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감사합니다만," 벨라 양은 곱슬머리를 차갑게 흔들며 말했다. "딱히 외출하고 싶은 기분은 안 드는군요."
"벨라!" 윌퍼 부인이 타이르듯 말했다. "벨라, 그런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래요, 엄마 말씀대로 마음을 다스려 봐요, 얘야." 보핀 부인이 권했다. "우리가 당신과 함께하면 정말 기쁠 테고, 당신은 이렇게 예쁜데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고는 이 상냥한 부인은 벨라에게 입을 맞추고 보조개가 파인 어깨를 토닥였다. 윌퍼 부인은 사형 집행 전 면회를 주관하는 관리처럼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
"우린 좋은 집으로 이사 갈 거예요." 보핀 부인이 말했다. 그녀는 보핀 씨가 딱히 반박할 수 없을 때 이 문제로 그와 타협할 만큼 현명했다. "좋은 마차도 한 대 장만해서 어디든 다니며 온갖 구경을 할 생각이죠." 그러고는 벨라를 곁에 앉히고 손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우리를 처음부터 싫어하지 말아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알겠죠?"
솔직함과 상냥함에 마음이 흔들리기 쉬운 젊은 나이 탓인지, 벨라 양은 보핀 부인의 순수한 말에 감동하여 솔직하게 보핀 부인의 입맞춤에 화답했다. 하지만 보핀 부부에게 신세를 지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싶어 했던 세상 물정에 밝은 어머니 윌퍼 부인은 그 모습이 영 마뜩잖았다.
"제 막내딸 라비니아입니다." 라비니아 양이 다시 나타나자 화제를 돌릴 기회를 잡은 윌퍼 부인이 말했다. "이쪽은 가족 친구인 조지 샘슨 씨예요."
그 가족의 친구는 다른 모든 사람을 가족의 적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열병에 빠진 상태였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지팡이의 둥근 머리 부분을 마치 마개처럼 입에 물었다. 마치 목구멍까지 모욕적인 감정이 차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보핀 부부를 가차 없는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우리 집에 머물러 올 때 동생도 함께 데려오고 싶다면, 물론 기쁠 거예요." 보핀 부인이 말했다. "벨라 양, 당신이 즐거운 것이 곧 우리에게도 기쁨이니까요."
"오, 제 의견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라비니아 양이 소리쳤다.
"래비," 언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눈에는 띄되 입은 열지 않도록 좀 해 줘."
"싫어, 안 할래." 날카로운 라비니아가 대답했다. "난 낯선 사람들의 관심이나 받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너는 어린애야."
"난 어린애가 아니고, 관심받고 싶지도 않아. '동생도 데려오라니,' 정말이지!"
"라비니아!" 윌퍼 부인이 말했다. "그만해라! 그 어떤 낯선 사람들이든―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다만―내 아이를 얕잡아 볼 수 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의심을 내 면전에서 늘어놓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이 우스꽝스러운 아이야, 보핀 부부가 사람을 깔보는 마음으로 이 문을 들어섰으리라고, 혹은 설령 그랬다 한들 네 어머니의 몸에 그들을 나가라고 요구할 기력이 남아 있는 한, 단 1초라도 이곳에 머물렀으리라고 감히 생각하는 것이냐?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넌 네 어머니를 너무 모르는 것이야."
"다 좋은 말씀이시겠죠," 라비니아가 투덜거리기 시작하자 윌퍼 부인이 말을 받았다.
"그만! 이런 건 용납하지 않겠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모르느냐? 이 귀한 분들이 네 가족 중 누구든―누구든 상관없다만―얕잡아 볼 생각 따위를 했을지 모른다고 감히 암시하는 것은, 그들이 거의 미친 거나 다름없는 무례를 범했다고 비난하는 것임을 모르겠느냐?"
"저와 보핀 부인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부인." 보핀 씨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실례지만, 전 신경이 쓰이는군요." 윌퍼 부인이 대답했다.
라비니아 양은 짧게 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네, 그럼요."
"그리고 나는 당돌한 내 딸에게 요구한다." 윌퍼 부인은 막내딸을 향해 쏘아보았지만 그 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언니 벨라에게 공정하게 대해라. 언니 벨라는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언니 벨라가 누군가의 호의를 받아들일 때는 자신이 받는 만큼의 명예를 준다고 생각한다는 점도 알아둬라." 부인은 분노에 찬 몸짓으로 몸을 떨며 말을 이었다. "어디까지나 말이다."
