동정하여 편지를 보내는 이에게는 친밀감을 느껴 주실 수도 있지 않은가. 할머니인 오미야께서 돌아가셨을 때 자신이 몹시 슬퍼하고 있는데도, 태정대신은 그만큼 생각하지 않은 채 누구든 겪어야 할 존친의 죽음으로 여기며 형식적인 의례만 화려하게 치러 만사를 끝내려 하는 모습에 반감을 느꼈던 터였다. 오히려 옛날 사위였던 로쿠조인이 정성껏 힘을 다해 사후의 불사 등을 처리해 주신 것에 감격했었다. 이것은 그저 자신의 아버지라서 그런 생각이 든 것이 아니었다. 당시 고인인 가시와기가 좋았던 것이다. 조용한 성품으로 인정이 많은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할머니인 궁의 죽음을 깊이 슬퍼했기에 마음이 끌렸던 것이었다. '이 궁께서는 어찌 이리 감수성이 부족하신 것인가' 하고 매일같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인은 산장의 궁과 대장의 관계가 어찌 되었는지, 미야스도코로와는 줄곧 편지를 주고받았던 듯한데 싶어 석연치 않게 여기던 차에,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남편에게 어린 아들을 시켜 짧은 편지를 보냈다. 아주 작은 종이 조각이었다.
"슬픔을 대체 어찌 알아서 달랠 것인가. 있는 것이 그리운 것인가, 없는 것이 슬픈 것인가."
어느 쪽인지 저는 알지 못하니까요.
유기리는 미소 지으며 질투가 부인으로 하여금 온갖 말을 하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미야스도코로를 염두에 두었을 거라는 추측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짐작이라 생각했다. 곧 답장을 썼으나, 그것은 실제 문제를 피한 무난한 내용이었다.
"무엇이라 따로 가려 바라보리오. 사라져 가는 이슬조차 풀잎 위에 맺힌 줄 모르는 이 세상인데."
인생사 모든 것이 슬프구려.
여전히 이런 식으로 숨기시는구나 싶어, 인생의 슬픔은 차치하고 부인은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