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활판소
조반니가 학교 교문을 나설 때, 같은 반 아이 대여섯 명은 집으로 가지 않고 카무파넬라를 가운데에 둔 채 교정 구석 벚나무 근처에 모여 있었습니다. 오늘 밤 별 축제 때 사용할 파란 등을 만들어 강물에 띄울 하늘타리를 따러 가자고 의논하는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손을 크게 흔들며 씩씩하게 학교 교문을 빠져나왔습니다. 마을 집집마다 오늘 밤 은하 축제를 위해 주목 잎을 엮어 매달거나 편백나무 가지에 불을 밝히는 등 여러모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집으로 가지 않고 마을을 세 번 돌아 큰 활판소로 들어가 곧바로 입구 계산대에 있던 헐렁한 흰 셔츠를 입은 사람에게 인사했습니다. 조반니가 신발을 벗고 올라가 복도 끝에 있는 큰 문을 열자, 낮인데도 전등이 켜져 있고 수많은 윤전기가 덜컹덜컹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머리에 천을 두르거나 램프 셰이드를 쓴 사람들이 무언가를 노래하듯 읽거나 세며 분주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입구에서 세 번째로 있는 높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했습니다. 그 사람은 한참 동안 선반을 뒤적이더니,
"이만큼 다 주워 갈 수 있겠나?" 하며 종이쪽지 한 장을 건넸습니다. 조반니는 그 사람의 테이블 발치에서 작고 납작한 상자를 꺼내 들고는 전등이 많이 달려 세워져 있는 벽 구석으로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작은 핀셋으로 좁쌀만 한 활자를 하나씩 하나씩 줍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조반니의 뒤를 지나가며,
"여어, 돋보기 군, 안녕." 하고 말하자, 근처에 있던 네다섯 명의 아이들이 소리도 내지 않고 이쪽을 보지도 않은 채 차갑게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몇 번이나 눈을 훔치며 활자를 차근차근 주웠습니다.
여섯 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한참 지난 뒤, 조반니는 주운 활자가 가득 담긴 납작한 상자를 다시 한번 손에 든 종이쪽지와 대조해 본 다음 아까 그 테이블 사람에게 가져갔습니다. 그 사람은 말없이 상자를 받아 들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반니는 인사하고 문을 열어 아까의 계산대로 왔습니다. 그러자 아까 그 흰 옷을 입은 사람이 역시 말없이 작은 은화 하나를 조반니에게 건넸습니다. 조반니는 갑자기 안색이 밝아져 기운차게 인사하고는 계산대 아래에 두었던 가방을 챙겨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 활기차게 휘파람을 불며 빵집에 들러 빵 한 덩어리와 각설탕 한 봉지를 사서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