하지만 이때 벨라 양이 거부하며 조용히 말했다. "제 일은 제가 말할 수 있어요, 어머니. 저를 끼워 넣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편리한 나를 방패 삼아 다른 사람을 겨냥하는 건 아주 좋지만," 억눌리지 않는 라비니아가 심술궂게 말했다. "조지 샘슨이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묻고 싶네요."
"샘슨 씨," 윌퍼 부인이 선언했다. 그 젊은 신사가 입에 물었던 지팡이 끝을 빼는 것을 본 윌퍼 부인이 그를 매섭게 쏘아보자, 그는 다시 그것을 입에 물었다. "샘슨 씨는 우리 가족의 친구이자 이 집을 자주 드나드는 분으로서, 제가 확신하건대 이런 주제넘은 권유에 끼어들 만큼 무례하지 않으시죠."
이 젊은 신사의 고무된 태도는 양심적인 보핀 부인으로 하여금 그를 마음속으로 부당하게 평가했던 것을 뉘우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자신과 보핀 씨가 언제든 그를 반갑게 맞이하겠다고 말하게 했다. 그러자 그는 여전히 입에 마개를 문 채로 "과분한 말씀입니다만, 저는 낮이나 밤이나 항상 바쁩니다."라고 대답하며 그 호의를 멋지게 받아쳤다.
하지만 벨라가 매력적인 방식으로 보핀 부부의 호의에 화답하여 모든 단점을 상쇄해 주었기에, 마음 편한 보핀 부부는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그들은 벨라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그녀를 맞이할 준비가 되는 즉시 보핀 부인이 다시 찾아와 그 사실을 알리겠다고 제안했다. 이 합의를 윌퍼 부인은 마치 '너희의 부족함은 눈감아 줄 테니, 불쌍한 것들아, 너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소원을 들어주마'라고 말하는 듯, 위엄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장갑 낀 손을 흔들어 승인했다.
"그나저나, 부인." 보핀 씨가 가려다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셋집 사시는 분이 있죠?"
"한 신사분께서," 윌퍼 부인이 그 저속한 표현을 정정하며 대답했다. "분명 우리 집 이층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그분을 '어디선가 온 사내'라고 불러도 되겠군요." 보핀 씨가 말했다. "그런데 그 '어디선가 온 사내'는 어떤 사람입니까? 마음에 드시나요?"
"로크스미스 씨는 매우 시간 관념이 철저하고, 아주 조용하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세입자예요."
"왜냐하면," 보핀 씨가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그 '어디선가 온 사내'와 그리 친분이 깊지 않아서 딱 한 번 본 게 전부거든요. 부인께서 좋게 말씀하시니 궁금해서요. 지금 집에 있나요?"
"로크스미스 씨는 집에 있어요." 윌퍼 부인이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창밖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저기 정원 문 앞에 서 있네요. 어쩌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지도 모르죠?"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보핀 씨가 대답했다. "내가 들어오는 걸 봤을 수도 있고요."
벨라는 이 짧은 대화를 주의 깊게 들었다. 보핀 부인을 따라 정원 문까지 나간 그녀는 뒤이어 벌어지는 일을 그만큼 유심히 지켜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보핀 씨가 말했다. "이쪽은 보핀 부인이오. 여보, 이분이 내가 말했던 로크스미스 씨라오."
부인이 그에게 인사하자, 그는 서둘러 움직여 민첩한 손길로 부인이 마차 좌석에 앉는 것을 도왔다.
"당분간 안녕, 벨라 양." 보핀 부인이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우리 곧 다시 만나요! 그때는 내 작은 존 하몬을 당신에게 꼭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차 바퀴 곁에서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고 있던 로크스미스 씨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얼굴이 너무나 창백해져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보핀 부인이 소리쳤다.
"어머나!" 그리고 잠시 후, "무슨 일 있으세요, 선생님?"
"죽은 사람을 어떻게 보여준다는 겁니까?" 로크스미스 씨가 반문했다.
