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마야
겐 우다이진은 히타치노카미의 양녀에게 흥미는 느끼면서도, 굳이 쓰쿠바의 시게야마를 헤치고 들어가는 것은 경솔한 짓이라 사람들이 비난할 것이 염려되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가문이었기에 눈치를 보며 편지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벤노아마를 통해서 어머니인 히타치 부인에게, 히메기미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는 가오루의 간절한 소망을 자주 넌지시 전해오곤 하였으나, 진실한 애정이 히메에게 생겨난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고, 가오루가 뛰어난 인물이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어머니는 이 혼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처지가 아님을 비관할 뿐이었다.
히타치노카미에게는 죽은 부인이 남긴 자식들도 여럿 있었고, 현재 부인이 낳은 자식들 중에도 아버지가 히메기미라 부르며 소중히 여기는 딸이 있으며, 그 아래로도 아직 어린아이들까지 합쳐 다섯, 여섯 명은 줄줄이 있었다. 위 딸들에게는 가미가 직접 애를 써서 사위를 고르고 결혼을 시켰지만, 부인의 데려온 딸인 히메기미만은 남처럼 여겨 아무런 애정도 보이지 않고 결혼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을 아내는 원망스럽게 여겨, 어떻게든 훌륭한 남편을 얻어 히메기미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 밤낮으로 마음을 썼다. 용모가 보통은 되어서 평범한 가미의 딸들과 섞어 놓아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면 자신도 이렇게까지 보기 흉할 정도로 애를 태우지는 않았을 텐데, 남들과는 딴판인 고귀한 귀족의 풍모로 성장한 히메기미였기에 마음이 아픈 존재라고 부인은 생각했다. 딸이 여럿 있다는 소문을 듣고 어쨌거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공달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결혼 신청을 하러 많이 찾아왔다. 전 부인이 낳은 자식 두세 명은 모두 상당한 상대를 골라 결혼을 시켜버린 지금, 자신의 히메기미를 위해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시키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부인은 밤낮으로 히메기미를 정성껏 돌보았다. 가미 또한 천한 출신은 아니었다. 고급 관료였던 집안의 자손으로 친척들도 모두 훌륭했으며 재산도 엄청나게 많았기에 자존심도 강했고, 생활도 화려하게 치장을 즐기는 편이었으나 그에 비해 거친 시골풍의 취미가 섞여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무쓰라는 교토에서 먼 지방에 가 있었던 터라 말투도 그런 지방 사람들과 비슷하게 사투리의 탁함을 띠고 있었고, 권세 있는 집안에 대해서는 매우 공손하고 두려워하며 조심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은 빈틈없는 인간 같기도 했다. 우아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활을 능숙하게 당겼다. 그저 지방관 계급이라고 깔보지도 않고 좋은 젊은 뇨보들도 많이 모셔 두었고 그들에게 아름다운 의상을 입히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코시오레우타 모임, 비판 모임, 고신노요의 행사 등을 열어 사람들을 모아 화려하고 보기 흉할 정도로 노는 소위 풍류를 좋아하는 자였기에, 구혼자들은 그가 귀족적이라거나 가미의 얼굴 생김새가 품위 있다며 좋게만 말하며 드나들었는데, 그중에는 사콘에쇼쇼로 나이는 스물두세 살쯤 되었고 성격은 침착하며 학문도 할 줄 안다고 인정받는 남자가 있었으나, 특별히 눈에 띄는 재능은 없는 탓에 첫 번째 결혼에도 실패했던 사람이 간절히 청혼해 오고 있었다. 히타치 부인은 많은 구혼자 중에서 이 사람이라면 인물에 결점이 적고, 결혼하면 불행한 딸에게 동정도 잘해 줄 것이며 풍채도 품위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보다 더 높은 귀족들은 아무리 부를 쫓는 이가 많다 한들 지방관의 집안에 혼인을 청할 리가 없다고 여겼기에 히메기미 쪽으로 그 편지 등을 전해주고 답장을 보내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될 때는 답장을 쓰는 법을 가르쳐 쓰게 하곤 했다. 부인은 독단적으로 결정하여, 가미는 사랑하지 않아도 자신은 히메기미의 사위를 목숨 걸고 소중히 여길 테니 히메기미의 아름다운 용모를 알게 된다면 누구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8월쯤으로 중매인과 약속을 한 뒤 도구들을 새로 장만하게 하고 유희용 기구 등도 특히 아름답게 만들게 하였으며, 마키에나 라덴의 솜씨가 좋은 것은 모두 히메기미의 물건이라며 따로 숨겨두고 솜씨 나쁜 것을 가미의 딸 물건으로 정해 남편에게 보여주곤 했는데, 가미는 아무런 식별도 할 줄 모르는 남자였기에 그것으로 충분했다. 