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이 수기를 써 내려간 광인을 나는 직접 알지 못한다.하지만 이 수기에 등장하는 교바시의 스탠드 바 마담으로 짐작되는 인물을 나는 조금 알고 있다.체구가 작고 안색이 좋지 않으며, 눈꼬리가 가늘게 올라가고 코가 높은, 미인이라기보다는 미청년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법한 단단한 느낌의 사람이었다.이 수기에는 아무래도 쇼와 5, 6, 7년, 그 무렵의 도쿄 풍경이 주로 비치고 있는 듯하나, 내가 그 교바시의 스탠드 바에 친구를 따라 두세 번 들러 하이볼 따위를 마셨던 것은, 그 악명 높은 일본의 '군부'가 슬슬 노골적으로 날뛰기 시작하던 쇼와 10년 전후의 일이었기에 이 수기를 쓴 남자와는 만날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올해 2월, 나는 지바현 후나바시시에 대피하고 있는 어느 친구를 찾아갔다.그 친구는 나의 대학 시절 말하자면 학우로, 지금은 모 여자 대학의 강사를 하고 있는데, 사실 나는 이 친구에게 내 친척의 혼담을 의뢰했던 터라 그 용무도 있고 겸사겸사 신선한 해산물이라도 구해서 우리 집 식구들을 먹여볼까 하는 생각에, 배낭을 메고 후나바시시로 나갔던 것이다.
후나바시시는 진흙 바다를 마주한 꽤 큰 마을이었다.새로 이주해 온 그 친구의 집은 그 땅의 사람들에게 주소를 알려주며 물어봐도 좀처럼 알 수 없는 곳이었다.추운 데다 배낭을 멘 어깨가 아파져서, 나는 레코드의 바이올린 소리에 이끌려 어느 찻집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곳의 마담이 낯이 익어 물어보니 과연 10년 전 그 교바시의 작은 바 마담이었다.마담도 나를 금세 떠올린 듯하여 서로 과장되게 놀라고 웃었으며, 그러고 나서는 이런 때의 정석인, 그놈의 공습으로 집을 잃은 서로의 경험을 묻지도 않았는데 마치 자랑인 양 떠들어댔다.
"당신은, 그래도 변함이 없네요."
"아니요, 이제 할머니예요.몸이 삐걱거린다니까요.당신이야말로 아주 젊으시네요."
"말도 안 돼요, 애가 벌써 셋이나 있는걸요. 오늘은 그 녀석들 먹일 거 사러 나왔어요."
라고 말하며, 이 역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의 정석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둘이 공통으로 아는 지인의 그 후 소식을 묻기도 하다가, 그러던 중 마담이 문득 어조를 바꾸어 당신, 요조를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그건 모른다고 대답하자 마담은 안으로 들어가 세 권의 공책과 세 장의 사진을 가져와 내게 건네주며,
"혹시 소설 재료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말했다.
나는 남이 억지로 떠넘긴 재료로는 글을 쓰지 못하는 성격이라, 당장 그 자리에서 돌려줄까 생각했지만, (세 장의 사진, 그 기괴함에 관해서는 머리말에도 써 두었다) 그 사진에 마음이 끌려 어쨌든 공책을 맡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이곳에 들를 예정이지만, 어느 동 몇 번지의 누구 씨, 여자 대학 선생을 하는 사람 집을 아느냐고 묻자, 역시 새로 이주해 온 주민끼리라 알고 있었다.가끔 이 찻집에도 들른다고 한다.바로 근처였다.
그날 밤 친구와 술을 조금 나누어 마시고 하룻밤 묵기로 한 뒤, 나는 아침까지 한숨도 자지 않고 그 공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수기에 적혀 있는 것은 옛날 이야기이긴 했지만, 현대 사람들이 읽더라도 꽤나 흥미를 가질 것이 분명했다.설익은 내 붓을 더하느니, 이것은 이대로 어딘가 잡지사에 부탁하여 발표하는 편이 훨씬 유의미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아이들 줄 선물로 산 해산물은 건어물뿐.나는 배낭을 메고 친구의 집을 나와 그 찻집에 들러,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라고 곧장 말을 꺼내,
"이 공책, 한동안 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이 사람은 아직 살아 있나요?"
"글쎄요, 그게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10년 정도 전에 교바시 가게 앞으로 그 공책과 사진이 든 소포가 왔는데, 발신인은 요조임이 분명하지만 그 소포에는 요조의 주소도, 이름조차도 적혀 있지 않았거든요.공습 때 다른 물건들과 섞여서 이것도 신기하게 살아남았는데, 저번에 처음으로 전부 읽어봤는데……"
"울었나요?"
"아니요, 운다기보다는…… 안 됐어요. 사람도 그렇게 되어버리면 이제 가망이 없어요."
"그로부터 10년, 그렇다면 벌써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르겠네.이건 당신에게 보내는 감사의 뜻으로 보낸 모양이에요.다소 과장해서 쓴 부분도 있겠지만, 하지만 당신도 상당히 심한 피해를 본 모양이군요.만약 이것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의 친구라면, 역시 정신병원에 데려가고 싶어졌을지도 모르겠어."
"그분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요조는 아주 솔직하고 눈치도 빨라서, 그 정도 술만 안 마셨다면, 아니, 마셨더라도…… 하느님처럼 착한 아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