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상기시키는 자들과 재상기시키는 자들
비서는 지체 없이 업무에 착수했고, 그의 경계심과 체계적인 일 처리는 곧 황금 먼지꾼의 사업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고용주가 자신에게 맡긴 모든 업무의 전모를 낱낱이 파악하려는 그의 열의는 업무를 처리하는 신속함만큼이나 남달랐다. 그는 남을 통해 얻은 정보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것을 완전히 통달했다.
황금 먼지꾼보다 사람을 더 잘 아는 사람이라면 비서의 행동 저변에 깔린 한 가지 측면을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비서는 그 누구보다도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캐묻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업무 전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는 성에 차지 않아 했다. 곧 (그가 일을 시작할 때 보여준 지식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하몬의 유언장이 등록된 관청에 가서 유언장을 읽어보았음이 분명해졌다. 그는 보핀 씨가 이 문제나 저 문제에 대해 자신과 상의할지 고민하기도 전에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한발 앞서 나갔다. 그는 감추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업무를 최선으로 완수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준비를 갖추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여기는 듯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점은 황금 먼지꾼보다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이라면 다소 막연한 의심을 품게 했을지도 모른다. 반면, 비서는 통찰력이 있고 신중하며 입이 무거웠고,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열성적이었다. 그는 후원을 받거나 돈을 지배하는 데 욕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두 가지 모두를 보핀 씨에게 양보하는 편을 확연히 선호했다. 그가 한정된 영역에서 권력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지식의 힘, 즉 자신의 업무를 완벽하게 이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권력이었을 것이다.
비서의 얼굴에 이름 모를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듯, 그의 태도에도 그만큼 형용하기 어려운 그림자가 있었다. 윌퍼 가족과 함께했던 첫날밤처럼 그가 당황해서가 아니었다. 이제 그는 습관적으로 당황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그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그 당시처럼 그의 태도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준비성 있는 아주 훌륭한 태도였다. 그런데도 그 무언가는 사라지지 않았다. 잔혹한 포로 생활을 겪었거나, 끔찍한 궁지에 몰렸었거나, 자기보호를 위해 방어 능력이 없는 동료를 죽여야 했던 사람들의 경우, 죽을 때까지 그 기억이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글이 있다. 이곳에도 그런 기억의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일까?
그는 새집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고, 한 가지 기이한 예외를 제외하면 그의 손길 아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는 보핀 씨의 변호사와 연락하기를 노골적으로 꺼렸다. 그럴 만한 사소한 이유가 있을 때 두세 번 정도 그는 그 업무를 보핀 씨에게 떠넘겼는데, 그 회피가 너무나 기이하게 드러나자 보핀 씨는 그에게 그 망설임에 관해 물었다.
"그렇습니다." 비서가 인정했다.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라이트우드 씨 개인에게 감정이 있는 걸까?
"모르는 사람입니다."
소송 때문에 고생이라도 한 걸까?
"남들보다 더한 정도는 아닙니다." 그의 짧은 대답이었다.
변호사라는 종족에게 편견이 있는 걸까?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선생님 밑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를 오가는 일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물론 보핀 씨께서 강요하신다면 따를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급한 일이 아니라면 강요하지 않아 주시면 큰 은혜로 여기겠습니다."
사실 급한 일이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라이트우드가 손에 쥐고 있는 다른 업무라고는 발견되지 않은 범죄자에 관해 흐지부지 지체되고 있는 일들과 그 집 매입과 관련된 일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넘어갔을 다른 많은 업무는 이제 비서 선에서 멈췄고, 그의 관리 하에서 영 블라이트의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보다 훨씬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처리되었다. 황금 먼지꾼도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당장 눈앞의 문제조차 비서가 직접 나설 필요는 거의 없었다. 그 내용은 이것뿐이었다. 헥섬의 죽음으로 정직한 자의 이마에 맺힌 땀은 수익성이 없어졌고, 정직한 자는 법조계에서 '돌벽을 뚫고 맹세하기'로 알려진 그 고된 수고를 아무런 대가 없이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 새로운 단서는 불꽃을 튀기다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낡은 사실들을 다시 들춰보던 관계자 중 누군가가, 그것들을 이제 아마도 영원히 음울한 선반 위로 돌려보내기 전에 줄리어스 핸드퍼드 씨를 다시 나타나게 하거나 억지로라도 불러내 심문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줄리어스 핸드퍼드 씨의 흔적은 모두 사라졌기에, 라이트우드는 이제 광고를 통해 그를 찾아도 좋다는 권한을 의뢰인에게 구하고 있었다.
