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켄타우로스 축제의 밤
조반니는 휘파람을 부는 듯한 외로운 표정으로, 편백나무가 새까맣게 늘어선 마을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언덕 아래에는 커다란 가로등 하나가 푸르스름하고 당당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가 점점 전등 쪽으로 내려가자, 지금까지 괴물처럼 길고 흐릿하게 뒤로 늘어져 있던 조반니의 그림자는 점점 진하고 검고 뚜렷해지면서, 발을 들거나 손을 흔들며 조반니의 옆쪽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훌륭한 기관차다. 여기는 내리막길이라 빠르지. 나는 이제 저 전등을 지나칠 거야. 자, 이번엔 내 그림자가 콤파스네. 저렇게 빙글 돌아서 앞쪽으로 왔어.'라고 조반니가 생각하며 성큼성큼 가로등 아래를 지나갈 때, 갑자기 낮에 본 자넬리가 칼라가 뾰족한 새 셔츠를 입고 가로등 건너편 어두운 골목에서 나와 휙 하고 조반니와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넬리, 하늘타리 띄우러 가니?" 조반니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조반니, 아빠한테서 해달 가죽 외투 올 거야!" 그 아이가 뒤에서 내던지듯 소리쳤습니다.
조반니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주변이 온통 쨍하고 울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뭐야, 자넬리." 조반니는 큰 소리로 대꾸했지만 자넬리는 이미 맞은편 노간주나무가 심긴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 뒤였습니다.
'자넬리는 왜 내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뛸 때는 꼭 쥐 같은 주제에.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 자넬리가 바보라서야.'
조반니는 복잡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온갖 불빛과 나뭇가지로 아름답게 꾸며진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시계방에는 환한 네온사인이 켜져 있었고, 1초마다 돌로 만든 부엉이의 빨간 눈이 데굴데굴 움직이거나, 여러 보석이 바닷빛을 띤 두꺼운 유리판 위에 놓여 별처럼 천천히 회전하고, 또 맞은편에서는 구리로 만든 반인반마 상이 천천히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둥근 검은색 별자리판이 파란 아스파라거스 잎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넋을 잃고 그 별자리판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습니다.
그것은 낮에 학교에서 본 그 도안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그날의 시간과 날짜에 맞춰 판을 돌리면 지금 떠 있는 하늘이 타원형 안에 그대로 돌아서 나타나게 되어 있었습니다. 역시 그 한가운데는 위에서 아래로 은하수가 흐릿한 띠처럼 뻗어 있고, 그 아래쪽에서는 희미하게 폭발하며 김이라도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뒤쪽에는 삼각대가 달린 작은 망원경이 노랗게 빛나며 서 있었고, 맨 뒤쪽 벽에는 하늘의 온갖 별자리를 기묘한 짐승이나 뱀, 물고기, 병 모양으로 그려 넣은 커다란 지도가 걸려 있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전갈이나 용사 같은 것들이 하늘에 꽉 차 있을까? 아, 나는 저 속을 끝없이 걸어 다니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반니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의 우유 생각을 떠올린 조반니는 그 가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꽉 끼는 외투 어깨 부분을 신경 쓰면서도 일부러 가슴을 펴고 크게 팔을 흔들며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공기는 맑게 개어 마치 물처럼 거리와 가게 안을 흘렀고, 가로등은 모두 파란 전나무나 졸참나무 가지로 감싸여 있었으며, 전기 회사 앞의 플라타너스 나무 여섯 그루에는 콩알만 한 전등이 잔뜩 달려 있어 정말이지 그곳은 인어의 도시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주름이 잡힌 새 옷을 입고 '별 돌기' 휘파람을 불거나,
"켄타우로스여, 이슬을 내려라!" 하고 외치며 달리거나, 파란 마그네슘 불꽃을 터뜨리며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어느새 다시 고개를 깊이 숙이고, 주변의 활기참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우유 가게를 향해 서둘러 걸어갔습니다.
조반니는 어느새 마을 어귀, 포플러 나무들이 별이 뜬 하늘 위로 높이 솟아 있는 곳에 와 있었습니다. 우유 가게의 검은 문을 들어서서 소 냄새가 나는 어둑한 부엌 앞에 섰습니다. 조반니가 모자를 벗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했지만,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계세요?" 조반니가 똑바로 서서 다시 불렀습니다. 그러자 한참 뒤, 나이 든 부인 한 분이 어디가 편찮은지 느릿느릿 걸어 나와 무슨 일이냐며 웅얼거렸습니다.
"저, 오늘 우유가 저희 집으로 안 와서 받으러 왔어요." 조반니가 있는 힘껏 기운차게 말했습니다.
"지금 아무도 없어서 잘 모르겠구나. 내일 다시 오렴."
그 부인은 빨간 눈 아래를 비비며 조반니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엄마가 아프셔서 오늘 밤에 꼭 있어야 해요."
"그럼 조금 있다가 다시 오렴." 그 부인은 곧 돌아갈 기세였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감사합니다." 조반니는 인사하고 부엌에서 나왔습니다.
십자로가 된 길모퉁이를 돌려는데, 다리 쪽으로 가는 잡화점 앞에서 검은 그림자와 흐릿한 흰 셔츠들이 뒤섞여, 서너 명의 학생들이 휘파람을 불고 웃으며 저마다 하늘타리 등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웃음소리도 휘파람 소리도 모두 익숙한 것이었습니다. 조반니의 반 친구들이었던 것입니다. 조반니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되돌아가려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더욱 기운차게 그쪽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강으로 가니?" 조반니가 말하려다 목이 조금 메는 듯했을 때,
"조반니, 해달 털가죽 옷이 온다." 아까의 자넬리가 다시 외쳤습니다.
"조반니, 해달 털가죽 옷이 온다." 곧바로 모두가 이어서 외쳤습니다. 조반니는 새빨개져서 자기가 걷고 있는지도 모른 채 서둘러 지나쳐 가려 했는데, 그 속에 카무파넬라가 있었습니다. 카무파넬라는 안쓰러운 듯 가만히 조금 웃으며, 화내지 않을까 싶다는 듯이 조반니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도망치듯 그 눈길을 피했고, 카무파넬라의 훤칠한 모습이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제각기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골목길을 돌 때 돌아보니 자넬리가 역시 뒤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무파넬라 또한 높이 휘파람을 불며 저쪽 희미하게 보이는 다리 쪽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조반니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외로워져서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귀에 손을 대고 와아 하고 외치며 한 발로 껑충껑충 뛰던 어린아이들이 조반니가 재미있어서 달리는 줄 알고 와아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곧 조반니는 검은 언덕 쪽으로 서둘러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