"그저 입양한 아이일 뿐이에요. 내가 그 애한테 말해줬던 아이죠. 내가 이름을 주려는 아이 말이에요!"
"깜짝 놀랐습니다." 로크스미스 씨가 말했다. "그렇게 젊고 생기 넘치는 사람에게 죽은 사람을 보여주겠다는 말씀을 하시니, 마치 불길한 징조처럼 들리는군요."
이제 벨라는 로크스미스 씨가 자신을 흠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의심이라기보다는 확신에 가까웠다)이 처음보다 그에게 더 마음이 기울게 했는지, 아니면 덜 기울게 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안달이 난 이유가 자신의 불신을 정당화하려 해서인지, 아니면 그 불신에서 그를 해방해주고 싶어서인지, 그 속마음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대체로 벨라의 머릿속을 크게 차지하고 있었고, 그녀는 이번 사건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정원 문 앞 오솔길에 둘만 남겨졌을 때, 그가 그녀만큼이나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그도 알고 있었다.
"참 훌륭한 분들이시더군요, 윌퍼 양."
"잘 아시는 분들인가요?" 벨라가 물었다.
그가 미소 지으며 그녀를 탓했고,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두 사람 모두 그녀가 그를 함정에 빠뜨려 거짓 대답을 끌어내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가 말했다. "그분들에 대해 '들어서' 아는 정도입니다."
"정말로 그분은 당신을 딱 한 번 봤다고 하던걸요."
"정말로, 그분 말씀이 맞을 겁니다."
벨라는 이제 긴장되어, 방금 한 질문을 거둬들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당신에게 깊은 관심을 느끼고 있는 제가, 무덤 속에 있는 살해된 사람과 당신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처럼 들리는 제안에 놀란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겠지요. 당연히 금방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 대한 제 관심은 여전합니다."
사색에 잠긴 채 거실로 다시 들어선 벨라 양을, 억제할 수 없는 라비니아가 맞이했다.
"거 봐, 벨라! 드디어 네 소원을 이뤘길 바래. 너의 보핀 부부 덕분에 말이야. 이제 너의 보핀 부부와 함께라면 충분히 부자가 되겠지. 네가 좋아하는 남자들과 실컷 바람을 피워도 되겠네, 그 보핀 부부 집에서 말이야. 하지만 나를 너의 보핀 부부한테 데려갈 생각은 마.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랑 너의 보핀 부부까지 다 싫으니까!"
"만약," 조지 샘슨 씨가 침울하게 입에 물었던 지팡이 마개를 빼며 말했다. "벨라 양의 그 보핀 씨가 나한테 또 그런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남자 대 남자로 경고하는데, 그는 자기 위험을 감수해야 할……." 그는 '위험(peril)'이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라비니아 양은 그의 지적 능력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고, 그의 연설이 어떤 상황에도 논리적으로 들어맞지 않는다고 여겨, 그의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날카롭게 마개를 다시 홱 집어넣었다.
이제 훌륭하신 윌퍼 부인은 이 보핀 부부에게 보여주기 위한 마네킹으로 막내딸을 이용하고 나자, 딸에게 상냥하게 대하며 아직 아껴두었던 마지막 성격적 강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관상가로서의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가족들에게 펼쳐 보이는 것이었는데, 이 능력은 일단 발동되면 하등한 예지력으로는 알아챌 수 없는 어둠과 악으로 항상 가득 차 있었기에 알. 더블유.(R. W.)를 늘 공포에 떨게 했다. 주목할 점은, 윌퍼 부인이 지금 이 일을 벌이는 순간에도 보핀 부부가 없는 자신의 친구들 머리 위로 이 보핀 부부와 그들이 유지하는 위세를 어떻게 뽐낼지 궁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며, 이는 전적으로 그 보핀 부부를 질투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예절에 대해서는," 윌퍼 부인이 말했다. "아무 말 않겠어요. 그들의 외양에 대해서도, 아무 말 않겠어요. 벨라를 향한 그들의 의도가 사심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 말 않겠어요. 하지만 보핀 부인의 얼굴에 쓰여 있는 그 교활함과 은밀함, 그리고 어둡고 깊은 뒷공작은 나를 몸서리치게 만들어요."
그러한 해로운 속성들이 전부 그곳에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라도 보여주려는 듯, 윌퍼 부인은 그 자리에서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