"라이트우드에게 편지 쓰는 것도 꺼리는 건가, 로크스미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선생님."
"그럼 그에게 편지를 써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고 전해 줘요. 결과가 좋을 것 같지는 않군요."
"결과가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서가 말했다.
"그래도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지요."
"당장 쓰겠습니다. 제 거부감을 이토록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트우드 씨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분과 관련된 불쾌한 기억이 있다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태도가 조금은 덜 불합리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분은 전혀 책임이 없으며 제 이름조차 모르시니까요."
보핀 씨는 고개를 한두 번 끄덕이며 그 일을 일단락지었다. 편지는 쓰였고, 다음 날 줄리어스 핸드퍼드 씨를 찾는 광고가 실렸다. 그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한 수단으로서 모티머 라이트우드 씨에게 연락을 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의 소재를 아는 사람이 템플에 있는 모티머 라이트우드 씨의 사무실로 연락하면 사례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6주 동안 매일 모든 신문 첫머리에 이 광고가 실렸고, 6주 동안 매일 비서는 그 광고를 볼 때마다 고용주에게 말했던 어조로 혼잣말을 했다. '결과가 좋을 것 같지는 않군요!'
비서가 처음 맡은 업무들 중에는 보핀 부인이 원하는 고아를 찾는 일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고용된 초기부터 그는 부인을 기쁘게 하려는 남다른 열의를 보였고, 부인이 이 일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알았기에 지치지 않는 민첩함과 관심으로 그 일을 추진했다.
밀비 부부에게 고아를 찾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적당한 고아를 찾았다 싶으면 성별이 맞지 않거나(거의 매번 그랬다), 너무 나이가 많거나, 너무 어리거나, 너무 병약하거나, 너무 지저분하거나, 거리를 떠도는 버릇이 심하거나, 도망칠 가능성이 컸다. 아니면 고아를 돈을 주고 사지 않고서는 자선 거래를 성사시킬 방법이 없었다. 누군가 고아를 찾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고아의 친척이라는 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고아의 몸값을 매겼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고아의 가치가 치솟는 속도는 주식 시장의 그 어떤 광적인 기록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아침 아홉 시까지만 해도 보모 밑에서 진흙 장난을 치며 5천 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팔리던 아이가, 찾는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정오가 되기도 전에 5천 퍼센트의 프리미엄이 붙어 치솟곤 했다. 시장은 온갖 교묘한 방식으로 '조작'되었다. 위조 주식이 유통되었고, 부모가 뻔뻔하게 자신들이 죽은 척하며 아이를 데리고 나타나기도 했다. 진짜 고아 주식은 은밀하게 시장에서 거둬들여졌다. 밀비 부부가 골목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령들을 통해 알려지면, 고아라는 상품은 즉시 숨겨졌고 중개인들이 흔히 말하는 '맥주 한 갤런'이라는 조건 없이는 내놓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고아를 쥐고 있던 이들이 버티다가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내면서 온갖 무모하고 투기적인 변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 다양한 작전의 근간을 이루는 한결같은 원칙은 '매매'였고, 밀비 부부는 그런 원칙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침내 프랭크 목사는 브렌트퍼드에 매력적인 고아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죽은 부모 중 한 명(생전 그의 교구 신자였다)에게 그 살기 좋은 마을에 사는 가난한 과부 할머니가 있었는데, 베티 힉든 부인이 바로 그 할머니였다. 그녀는 엄마 같은 정성으로 그 고아를 데려와 돌보고 있었지만, 형편상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었다.
