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어디선가 온 사내
비니어링 부부는 런던의 새 구역에 있는 새집에 사는, 아주 따끈따끈한 신인들이었다. 비니어링 부부와 관련된 모든 것은 말끔하고 새로웠다. 가구도 모두 새것이었고, 친구들도, 하인들도 모두 새사람들이었으며, 은식기도, 마차도, 마구도, 말들도, 그림들도 모두 새것이었다. 부부 자신들도 새내기였고, 갓난아기를 둔 부부로서는 법적으로 가능한 한 가장 최근에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만약 그들이 증조할아버지를 한 분 모셔 왔다고 해도, 그분은 판테크니콘에서 돗자리에 싸여, 머리끝까지 프랑스식 광택을 낸 채, 생채기 하나 없이 집으로 배달되었을 것이다.
비니어링의 저택에서는 새로운 문장이 새겨진 현관 의자부터 새로운 액션이 달린 그랜드 피아노, 위층에 있는 새 비상 탈출 사다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니스칠을 한 듯 반짝반짝 광이 났다. 가구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비니어링 부부에게서도 나타났는데, 표면에서 작업장 냄새가 너무 많이 풍겼고 조금 끈적거렸다.
세인트 제임스 듀크 스트리트의 마구간 위쪽에 보관되다가 필요할 때면 부드러운 바퀴를 달고 나타나는, 순진한 식탁용 가구 하나가 있었는데 비니어링 부부는 그에게 무지한 혼란의 원천이었다. 이 가구의 이름은 트웸로였다. 스닉스워스 경의 사촌인 그는 자주 불려 다녔고, 많은 집에서 식탁의 본래 상태를 상징하는 존재로 통했다. 예를 들어 비니어링 부부는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할 때 으레 트웸로를 먼저 세팅하고 그 위에 상판을 덧대거나 손님을 추가했다. 때로는 트웸로에 6개의 상판을 더했고, 때로는 12개의 상판을 더했으며, 심지어 최대한 늘려 20개의 상판을 더하기도 했다. 비니어링 부부는 기념비적인 식사 때면 식탁 중앙에서 서로 마주 앉았는데, 여기서도 똑같은 평행 이론이 적용되었다. 트웸로가 길게 늘어날수록 그는 자신이 중심에서 더욱 멀어져 방 한쪽 끝의 사이드보드나 다른 쪽의 창가 커튼 쪽으로 밀려나 있음을 깨닫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웸로의 나약한 영혼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이런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일은 그에게 익숙했고, 나름대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문제였다. 그가 도저히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 그리고 그의 삶에서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골치 아픈 난제는 바로 그가 비니어링의 가장 오래된 친구인지, 아니면 가장 최근에 사귄 친구인지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느라 이 순진한 신사는 마구간 위쪽의 숙소에서나, 명상에 잠기기 좋은 세인트 제임스 광장의 차가운 어둠 속에서나 많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정은 이랬다. 트웸로는 클럽에서 비니어링을 처음 만났는데, 당시 비니어링은 두 사람을 소개해 준 남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남자는 세상에서 비니어링과 가장 친한 친구처럼 보였고, 그마저도 비니어링이 알게 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사이였다. 두 사람의 영혼을 묶어준 인연의 끈은 송아지 고기 요리에 관한 위원회의 부당한 처사였는데, 그 일로 우연히 결속하게 된 것이었다. 그 직후 트웸로는 비니어링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식사를 함께했고, 그 남자도 참석했다. 곧이어 트웸로는 그 남자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갔는데, 비니어링도 함께였다. 그 남자의 집에는 의원 한 명, 기술자 한 명, 국채 상환 담당자 한 명, 셰익스피어에 관한 시 한 편, 불만 사항 하나, 그리고 관청 한 곳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비니어링에게는 완전히 생판 남인 듯했다. 그런데 바로 그 직후, 트웸로는 비니어링 부부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그 의원과 기술자, 국채 상환 담당자, 셰익스피어에 관한 시, 불만 사항, 관청 관계자들을 만나라는 것이 명분이었다. 식사 자리에서 그는 그들 모두가 비니어링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며, 그들의 아내들(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은 비니어링 부인의 가장 헌신적인 애정과 부드러운 신뢰를 받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되어 트웸로 씨는 자신의 숙소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이건 사람 뇌를 흐물흐물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니까.'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 생각만 하고 있었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오늘 저녁 비니어링 부부는 연회를 연다. 트웸로 식탁에는 상판 11개가 추가되었고, 손님은 총 14명이다. 비둘기 가슴처럼 튀어나온 사복 차림의 하인 4명이 현관에 줄지어 서 있다. 슬픈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다섯 번째 하인은 마치 '여기 또 불쌍한 인간 하나가 저녁 먹으러 왔군. 인생이란 이런 거지!'라고 말하는 듯하며 이렇게 알린다. "트웸로 씨!"
