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뿐입니다. 날씨가 좋군요!"
"그런가요?" 벨라가 주변을 차갑게 둘러보며 말했다. "당신이 말하니 그런가 보네요. 전 저녁 날씨 같은 건 생각하고 있지 않았거든요."
"책에 그렇게 열중해 있었나요?"
"네-에-에."
"연애 소설인가요, 윌퍼 양?"
"아유, 아니에요. 그랬다면 읽지도 않았을걸요. 돈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뤄요."
"그럼 돈이 무엇보다 좋다고 하던가요?"
"글쎄요," 벨라가 대답했다. "무슨 내용인지 잊어버렸지만, 원하신다면 직접 확인해 보세요, 로크스미스 씨. 전 이제 이 책 필요 없거든요."
비서는 그녀가 부채처럼 팔랑거리던 책을 받아 들고는 그녀 곁을 걸었다.
"윌퍼 양께 전해 드릴 말이 있습니다."
"말도 안 돼요!" 벨라가 다시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핀 부인의 말씀입니다. 부인께서는 길어야 1~2주 안으로 댁에 맞이할 준비가 될 것 같다며, 그 점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계시니 꼭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벨라는 예쁘장하고 건방진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꺼풀을 내리깔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어떻게 그 메시지를 전하게 된 거죠?'라고 묻는 듯했다.
"제가 보핀 씨의 비서라는 사실을 말씀드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모르겠네요." 벨라 양이 거만하게 말했다. "비서가 뭔지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요."
"전혀 그렇지 않죠."
그녀 곁을 걸으며 곁눈질로 확인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자신의 말에 그가 순순히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럼 항상 거기 계실 건가요, 로크스미스 씨?" 마치 그것이 단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가 물었다.
"항상요? 아니오. 꽤 자주 있느냐고요? 네."
"아이고, 세상에!" 벨라가 분하다는 말투로 늘어지게 말했다.
"하지만 제가 비서로서 그곳에 머무는 입장과 손님으로서 머무는 당신의 입장은 아주 다를 겁니다. 당신은 저에 대해 거의 혹은 전혀 알지 못할 거예요. 저는 업무를 처리할 것이고, 당신은 즐거움을 누릴 테니까요. 저는 급여를 벌어야 할 것이고, 당신은 그저 즐기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을 겁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다니요, 선생님?" 벨라가 다시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꺼풀을 내리깔며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그 점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은 채 로크스미스 씨가 말을 이었다.
"실례합니다만, 처음 당신이 검은 옷을 입은 것을 보았을 때――"
('거봐!' 벨라 양이 속으로 외쳤다. '집에서 내가 뭐라고 했더라? 다들 그 우스꽝스러운 상복을 눈여겨보고 있었어.')
"처음 당신이 검은 옷을 입은 것을 보았을 때, 저는 당신과 가족들 사이의 그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에 대해 추측한 것이 결례가 아니었길 바랍니다."
"그러길 바랄 뿐이에요." 벨라 양이 오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추측했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아시겠죠."
로크스미스 씨는 사과하듯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제가 보핀 씨의 일을 맡게 된 이후로 그 작은 수수께끼를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당신의 상실 중 많은 부분이 회복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단지 재산에 관한 것뿐입니다, 윌퍼 양. 저나 당신이나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상실은 논외로 하고요. 하지만 이 훌륭하신 두 분은 워낙 소박하고 너그러우시며, 당신을 아주 아끼시고,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자신들의 행운을 보상하고 싶어 하시기에, 당신이 마음만 여시면 됩니다."
그가 다시 곁눈질로 그녀를 살피자, 어떤 꾸며낸 냉담함으로도 감출 수 없는 야망 어린 승리감이 그녀의 얼굴에 서려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우연한 상황들의 결합으로 한 지붕 아래 모이게 되었고, 그것이 기묘하게도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관계에까지 이어지고 있기에,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 보았습니다. 혹시 주제넘게 느껴지지는 않으셨는지요?" 비서가 공손하게 말했다.
"정말이지, 로크스미스 씨,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 젊은 여인이 대답했다. "저에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이고, 아마 전적으로 당신의 상상에 근거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켜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바로 그 들판이 윌퍼네 집 맞은편이었다. 신중한 윌퍼 부인은 창밖을 내다보다가 딸이 하숙인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는, 즉시 머리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는 우연을 가장하여 산책을 나갔다.
"윌퍼 양에게 말씀드리고 있었습니다." 존 로크스미스가 위엄 있는 부인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말했다. "우연한 기회에 제가 보핀 씨의 비서 겸 업무 대리인이 되었다고 말이죠."
"저는" 윌퍼 부인이 늘 그렇듯 위엄과 막연한 피해 의식에 젖어 장갑을 휘두르며 대꾸했다. "보핀 씨와 친분이 있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에, 그분께서 얻은 성과를 축하해 드릴 입장이 아니랍니다."
"형편없는 성과일 뿐이죠." 로크스미스가 말했다.
"실례합니다만." 윌퍼 부인이 응수했다. "보핀 씨의 장점은 매우 뛰어나실지도 모르죠. 보핀 부인의 얼굴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훌륭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께 더 나은 조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겸손을 넘어선 광기일 거예요."
"과찬이십니다. 저는 또한 윌퍼 양에게 곧 시내의 새 거처로 오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묵시적으로 동의했기에." 윌퍼 부인이 어깨를 거창하게 으쓱하고는 다시 장갑을 휘두르며 말했다. "내 아이가 보핀 부인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의는 없습니다."
이때 벨라 양이 항의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마세요, 엄마. 제발요."
"조용히 하렴!" 윌퍼 부인이 말했다.
"아니요, 엄마, 전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이의를 제기하다니요!"
"분명히 말하는데." 윌퍼 부인이 한층 더 거만하게 반복했다. "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약 보핀 부인께서 (라바터의 제자라면 누구도 단 1분조차 동의할 수 없을 얼굴을 가지신 분이)," 부인은 몸을 떨며 말을 이었다. "내 아이의 매력으로 시내의 새 거처를 밝히고 싶어 하신다면, 내 아이의 동행으로 만족하시길 바랄 뿐이다."
"부인, 지금 윌퍼 양의 매력을 언급하시면서 제가 사용했던 단어를 쓰시는군요." 로크스미스가 벨라를 힐끗 보며 말했다.
"실례." 윌퍼 부인이 소름 끼칠 정도로 엄숙하게 대꾸했다. "아직 할 말이 끝나지 않았어요."
"부디 용서하십시오."
"내가 하려던 말은." 윌퍼 부인이 덧붙였다. 덧붙일 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내가 매력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그 말에 어떤 특별한 의미도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훌륭한 부인은 자신의 견해를 이토록 명쾌하게 밝히면서, 마치 듣는 이들에게 엄청난 은혜를 베풀기라도 하는 듯, 스스로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행동했다. 그러자 벨라 양이 비웃음을 짧게 흘리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이제 충분해요, 정말이에요. 로크스미스 씨, 보핀 부인께 제 안부를 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