비서는 보핀 부인에게 자신이 직접 내려가 미리 아이를 살펴보고 올지, 아니면 부인을 태우고 가서 부인이 직접 아이를 보고 판단하게 할지 제안했다. 보핀 부인이 후자를 택하자, 그들은 어느 날 아침 빌린 마차를 타고 출발했고 뒤에는 망치 머리를 한 젊은이를 태우고 있었다.
베티 힉든 부인의 거처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진흙투성이인 브렌트퍼드의 복잡한 뒷골목에 위치한 탓에, 그들은 '세 마리 까치' 간판이 있는 곳에 마차를 세워 두고 걸어서 찾아가야 했다. 여러 차례 묻고 또 헛걸음을 한 끝에, 그들은 골목길에서 아주 작은 오두막집을 발견했다. 그 집의 열린 문에는 판자가 가로질러 놓여 있었고, 그 판자에 겨드랑이가 걸린 어린 신사가 머리 없는 목마와 낚싯줄로 진흙을 낚고 있었다. 곱슬거리는 적갈색 머리와 퉁명스러운 표정이 돋보이는 이 어린 사냥꾼 속에서 비서는 고아를 알아보았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던 순간, 그 고아는 그 찰나의 열정에 사로잡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길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통통한 체격의 고아였기에 그는 구르기 시작했고, 그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배수로까지 굴러가 버렸다. 존 로크스미스가 배수로에서 그를 건져 올렸고, 그렇게 힉든 부인과의 첫 만남은 고아를 거꾸로 든 채 얼굴이 퍼렇게 질린 꼴로 맞이하게 된, 처음 보면 불법 점유라고 할 법한 어색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문을 가로막은 판자는 밖으로 나오려던 힉든 부인의 발과 안으로 들어가려던 보핀 부인과 존 로크스미스의 발을 모두 옭아매는 덫이 되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덧붙여 그 상황에 고아의 울음소리는 음산하고 비인간적인 느낌마저 더해주었다.
처음에는 고아가 '숨을 참는' 바람에 아무 설명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고아를 납빛으로 뻣뻣하게 만들고 죽음 같은 침묵에 빠뜨리는 무시무시한 행동이었기에, 그와 비교하면 고아의 울음소리는 오히려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주는 음악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점차 안정을 되찾자 보핀 부인은 차근차근 자신을 소개했고, 베티 힉든 부인의 집에는 서서히 웃음 띤 평화가 되돌아왔다.
그곳은 커다란 망글이 놓인 작은 집이었다. 기계 손잡이에는 아주 키가 크고 머리는 아주 작은 소년이 서 있었는데,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이 마치 눈과 함께 방문객들을 빤히 쳐다보는 데 일조하는 듯했다. 망글 아래 구석에는 스툴 두 개에 아주 어린 아이 둘, 즉 소년과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 키 큰 소년이 멍하니 있다가 망글 손잡이를 돌릴 때면, 마치 아이들을 없애 버리려는 투석기처럼 망글이 그 두 무고한 아이를 향해 돌진했다가 머리 바로 앞에서 멈추는 모습이 아슬아슬했다. 방은 깨끗하고 단정했다. 바닥은 벽돌이었고 창문은 다이아몬드 격자무늬였으며, 벽난로 선반 아래에는 장식용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창밖에는 운명이 허락한다면 다가올 계절에 강낭콩이 자라날 수 있도록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끈이 매여 있었다. 베티 힉든 부인에게 강낭콩에 관해서는 지나간 계절들이 운이 좋았을지 몰라도, 동전에 관해서는 별로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그녀가 가난하다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베티 힉든 부인은 굴하지 않는 의지와 강인한 체력으로 긴 세월을 버텨 온 그런 노인 중 하나였다. 매년 새로운 시련이 닥쳐와 그녀를 쓰러뜨리려 했고 그로 인해 지치기도 했지만, 그녀는 밝고 검은 눈동자와 단호한 얼굴을 한, 그럼에도 매우 다정한 노인이었다. 논리적으로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하느님은 자비로우시니 하늘에서는 머리만큼이나 마음도 중요하게 여겨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용건을 꺼내자 그녀가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죠! 밀비 부인께서 친절하게도 편지를 써 주셨더군요, 마님. 슬로피에게 읽어 달라고 했죠. 아주 예쁜 편지였어요. 정말 상냥한 분이시더군요."