비니어링 부인은 사랑스러운 트웸로 씨를 맞이한다. 비니어링 씨는 친애하는 트웸로 씨를 맞이한다. 비니어링 부인은 트웸로 씨가 천성적으로 아기처럼 재미없는 것에 별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워낙 오래된 친구이니 부디 아기를 봐주기를 바란다. "아! 너도 가족의 친구를 더 잘 알게 될 거란다, 투틀럼스." 비니어링 씨가 그 새로운 피조물을 보며 감상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조금 더 크면 말이지." 그러고는 친애하는 트웸로 씨를 자신의 두 친구, 부츠 씨와 브루어 씨에게 소개하겠다고 청하는데, 정작 자신도 누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눈치다.
그런데 이때, 끔찍한 사태가 발생한다.
"포드스냅 내외분!"
"여보," 비니어링 씨가 문이 열려 있는 동안 매우 우호적인 관심을 보이는 태도로 비니어링 부인에게 말한다. "포드스냅 부부요."
지나치게 싱글벙글 웃는, 치명적인 생기마저 느껴지는 거구의 사내가 아내와 함께 나타나더니, 즉시 아내를 버려두고 트웸로에게 달려들어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아주 매력적인 댁이군요. 늦지는 않았길 바랍니다.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첫 번째 충격이 닥쳤을 때, 트웸로는 예전 시대의 말끔한 작은 구두와 단정한 실크 스타킹을 신은 채 뒤에 있는 소파를 뛰어넘기라도 하려는 듯 두 번이나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거구의 사내가 바짝 다가붙어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제가," 거구의 사내가 멀리 있는 아내의 주의를 끌려 하며 말한다. "포드스냅 부인을 주인분께 소개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부인께서는," 그는 자신의 그 치명적인 생기 속에서 그 구절에 항상 싱싱한 푸르름과 영원한 젊음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듯하다. "정말 이 기회를 반가워할 겁니다, 장담합니다!"
그동안 포드스냅 부인은 다른 여자가 비니어링 부인뿐이라 독자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는 없었지만, 남편이 저지른 실수를 아주 멋지게 뒷받침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트웸로 씨를 바라보며 비니어링 부인에게 감정 어린 어조로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는 그가 최근에 담즙이 좀 과다한 듯해 걱정이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아기가 벌써 그를 아주 쏙 빼닮았다는 것이었다.
남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이 과연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바로 오늘 저녁 갓 지어 온 새 캄브릭 천으로 젊은 안티누스처럼 셔츠 앞섶을 치장한 비니어링 씨로서는, 바짝 마르고 쭈글쭈글한 데다 서른 살이나 더 먹은 트웸로로 오해받는 것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비니어링 부인 역시 트웸로의 아내로 여겨지는 것을 똑같이 불쾌하게 여겼다. 트웸로의 경우, 자신이 비니어링보다 훨씬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저 거구의 사내를 무례한 멍청이라고 생각했다.