좌식의 장식이 되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사들여 히메기미의 방은 그것들로 가득 찼고, 겨우 틈으로 눈을 내밀어 밖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도구들을 늘어놓았으며, 고토나 비와를 연습시키기 위해 어소 내교방 근처의 악사를 불러 스승으로 삼게 했다. 곡 중의 한 대목을 연주하게 되면 스승에게 절이라도 할 듯 가미는 기뻐하며 그 사람을 선물로 파묻을 정도로 대단한 소동을 피웠다. 화려하게 들리는 곡 등을 가르쳐 스승이 제자와 합주를 하고 있을 때는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하곤 했다. 거친 마음속에도 음악이 좋은 것임을 알고 있는 것이리라. 이런 일을 조금이라도 분별 있는 여자인 부인은 보기 흉하게 여겨 냉담하게 바라보았는데, 가미는 그것에 화를 내며 내 비장한 딸을 다른 딸들만큼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자주 원망했다.
8월에 중개자로부터 통보받았던 사콘쇼쇼는 드디어 그달이 다가오자, 이왕 할 것이면 월초에 하자며 재촉해 왔다. 그때 부인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 자신이 홀로 모든 것을 애태워 온 딸임을 말하고 그 진상을 미리 밝혀두지 않으면 사위가 될 사람이 나중에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처음부터 중개 역할을 했던 그 남자를 가까이 불러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상대자로 선택해 주신 아이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사양할 점이 많아 저희 쪽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전부터 계속 말씀해 주시니 상대방이 평범한 분도 아니어서 황송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 허락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친부이신 것도 아니기에 저 혼자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런 까닭에 혹여 부족한 점이 많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실까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딸은 여럿 있습니다만 보호자인 아버지가 있는 아이들은 그쪽에서 걱정해 줄 것이라 안심이 되어, 이 아이의 앞날만은 제가 온갖 고생을 해가며 고민하던 차에 여러 젊은이를 눈여겨보았으나 어딘가 불안한 점이 있어 결혼까지 이야기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소장님은 동정심이 깊은 성품이라 들었기에, 저희 쪽의 자격 부족도 잊은 채 약속까지 하게 되었습니다만, 제가 소중히 여기는 이 아이를 사랑해 주지 않는 일이 생겨 세상 체면까지 구겨지는 일이 있다면 슬플 것만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중개자는 즉시 소장에게 가서 히타치 부인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소장의 기분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처음부터 친자식이 아니라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잖아. 비슷하다고는 해도 남들 듣기에 한층 격이 떨어지는 것 같고, 드나들기에도 집안사람들에게 호의를 얻기 어려울 게야. 자네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함부로 일을 전한 거군."
라고 소장이 말하자 중개자는 안쓰러워하며,
"저는 원래 자세한 사정은 몰랐습니다. 그 집안 내부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말씀을 전했을 뿐입니다. 여러 딸 중 가장 소중히 돌보는 딸이라고만 들었기에 가미의 자식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부인의 데려온 딸이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용모와 성품이 뛰어나고 부인이 매우 아껴 명예로운 결혼을 시키려고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마침 당신께서 히타치 가문에 청혼할 좋은 연줄이 없겠느냐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제가 그런 작은 편의를 봐드릴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 시작입니다. 결코 함부로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명입니다."
심술궂고 말이 많은 사내였기에, 이처럼 씩씩거리는 말을 듣고 소장은 품위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방관 계급의 집안과 혼인하는 것은 남들이 좋게 말할 일은 아니지만, 요즘 세상엔 귀족 사위를 받들어 후원을 잘해준다면 체면이 좀 깎여도 참는 사람들도 있게 되었지. 어차피 비슷한 처지라 해도 세상 사람들 눈에는 굳이 계집의 사위까지 되어 그 집안의 덕을 보려 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미나모토노 쇼나곤이나 사누키노카미는 득의양양하게 드나들겠지만, 이곳에서 호의도 받지 못하는 사위로 지내는 것도 비참한 일이지."
