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런 고생은 언제나 넘쳐나지." 개퍼가 납작한 검은 병에서 술을 컵에 따르며 말했다. 더 많아 보이게 하려고 천천히 따랐다. "고생이란 건 공기 중의 그을음처럼 항상 떠돌아다니는 법이지. 그 녀석 아직 안 일어났냐?"
"고기 다 됐어요, 아빠. 따뜻할 때 맛있게 드세요. 식사 마치고 나면 우리 불 쪽으로 돌아서 앉아 이야기해요."
하지만 그는 리지가 얼버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잠자리를 향해 성급하고 화난 눈길을 한 번 던진 뒤 그녀의 앞치마 귀퉁이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 녀석 어디로 갔느냐?"
"아빠, 아침 식사 시작하시면 옆에 앉아서 말씀드릴게요." 그는 그녀를 쳐다보며 차를 젓고는 두세 모금 들이켰고, 이어서 주머니 칼로 뜨거운 스테이크 조각을 자르며 먹으면서 말했다.
"자, 이제 말해봐라. 그 녀석 어디로 갔느냐?"
"아빠, 화내지 마세요. 찰리는 공부에 꽤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천성이 글러 먹은 녀석!" 아버지가 공중에 칼을 흔들며 말했다.
"그래서 그런 재능이 있으면서 다른 일에는 그만큼 소질이 없으니, 어떻게든 학교 공부를 좀 해보려고 애쓴 것 같아요."
"천성이 글러 먹은 녀석!" 아버지가 아까와 같은 동작을 하며 다시 말했다.
"……그래서 아빠께 여유가 없다는 걸 알고, 아빠께 짐이 되기 싫어서, 공부를 해서 스스로 앞길을 개척하기로 마음을 굳혔대요. 오늘 아침에 떠났어요, 아빠. 떠나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아빠께서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고요."
"내 앞에 와서 용서를 구하려 들지 마라!" 아버지가 칼로 강조하며 다시 말했다. "내 눈에 띄지도 말고, 내 손이 닿는 곳에도 얼씬거리지 마라. 제 아비가 지놈 눈에는 부족한 모양이지. 제 아비를 부정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놈의 아비인 나도 그 천성이 글러 먹은 녀석을 영원히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그는 접시를 밀어냈다. 분노한 강인하고 거친 사내가 본능적으로 무언가 강압적인 행동을 하고 싶어 하듯, 그는 이제 칼을 손에 꽉 쥐고 문장이 끝날 때마다 아래로 내리찍었다. 마치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더라면 주먹을 휘둘렀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놈은 가도 좋다. 여기 있는 것보다 가는 게 더 환영이지. 하지만 다신 돌아오지 말라고 해라. 다신 그 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지도 못하게 해. 너도 더는 그놈 편을 들지 마라. 그러면 너도 네 아비를 부정하는 꼴이 될 테고, 아비가 그놈에게 하는 말을 너에게도 똑같이 해야 할 테니. 이제 알겠구나, 저기 있는 저 사내들이 왜 나를 멀리했는지. 저놈들은 서로 말하겠지. '자기 아들한테도 인정 못 받는 사내가 온다!' 리지――!"
하지만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그를 제지했다. 그녀를 바라본 그는 낯선 표정을 한 리지가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벽 쪽으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았다.
"아빠, 그만하세요! 아빠가 칼을 휘두르는 건 도저히 못 보겠어요. 내려놓으세요!"
그는 칼을 내려다보았지만, 너무 놀란 나머지 여전히 칼을 쥐고 있었다.
"아빠, 너무 끔찍해요. 제발 내려놓으세요, 제발요!"
그녀의 모습과 외침에 당황한 그는 칼을 내던지고는 두 손을 펼친 채 일어섰다.
"왜 이러느냐, 리지? 설마 내가 너한테 칼을 휘두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에요, 아빠, 아니에요. 아빠는 절대 저를 해치지 않으실 거예요."
"그럼 뭘 해친단 말이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빠. 무릎 꿇고 맹세할 수 있어요, 제 마음과 영혼을 걸고 분명히 말하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견디기 너무 끔찍했어요. 왜냐하면 그게 마치……" 그녀는 다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을 이었다. "오, 마치……"
"마치 뭐 같았다는 거냐?"
어젯밤의 시련과 오늘 아침의 시련이 그의 살기등등한 모습과 겹쳐 떠오른 탓에, 그녀는 대답도 못한 채 그의 발치에 쓰러졌다.
그는 리지가 이토록 무너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지극히 다정하게 일으켜 세우며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라고, '가엾고 예쁜 내 딸'이라고 불렀고, 무릎 위에 그녀의 머리를 눕히고 정신을 차리게 하려 애썼다. 하지만 실패하자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다시 내려놓고 베개를 가져와 그녀의 검은 머리 밑에 받쳐준 뒤, 식탁 위에서 브랜디 한 숟가락을 찾았다. 남은 게 없자 그는 황급히 빈 병을 집어 들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나갔던 때만큼이나 급하게 돌아왔지만, 병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는 그녀 곁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머리를 팔에 받친 뒤, 손가락을 적신 물로 그녀의 입술을 축여주었다. 그러면서 이쪽저쪽 어깨너머로 주위를 살피며 사납게 내뱉었다.
"우리 집에 전염병이라도 돌았나? 내 옷에 무슨 치명적인 거라도 들러붙었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누가 이런 짓을 꾸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