이 복잡한 딜레마 속에서 비니어링 씨는 그 거구의 사내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갔고, 미소를 지으며 그 구제 불능의 인물에게 만나서 정말 반갑다고 장담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그 치명적인 생기 그대로 즉각 이렇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당장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아 부끄럽지만, 분명 이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그러고는 온 힘을 다해 버티는 트웸로를 낚아채 포드스냅 부인에게 비니어링이라고 소개하려 끌고 가던 중, 다른 손님들이 도착하면서 실수는 바로잡혔다. 그제야 그는 비니어링과 비니어링으로서 다시 악수하고, 트웸로와도 트웸로로서 다시 악수한 다음, 마지막으로 트웸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완벽한 만족감 속에 상황을 마무리했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지만, 정말 이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이제 트웸로는 이 엄청난 경험을 겪은 데다, 부츠와 브루어, 브루어와 부츠가 서로 뒤섞이는 현상을 지켜보았고, 나머지 일곱 손님 중 네 명이 비니어링이 그들을 낚아챌 때까지 눈을 굴리며 누가 비니어링인지 단정 짓기를 완전히 거부하는 모습까지 관찰한 상태였다. 이 모든 연구를 통해 교훈을 얻은 트웸로는 자신이 정말 비니어링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는 결론에 다다르며 뇌가 건전하게 굳어지는 듯했지만, 온실 문 근처의 뒷방에서 비니어링과 그 거구의 사내가 마치 쌍둥이 형제처럼 팔짱을 낀 모습을 눈으로 보고, 비니어링 부인의 목소리로 그 거구의 사내가 아기의 대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귀로 전해 듣는 순간 뇌가 다시 흐물흐물해지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저녁 식사 나왔습니다!"
슬픈 표정의 하인은 마치 '어서 내려와서 독이나 마시라구, 불쌍한 인간들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트웸로는 짝을 이룰 숙녀가 없어 이마에 손을 얹고 맨 뒤에서 내려간다. 부츠와 브루어는 그가 몸이 안 좋은 줄 알고 '사람이 기절했어. 점심을 굶었나 봐.' 하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는 그저 자신의 삶이 가진 극복 불가능한 난제에 넋이 나갔을 뿐이다.
수프로 기운을 차린 트웸로는 부츠, 브루어와 함께 궁정 소식에 대해 부드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연회의 생선 요리가 나올 무렵, 비니어링이 그의 사촌 스닉스워스 경이 시내에 있는지 떠났는지에 대한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며 의견을 묻는다. 그는 사촌이 시내를 떠났다고 대답한다. "스닉스워시 파크에 말이오?" 비니어링이 묻는다. "스닉스워시에 있소." 트웸로가 응수한다. 부츠와 브루어는 그를 교제할 만한 인물로 여기고, 비니어링은 그가 본전 이상을 하는 가구라고 확신한다. 한편 하인은 음울한 분석 화학자처럼 돌아다니며 "샤블리 한 잔 하실래요?"라고 말한 뒤 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안다면 절대 안 마실 텐데.'
사이드보드 위의 커다란 거울이 식탁과 손님들을 비춘다. 금과 은으로, 서리가 맺혔다 녹기도 하는 비니어링 가문의 새로운 문장, 즉 만능 일꾼 낙타를 비춘다. 문장원에서 비니어링의 십자군 원정대 조상을 찾아냈는데, 그 조상은 방패에 낙타를 새겼다(혹은 생각해 냈더라면 새겼을 수도 있다). 과일과 꽃, 촛불을 짊어진 낙타 무리가 소금을 실으려고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마흔 살에 물결치는 머릿결, 검은 머리, 살집이 좀 있는, 교활하고 신비롭고 희미한 비니어링을 비춘다. 그는 예언은 하지 않지만 꽤 그럴싸해 보이는 '베일에 싸인 예언자' 같은 인물이다. 비니어링 부인을 비춘다. 금발에 매부리코와 긴 손가락, 생각보다 머리숱은 적지만 화려한 옷과 보석으로 치장한 그녀는 열정적이고 비위를 맞추려 하며 남편의 베일 귀퉁이가 자신에게도 덮여 있음을 의식한다. 