중개자는 아첨꾼이자 이기심이 강한 성격이라, 소장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도 유리하게 이야기를 돌리려 생각했다.
"가미의 친딸을 원하신다면, 아직 너무 어려 보이기는 하나 그렇게 이야기를 해볼까요. 여러 자식 중에서 히메기미라고 부르며 아끼는 가미의 비장한 딸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이야, 처음부터 청혼했던 상대를 저버리고 다른 딸에게 다시 구혼하는 것도 보기 흉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원래 가미의 인품이 훌륭하여 감복한 나머지 후원자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생각한 일일 뿐이야. 나는 미인을 아내로 삼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어. 귀족 가문의 고운 딸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가난하게나마 풍류를 즐기며 살아가던 인간이 결국 타락하여 남들 눈에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하게 되는 꼴을 보자니, 조금 비난받더라도 물질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싶어지는군. 자네가 가미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서 상담에 응해줄 것 같으면, 굳이 의리에 얽매여 있을 필요도 없지."
라고 소쇼는 말했다. 중개자는 여동생이 히타치가(家)의 의붓딸인 히메기미의 뇨보로 일하고 있는 관계 덕분에 연애편지 따위도 전하게 하였으나, 가미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중개자는 뻔뻔스럽게 가미의 저택 쪽으로 가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라고 전하게 했다. 가미는 자기 집에 가끔 드나든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불러본 적도 없는 남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의아하여 사납고 불쾌한 기색을 보였으나,
"사콘쇼쇼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라고 남자가 시켜 말하게 하였기에 만날 수 있었다. 중개자는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으며 가까이 다가가,
"소장님은 몇 달 전부터 부인께 따님과의 결혼 문제로 편지를 드려왔는데, 허락을 받고 이번 달에 하기로 말씀하셨다기에 길일을 택해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따님이 비록 부인께서 낳은 자식이라 해도 히타치노카미의 친딸이 아니니, 공달이 사위가 되면 세상 사람들이 그저 부잣집 덕이나 보려고 결혼했다며 험담만 늘어놓을 것이라는군요. 지방관의 사위가 되는 사람은 나의 주군처럼 소중히 여겨져 손바닥 위에 올려놓듯 귀여움을 받기를 바라며 혼인을 맺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바람도 채워지지 않은 채 별다른 호의도 받지 못하는 처지의 사위로 드나드는 것은 좋지 않다는 식의 충고를 어떤 이가 했답니다. 그 사람뿐 아니라 여럿이 모두 똑같은 소리를 했기에 소장님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번민하고 계십니다. 애초에 자신은 실력 있는 후원자를 얻고 싶어 가장 적합한 분이라 생각해 고른 집안인데, 친딸이 아닌 따님이 있다는 건 조금도 몰랐던 일이니, 원래 뜻대로 아직 연세 어린 따님이 몇 분 계시다고 들었으니 그중 한 분과의 결혼 허락을 얻을 수 있다면 기뻐하실 겁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올리고 소장님의 생각을 여쭈어보고 오라고 하셨기에,"라며 말했다.
등등의 말을 하였다. 히타치노카미는,
"그런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자세히 알지 못했소. 나로서는 친자식과 다름없이 대해야 할 사람이지만, 변변찮은 자식들도 여럿 있는 데다 의지라곤 없는 내가 힘껏 그 아이들 뒷바라지에 매달리다 보니, 아내는 자기 딸만 차별해서 사랑하지 않는다고 심술궂게 말하곤 하여 나에게 일절 간섭하지 못하게 한 사람이라, 소장님께 편지가 오고 있다는 소식 정도만 어렴풋이 들었을 뿐 나를 신뢰하여 주신 뜻인 줄은 몰랐소. 그것은 매우 기쁜 이야기군. 나에게 특별히 사랑하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소. 많은 자식들 중에서도 그 아이만은 내 목숨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고 있지. 청혼하는 이들은 여럿 있지만, 요즘 사람들은 다들 변덕스러워 딸이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직 상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소. 어떻게든 불안하지 않은 결혼을 시키고 싶어 매일 그 생각뿐이었는데, 소장님이라면 존부이신 고 대장님께도 젊어서부터 곁에서 모셨던 인연이 있고, 친지로서 어릴 적부터 영민하게 태어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도 저택으로 뵙고 싶었으나 연이어 먼 지방에서 살게 된 뒤로는 경에 머물 때도 무엇 하나 귀찮아서 찾아뵙지도 못했던 나에게 이토록 고마운 청혼을 해주신 점은 거듭 송구할 따름이오. 말씀하신 대로 딸을 내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나, 지금까지의 계획을 무시당했다고 생각하여 아내에게 원망을 살까 봐 조금 조심스럽소."