방문객들은 그 키 큰 소년을 힐끗 보았다. 소년은 입과 눈을 더 크게 벌리며 자신이 바로 슬로피임을 드러내는 듯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필기체를 읽는 데는 영 서툴거든요. 성경이나 웬만한 인쇄물은 읽을 수 있지만요. 저는 신문을 정말 좋아해요. 못 믿으시겠지만, 슬로피는 신문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읽거든요. 경찰 기사를 읽을 때는 목소리까지 바꿔 가며 읽어 주지요."
방문객들은 다시 슬로피를 쳐다보는 것이 예의라고 여겼는데, 그를 쳐다보던 슬로피는 갑자기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입을 최대한 벌리며 크고 길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뇌가 위험해 보이는 그 무고한 두 아이도 웃었고, 힉든 부인도 웃었으며, 고아도 웃었고, 그러자 방문객들도 따라 웃었다.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는 더없이 유쾌했다.
그러자 슬로피는 갑자기 근면한 광기나 분노에 사로잡힌 듯 망글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머리를 향해 거칠게 밀어붙이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덜컹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힉든 부인이 그를 말려야 했다.
"귀하신 손님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을 수가 없잖니, 슬로피.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렴!"
"무릎에 안고 있는 게 그 사랑스러운 아이인가요?" 보핀 부인이 물었다.
"네, 마님. 얘가 조니랍니다."
"조니라고요!" 보핀 부인이 비서를 돌아보며 외쳤다. "벌써 조니라니! 이제 그 아이에게 붙여 줄 이름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군요! 정말 예쁘장한 아이예요."
아이는 수줍음 많은 어린아이답게 턱을 웅크린 채 파란 눈으로 보핀 부인을 힐끔거리고 있었고, 이따금 손등에 입을 맞추는 노부인의 입술 쪽으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보조개진 손을 뻗었다.
"네, 마님. 예쁘장하고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죠. 제 막내딸의 딸이 낳은 아이랍니다. 하지만 그 애도 다른 식구들과 같은 길을 가고 말았지요."
"저 아이들은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아닌가요?" 보핀 부인이 물었다.
"오, 전혀 아닙니다, 마님. 저 아이들은 맡겨진 아이들이에요."
"맡겨진 아이들이라고요?" 비서가 되물었다.
"보살핌을 받으러 맡겨진 아이들이죠, 나리. 저는 아이 돌보기 학원을 하거든요. 망글 때문에 세 명밖에 못 받지만요. 그래도 저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일주일에 4펜스도 소중한 돈이니까요. 이리 오렴, 토들스와 포들스야."
토들스는 소년의 애칭이었고, 포들스는 소녀의 애칭이었다. 아이들은 비틀거리는 작은 걸음으로 손을 꼭 잡고 바닥을 가로질러 왔다. 마치 시냇물이 흐르는 험난한 길이라도 건너는 모양새였다. 그러고는 베티 힉든 부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고아를 향해 달려들며 그를 붙잡아 노예로 끌고 가려는 연극을 극적으로 선보이며 까르르 웃었다. 세 아이 모두 이 놀이를 무척이나 즐거워했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슬로피는 다시금 길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놀이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베티 힉든이 "토들스와 포들스, 자리로 돌아가렴." 하고 말하자, 아이들은 다시 손을 잡고 시골길을 건너듯 돌아갔는데, 최근 내린 비로 시냇물이 좀 불어난 듯 보였다.
"그럼 슬로피 군은…… 아니, 슬로피 씨는요?" 비서가 그가 어른인지 소년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의아해하며 물었다.
"사생아랍니다." 베티 힉든이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부모는 누군지 전혀 모르고, 길거리에서 발견했죠. 녀석은……." 그녀는 혐오감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구빈원에 있었어요."
"구빈원이요?" 비서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