포드스냅을 비춘다. 풍족하게 먹고 있는 그는 대머리 양옆으로 밝은 색의 뻣뻣한 머리털 날개를 두 개 달고 있는데, 머리카락이라기보다 마치 머리빗처럼 보인다. 이마에는 붉은 구슬이 녹아내리는 듯하고, 뒤쪽으로는 구겨진 셔츠 칼라가 높게 솟아 있다. 포드스냅 부인을 비춘다. 오언 교수에게 딱 어울릴 법한 훌륭한 골격을 지닌 그녀는 목과 콧구멍이 흔들목마를 닮았고, 표정은 딱딱하며 포드스냅이 금빛 제물을 달아준 위엄 있는 머리 장식을 하고 있다. 트웸로를 비춘다. 회색빛에 바짝 마르고 예의 바르며 동풍에 민감한 그는, 유럽 제일의 신사다운 칼라와 크라바트를 착용했다. 뺨은 마치 몇 년 전 자기 자신 속으로 은둔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다가 그 정도까지만 가고 더는 나아가지 못한 사람처럼 쑥 들어가 있다. 성숙한 젊은 숙녀를 비춘다.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에 파우더를 듬뿍 발라 조명을 잘 받는 피부를 가진 그녀는, 성숙한 젊은 신사의 마음을 사로잡느라 여념이 없다. 그 신사는 얼굴에 비해 코가 너무 크고, 구레나룻엔 생강 빛이 너무 많이 돌며, 조끼는 상체가 너무 강조되고, 단추와 눈, 버튼, 대화, 치아에서는 너무 과한 반짝임이 느껴진다. 비니어링 오른편의 매력적인 티핀스 노부인을 비춘다. 숟가락 속 얼굴처럼 거대하고 둔탁하며 칙칙한 타원형 얼굴을 한 그녀는 정수리에 염색한 '긴 산책로' 같은 가르마를 타고 있는데, 이는 뒤쪽 가발 뭉치로 가는 편리한 공공 통로 역할을 한다. 그녀는 맞은편의 비니어링 부인을 후원하는 것을 즐기고, 비니어링 부인 역시 후원받는 것을 즐긴다.비니어링의 또 다른 오랜 친구인 '모티머'를 비춘다. 그는 이 집에 처음 왔고 다시는 오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하며, 비니어링 부인의 왼편에 낙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어린 시절 친구인 티핀스 부인에게 꾀여 이 사람들의 집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라는 부추김을 받았지만,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모티머의 친구인 유진을 비춘다. 그는 성숙한 젊은 숙녀의 어깨(파우더를 바른 견장이 얹혀 있는) 뒤쪽 의자 깊숙이 파묻혀 살아서는 안 될 사람처럼 앉아 있고, 분석 화학자가 샴페인 잔을 권할 때마다 음울하게 그것을 들이켠다. 마지막으로, 거울은 부츠와 브루어, 그리고 나머지 손님들과 혹시 모를 사고 사이에 끼어 있는 다른 두 명의 멍청한 완충재들을 비춘다.
비니어링 부부의 만찬은 훌륭하다.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손님들이 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특히 티핀스 부인은 소화 기능에 관해 아주 복잡하고 대담한 일련의 실험을 거듭해 왔는데, 그 결과를 발표한다면 인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를 정도다. 온 세상의 음식을 섭렵한 이 강인한 노순양함은 마지막으로 북극을 다녀왔고, 아이스 플레이트가 치워질 무렵 그녀의 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떨어진다.
"장담하건대, 비니어링 씨――"
(불쌍한 트웸로의 손이 이마로 향한다. 이제 티핀스 부인이 가장 오래된 친구가 되려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장담하건대, 비니어링 씨,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에요! 광고업자들처럼 저도 여러분이 저를 믿어달라고 하기 전에 신뢰할 만한 증인을 내세우겠어요. 저기 있는 모티머가 제 증인인데, 그 사람도 다 알고 있죠."
모티머가 처진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입을 살짝 벌린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야!'라는 표정의 희미한 미소가 그의 얼굴을 스치고, 그는 다시 눈꺼풀을 내리고 입을 닫는다.
"자, 모티머." 티핀스 부인이 접은 녹색 부채 살로 왼손 마디를 두드리며 말한다. 마디가 유난히 툭 불거진 손이다. "자메이카에서 온 사내에 대해 아는 대로 전부 말해봐요."
"맹세하건대 저는 자메이카에서 온 사내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형제였던 사람 말고는요." 모티머가 대답한다.