라고 상세히 설명하였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아 중개자는 기뻐하였다.
"그런 점까지 고민하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소장님의 마음은 어머니는 어쨌든 따님의 아버지이신 당신 한 분의 허락을 얻고 싶어 하시는 것이니, 연세는 어려도 친따님이시고 소중히 여기시는 분과 결혼 승낙을 받으신다면 충분히 만족하실 것입니다. 친따님이 아닌 분과 짝이 되어 가짜 사위처럼 되는 것은 싫다고 말씀하셨지요. 인물은 참으로 훌륭하고 세간의 평판도 대단한 분입니다. 젊은 공달이라 해도 그분만은 여자에게 잘 보이려 애쓰거나 하지 않습니다. 하정에도 아주 밝으시고요. 영지는 몇 군데나 가지고 계십니다. 현재 수입이 적어 보여도 귀족은 가문에 딸린 위세라는 것이 있으니, 그저 돈 좀 있다고 뽐내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사위가 되실 것입니다. 다음번 구로도노카미는 틀림없이 그분 차례라고 제께서 친히 약속하셨습니다. '아무 흠잡을 데 없는 청년 조신인데 왜 아직 아내를 정하지 않았는가. 적절히 선정하여 후견이 되어줄 장인을 정하도록 하라. 내가 있는 이상 고급 관료로 조만간 올려주겠다.'라고 제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누구보다도 제의 신임을 받고 계신 분이 바로 그 소장님이십니다. 실제로 성격도 뛰어나고 중후한 분이지요. 이상적인 사위가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저쪽에서 먼저 말이 나온 것이니 이럴 때 주저하지 말고 혼담을 정하시는 것이 상책입니다. 사실 저쪽에는 혼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당신께서 주저하며 망설이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른 곳과 혼담을 정해버릴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당신을 위해 이 좋은 혼사를 권하는 것입니다."
중개자가 무책임하게 온갖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것을, 놀라울 정도로 시골뜨기 같은 마음이 되어버린 가미는 기쁜 듯 웃으며 듣고 있었다.
"현재의 수입이 적다는 따위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소. 내가 버티고 있는 이상, 머리 위까지 받들어 소중히 모실 것이오. 결코 부족함 없이 해주겠소. 내가 오래도록 뒷바라지하지 못하고 도중에 죽게 되더라도 유산인 영지는 하나도 그 아이 외에는 줄 생각이 없으니 안심해도 좋소. 자식은 많지만 그 아이에게만은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소.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분이라면 나중에 대신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 운동비가 많이 필요하게 될 때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오. 지금 제께서 그토록 아껴주시는 분이니 그것으로 충분하여 나 같은 사람이 나설 필요도 없을 것이오. 제의 후견 외의 것들은 소장님을 위해서나 내 아이를 위해서나 별다른 결과가 되지는 못하겠지."
가미가 과장되게 승낙의 뜻을 표하자 중개자는 기쁜 나머지 아내에게는 이 사정조차 말하지 않고 부인 쪽으로도 들르지 않은 채 돌아갔다. 중개자는 가미가 한 말을 마치 행복 그 자체를 가져다준 것처럼 꾸며 쇼쇼에게 보고했다. 쇼쇼는 속으로 조금 시골뜨기 같은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으나, 싫지는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대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운동비라도 내놓겠다는 말만큼은 지나친 망상이라 우스웠다.
"그에 관해 부인 쪽에는 이야기해 두었소? 부인께서 생각하시던 사람과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려는 것이니 말이오. 나의 이기심 때문에 그리된 것이라며 중상을 하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이 일은 어찌하면 좋겠소."
