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손 중 어느 쪽이 그나마 덜 망가졌는지 안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져보게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어요." 벨라가 말했다. "그렇다고 선생님께 드린 말씀을 후회하는 건 아니에요. 후회하지 않으니까요. 사실이잖아요!"
"왼손을 해보렴." 보핀 씨가 무표정한 태도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가장 덜 쓰는 손이니까."
"선생님은 제게 정말로 훌륭하고 친절하셨어요." 벨라가 말했다. "그래서 이 손에 입을 맞추는 거예요. 하지만 로크스미스 씨에게는 너무나도 못되게 구셨기에, 이 손을 내쳐버릴 거예요. 제게 해주신 일엔 감사드려요, 안녕히 계세요!"
"잘 가라." 보핀 씨가 아까처럼 말했다.
벨라는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춘 뒤 영영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녀는 위층으로 달려가 자기 방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하지만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드레스를 보관하던 곳을 모두 열어 자신이 가져왔던 것들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모두 남겨둔 채, 나중에 부쳐달라고 할 커다랗고 볼품없는 보따리를 만들었다.
"나머지는 하나도 가져가지 않겠어." 벨라는 굳은 결심을 다지며 보따리 매듭을 아주 꽉 묶었다. "선물들도 전부 두고 온전히 나 자신만의 힘으로 다시 시작할 거야." 결심을 철저히 실천하기 위해 그녀는 입고 있던 드레스마저 이 저택에 처음 왔을 때 입었던 것으로 갈아입었다. 심지어 그녀가 쓴 모자도 홀로웨이에서 보핀 씨의 마차를 탔을 때 썼던 바로 그 모자였다.
"이제 됐어." 벨라가 말했다. "조금 힘들긴 하지만 찬물로 눈을 씻었으니 이제 더는 울지 않을 거야. 그동안 즐거운 방이었어, 소중한 방아. 안녕! 우린 다시는 서로 볼 수 없을 거야."
그녀는 방에 작별의 손 키스를 보내고는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러고는 집안사람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큰 계단을 내려갔다. 다행히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그녀는 조용히 홀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전임 비서의 방 문이 열려 있었다. 그녀는 지나가며 안을 들여다보았고, 책상이 비어 있고 방 전체가 휑한 것을 보고 그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현관문을 조용히 열고 밖으로 나가 문을 닫은 뒤, 그 둔한 나무와 쇠붙이 덩어리일 뿐인 문밖에서 잠시 입을 맞추고는 빠른 걸음으로 저택을 떠나 달아났다.
"정말 잘했어!" 다음 거리에서 속도를 줄이고 걷기 시작하며 벨라가 헐떡였다. "울 기운이라도 남아있었다면 또 울었을 거야. 자, 가엾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빠, 이제 곧 아빠의 사랑스러운 딸을 예상치 못하게 만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