"그럼 토바고는요."
"토바고에서도 아니고요."
"그러고 보니," 유진이 갑자기 끼어든다. 너무 뜻밖이라 그를 완전히 잊고 있던 성숙한 젊은 숙녀가 깜짝 놀라 견장을 그가 있는 쪽에서 치운다. "쌀 푸딩과 우뭇가사리만 먹고 오래 살던 우리 친구가 있었지. 결국 어딘가가 좀 안 좋아져서 의사가 뭐라고 진단을 내렸는데, 다리 고기 요리가 어쩌다 보니 데이고(daygo)로 끝났다는 그 친구 말이야."
유진이 본격적으로 나서려나 하는 기대감이 테이블 주위로 퍼진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가 다시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자, 비니어링 부인." 티핀스 부인이 말했다. "이게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짓이 아니고 무엇인지 당신이 판단해 줘요! 난 애인들을 한 번에 두세 명씩, 아주 순종적이고 헌신적이라는 조건으로 데리고 다녀요. 그런데 내 가장 오래된 애인이자 모든 노예 중 우두머리인 이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충성을 저버리다니! 게다가 여기 또 다른 애인이 있는데, 지금은 확실히 거친 사이먼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훌륭해질 거라 큰 기대를 걸었던 이 사람이 동요도 기억나지 않는 척을 하네요! 날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내가 동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면서!"
애인들에 관한 이 섬뜩한 소설이 티핀스 부인의 주된 이야깃거리다. 그녀는 항상 애인 한두 명을 대동하고 다니며 애인 명부를 작은 수첩에 적어 관리한다. 새로운 애인을 등록하고, 옛 애인을 지우고, 애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거나 블루리스트로 승격시키고, 애인들의 숫자를 합산하는 등 장부 정리를 하는 식이다. 비니어링 부인은 이런 유머에 매료되어 있으며, 비니어링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티핀스 부인의 목에서 모이를 쪼는 가금류의 다리처럼 노르스름한 피부가 출렁이는 모습이 그 유머를 한층 돋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거짓말쟁이 악당을 당장 추방하고, 오늘 밤 내 큐피돈(내 장부를 부르는 이름이에요, 여보)에서 이름을 지워버리겠어요. 하지만 '어디선가 온 사내'에 대한 이야기는 꼭 들어야겠으니 당신이 대신 알아내 줘요, 내 사랑." 티핀스 부인이 비니어링 부인에게 말했다. "내 영향력은 이미 바닥이 났거든요. 아, 이 위증자 같은 사람!" 티핀스 부인이 부채를 탁탁 소리 나게 흔들며 모티머에게 말했다.
"우리 모두 '어디선가 온 사내'에 대해 큰 관심이 있습니다." 비니어링이 거든다.
그러자 네 명의 완충재들이 동시에 용기를 내어 한목소리로 말한다.
"매우 흥미롭군요!"
"정말 기대돼요!"
"극적이군요!"
"아마 '어디서도 오지 않은 사내'일지도 모르죠!"
그러자 티핀스 부인의 매력적인 술수가 전염된 비니어링 부인이 간청하는 아이처럼 손을 맞잡고 왼쪽 옆자리 사람을 돌아보며 말한다. "놀려줘요! 알려줘요! '어디선가 온 사내' 이야기!" 그러자 네 명의 완충재들이 또다시 기묘하게도 동시에 움직이며 대답한다. "거부할 수가 없군!"
"맹세하건대," 모티머가 나른하게 말한다. "유럽의 시선이 이토록 내게 쏠려 있다는 게 정말 곤혹스럽군요. 유일한 위안이라면 여러분 모두가 속마음으로는 티핀스 부인을 저주하게 되리라는 점입니다.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겠지만, '어디선가 온 사내'가 지루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그에게 거처를 정해줌으로써 낭만을 깨뜨려 미안합니다만, 그는 그곳 출신입니다. 이름은 생각이 나질 않지만 여기 계신 다른 분들은 다들 아실, 와인을 만드는 곳 말입니다."
유진이 "데이 앤 마틴이요."라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