조금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는 것을 중개자는 끝까지 말하게 하지 않고,
"그런 걱정은 무용지물입니다. 부인께서도 이번의 따님을 소중히 여기고 계시니까요. 다만 가장 연장자인 따님이라 혼기도 넘길 것 같아, 앞의 일들을 걱정하여 그쪽으로 이야기를 전했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지금까지는 그 사람을 특별히 아끼는 딸이라고 말했던 같은 남자의 입에서 갑자기 이런 말을 듣는 것을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고 쇼쇼도 생각했으나, 역시 이기적인 생각이 승리를 거두어 한 번은 원망을 듣고 비방을 당할지라도 일생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며 처세법의 요령을 터득한 남자였기에 결심하고는, 부인과 약속했던 날짜조차 바꾸지 않은 채 그날 밤부터 히타치노카미의 딸이 있는 곳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부인은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히메기미의 결혼 준비를 하며 뇨보의 의복을 살피게 하고 방 안 등을 품격 있게 꾸몄다. 히메기미의 머리를 감기고 화장을 시켜보니, 쇼쇼 같은 사내의 아내로 삼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가련한 사람이었다. 아버님인 궁께 친딸로 인정받고 자랐다면, 비록 궁께서 돌아가신 뒤라도 미나모토노 다이쇼 등의 청혼은 영광스러운 일이니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만 이렇게 생각할 뿐, 남들이 보기에는 가미의 자식과 다를 바 없이 여길 것이고, 또 진상을 알게 되어도 사생아라고 여겨 오히려 경멸할까 봐 슬프다고 부인은 생각했다. 어찌하면 좋을까, 혼기를 놓치는 것도 행복한 일은 아니며, 가문 좋고 멀쩡한 사내가 이번처럼 간절히 청해 오니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그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도 중개자가 가미에게 했던 것과 같은 좋은 말만 늘어놓는 이야기에, 더구나 여자인 부인이 쉽게 속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내일이나 모레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바빠서 한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부인에게, 밖에서 가미가 들어와 길고 장황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를 따돌려 놓고, 내 소중한 딸의 구혼자를 자기 딸 쪽으로 가로채려 했단 말이오? 어처구니없고 유치한 짓이구려. 당신의 훌륭한 따님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공달은 없는 모양이오. 비천한 나 같은 놈의 딸을 기어이 아내로 삼겠다고 하시니 계획을 잘 세웠다고 생각했겠지만, 당신이 애초의 마음과는 다르게 다른 혼담을 정하려 했기에 그렇다면 뜻대로 이쪽 아이 쪽으로 하겠다고 내가 정해버렸소."
아무런 배려도 없이 가미는 이 괴상한 보고를 득의양양하게 아내에게 전했다. 부인은 기가 막혀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 일이었나 싶으니 인생의 비참함이 한꺼번에 가슴으로 솟구쳐 올라 눈물이 떨어질 지경까지 되었기에, 조용히 일어나 걸어 나갔다. 히메기미의 거처로 가보니 그이는 가련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부인은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어떤 운명이 이곳에 나타나더라도 이 사람이 누구보다 불우한 처지에 놓일 리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히메기미의 유모를 상대로 부인은,
"사람의 마음이란 참 싫은 것이구려. 나는 모두 똑같이 내 딸이라 생각하고 돌보아 왔건만, 이 아이와 인연을 맺는 사람에게는 내 목숨까지 내어주고 싶을 정도인데, 아버지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는 경멸하며 아직 나이도 어린 미숙한 아이를, 이 아이를 제쳐두고 아내로 삼는 짓을 할 수 있다니 말이에요. 그런 사람을 사위로 삼는 것은 이제 절대 싫지만, 가미가 명예롭게 여겨 대소동을 피우는 것을 보니 그것이 딱 어울리는 사위와 장인 사이인 것 같군요.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당분간은 이 집이 아닌 곳에 가 있고 싶군요."
이렇게 탄식하며 말했다. 유모 역시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히메기미가 멸시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괜찮습니다, 마님. 이것도 결국 아가씨의 운세가 강해서 저 사람과 결혼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이분의 가치를 알 리가 없지요. 아가씨는 사리를 밝게 이해하고 동정심이 두터운 분에게 시집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미나모토노 우다이쇼님의 풍채를 어렴풋이 보았을 뿐이지만, 마치 목숨도 연장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친절한 청혼도 있으니 운에 맡기고 그분을 사위로 삼으시지요."
"참으로 무서운 일이군요. 남들 말로는, 오랫동안 뛰어난 여성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셔서 좌대신, 아제치 다이나곤, 시키부쿄노 미야님 등으로부터 사위로 맞이하고 싶다는 간곡한 청을 모두 무시하시다가, 제께서 아끼시는 궁님을 아내로 맞이하신 분이니, 아무리 훌륭해 보이는 사람이라 한들 진심으로 사랑해주실까요. 어머니이신 아마노미야의 뇨보로 두어 가끔은 사랑해주려 하실지 모르겠지만요. 겉으로는 훌륭해 보여도 그런 관계 속에 놓인다는 건 괴로운 법이잖아요. 니조노인 부인을 행복한 분이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근심이 가실 날 없는 모습을 보면, 어떤 사람이든 좋으니 유일한 아내로 사랑해주는 남편 말고는 기댈 곳 없다는 사실을 저 자신의 경험으로도 알고 있답니다. 돌아가신 하치노미야님은 정 많은 분처럼 보였고, 미남에 우아한 모습이셨지만, 나를 가볍게 여기셨던 것이 얼마나 서럽고 원망스러웠던지요. 가미는 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언어도단인 사람이지만, 나를 한 사람의 아내로만 여기고 다른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에 나는 절대적인 안심을 얻어 오늘날까지 살아왔답니다. 이번처럼 무례하고 매정한 행동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근심하거나 질투하게 만들 일 없이, 비록 둘이서 말다툼은 할지언정 '어쩔 수 없지' 하고 잘 체념해버리는 게 우리 부부랍니다. 고관대작이나 친왕님이라 불리며 우아하고 고상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삼아본들, 우리에게 자격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지요. 모든 것은 자신의 사회적 가치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하니 이분이 더더욱 가련하게 느껴지지만, 어떻게든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행복한 결혼을 시키고 싶네요."
두 사람은 히메기미의 장래에 관하여 이런저런 상담을 나누었다.
가미는 사위를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며,
"뇨보들은 이쪽에 좋은 이들이 많이 있으니 당분간 저쪽 아가씨 곁에 붙여두도록 하게. 조다이의 비단 휘장도 새로 장만했겠지?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장 준비할 수는 없을 테니 그대로 사용하고, 이쪽 방을 쓰도록 하지."
가미는 서쪽 방 쪽으로도 이런 말을 하러 와서 대단히 소란을 피웠다. 부인이 감각 있고 단정하게 꾸며놓았던 히메기미의 방에 병풍을 겹겹이 세우고, 장식장이며 이층 선반 따위를 징그러울 정도로 늘어놓아 그런 것을 기준으로 모든 준비가 갖춰지는 것을 보며 부인은 꼴불견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히메기미는 북쪽 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신의 마음은 이제 다 알겠어요. 똑같이 당신 자식이니 애정에 차이가 있다 한들 이번 같은 경우에 방치해둘 수는 없을 것이라 믿었던 제가 잘못이었군요. 이제 됐어요. 세상에는 어머니가 있는 자식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가미는 이렇게 말하고는 낮부터 유모와 둘이서 사랑하는 딸을 어루만지며 매만졌기에, 그리 흉한 모습의 처녀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십오륙 세가 된 아이는 키가 작고 통통했으며 결 고운 머릿결을 지녀, 고우치기의 길이만큼 늘어진 머리카락 끝이 풍성했다. 가미는 그 머리카락을 유난히 칭찬하며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안사람이 다른 계획을 세워두었던 사람을 굳이 친자식의 사위로 삼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네만, 워낙 인물이 훌륭해서 너도나도 사위로 삼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으니 다른 곳에 빼앗기는 것이 아까워서 말이오."
하고 중개자의 감언이설에 놀아난 가미가 지껄이는 소리는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사콘쇼쇼 또한 이 화려한 장인의 모습에 만족하여, 부인 쪽에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예전에 약속했던 날 밤부터 드나들기 시작했다. 가미의 아내와 히메기미의 유모는 이 광경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비뚤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 부인은 뒷바라지를 해주려 마음먹었지만, 차마 내키지 않은 채 우선 니조노인의 나카노키미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용건이 없어 편지를 올리는 것도 너무 지나친 듯하여 결례가 아닐까 싶어, 안부는 어떠신지 늘 마음 쓰면서도 여쭙지 못했습니다. 저 아이에게 근신해야 할 날이 다가와서 잠시 어디든 거처를 옮기게 할까 합니다만, 잠시 곁에 머물게 해주시면 어떨까 하옵니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방을 빌릴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사옵니다. 보잘것없는 제가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아이를 힘든 처지에 두는 일이 잦은 서글픈 세상이건만, 그래도 의지할 곳이라 생각되는 분은 오직 당신님뿐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