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에는 전부 탕진하지 않고 남겨두었다는 점이 오히려 현명하고 도덕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니콜라이 파르페노비치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 뭐 그리 나쁜 일이라고 그러십니까?"
"도둑질을 했다는 거요, 바로 그거란 말이오! 오, 세상에, 당신들의 그 몰이해함에 몸서리가 쳐지는구려! 가슴 속에 천오백 루블을 꿰매 넣고 다니는 내내, 나는 매일 매 순간 스스로에게 '너는 도둑이야, 너는 도둑이야!'라고 말했소.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난폭하게 굴고, 술집에서 싸움을 벌이고, 아버지까지 때린 건 내가 도둑이라는 느낌 때문이었소! 나는 내 동생 알료샤에게조차 그 천오백 루블에 대해 털어놓을 엄두를 못 냈소. 내가 얼마나 파렴치한 놈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돈을 지니고 있는 동안에도 나는 매일 매 순간 스스로에게 말했소. '아니야,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너는 아직 도둑은 아닐지도 몰라.' 왜냐고? 당장 내일이라도 카탸에게 가서 그 천오백 루블을 돌려줄 수 있으니까 말이오. 그런데 어제 페니아 집에서 페르호틴에게 가던 길에 나는 그 부적을 목에서 뜯어내기로 마음먹었소. 그때까지는 차마 못 했는데, 막상 뜯어내고 나니 그 순간 나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완벽하고 명백한 도둑, 파렴치한 인간이 되어버린 거요. 왜냐고? 그 부적을 뜯어냄으로써 카탸에게 가서 '나는 비열한 놈일지언정 도둑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었던 내 마지막 희망조차 찢어버린 셈이니까! 이제 이해하겠소? 이해하겠냐고!"
"도대체 왜 어제 저녁에 그런 결심을 하신 겁니까?" 니콜라이 파르페노비치가 말을 끊었다.
"왜냐고요? 묻기도 우습군요. 새벽 다섯 시, 이곳 동틀 무렵에 나 자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기 때문이오.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인데, 비열하게 죽든 고결하게 죽든 무슨 상관인가!'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않았소! 신사 양반들, 정말이지 어젯밤 나를 가장 괴롭힌 건 노인 하인을 죽였다는 사실이나 시베리아로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아니었소. 하필이면 내 사랑이 결실을 맺고 하늘이 다시 열리는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오, 그것도 괴롭긴 했지만, 가슴에서 저주받을 돈을 마침내 뜯어내어 탕진해버렸고, 이제는 정말로 완전히 도둑이 되어버렸다는 그 저주받은 자각만큼 괴롭지는 않았소! 오, 신사 양반들, 가슴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하건대 나는 오늘 밤 많은 걸 깨달았소! 비열하게 사는 것만 불가능한 게 아니라, 비열하게 죽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오…… 아니오, 신사 양반들, 죽을 때만은 정직하게 죽어야 하오!"
미탸는 창백했다. 극도로 격앙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수척하고 지쳐 보였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당신을 이해하기 시작했소." 검사가 부드럽고도 어딘가 동정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생각과는 달리, 이건 단지 신경 문제일 뿐이오. 당신의 그 병적인 신경 말이오. 그런데 왜, 예를 들어 당신은 그토록 긴 한 달 동안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돈을 맡긴 분에게 찾아가 돌려주지 않았소? 그리고 당신이 묘사하는 그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분께 당신의 실수를 고결하게 고백하고 나서 당신에게 필요한 비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볼 생각은 왜 안 했습니까? 그녀는 관대한 마음을 가졌고 당신이 파산했다는 걸 알면 분명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오. 특히 차용증을 써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당신이 삼소노프 상인과 호흘라코바 부인에게 제안했던 담보라도 제공했다면 말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그 담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오?"
미탸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설마 저를 그 정도로 비열한 인간으로 보시는 겁니까?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 아닐 겁니다!" 그가 분개하며 검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치 방금 들은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이오…… 대체 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요?" 이번에는 검사가 놀란 듯 되물었다.
"오, 그게 얼마나 비열한 짓이었을지! 여러분, 당신들은 저를 고문하고 있는 겁니다! 좋습니다, 전부 말씀드리죠. 좋아요, 지금 제 내면의 지옥 같은 모습을 전부 고백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을 부끄럽게 만들기 위해서이며,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비열한 조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여러분도 놀라게 될 겁니다. 명심하십시오, 검사님! 방금 당신이 말한 바로 그 조합을, 저도 이미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그 저주받은 한 달 동안 저에게도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카티야에게 가서 그녀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아, 정말이지 저는 그만큼 비열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서 나의 배신을 고하고, 바로 그 배신을 수행하기 위해, 배신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그녀에게서, 바로 카티야에게서 돈을 빌려달라고(빌려달라니, 들으셨습니까, 빌려달라고요!) 부탁한 뒤, 그녀에게서 당장 달려 나가 다른 여자, 그녀의 연적, 그녀를 증오하고 모욕한 여자와 도망치라니, 세상에, 검사님, 당신 제정신이십니까!"
"정신이 나간 건 아니지만, 확실히 내가 경솔했군. 그 여성의 질투라는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소. 당신 말대로 거기에 질투가 작용했다면…… 음, 확실히 그런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검사가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역겨운 짓이었을 거요." 미탸가 주먹으로 탁자를 사납게 내리치며 말했다. "너무나도 악취가 진동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당신들, 그녀가 나한테 그 돈을 줬을 수도 있다는 걸 아오? 아마 줬을 거요. 내게 복수하기 위해서, 복수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나를 경멸하기 위해서 줬을 거란 말이오. 그녀 역시 지옥 같은 영혼을 가진, 위대한 분노의 여인이니까! 나는 돈을 받았을 거요. 오, 받았을 거야, 분명 받았겠지. 그러고는 평생…… 오, 신이시여! 신사 양반들, 용서하시오. 내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건 이런 생각이 불과 얼마 전까지, 겨우 사흘 전까지만 해도 내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이오. 밤에 랴가비와 함께 있을 때, 그리고 어제도, 그래, 어제 온종일, 사건이 터지기 직전까지 그걸 기억하고 있었단 말이오……"
"무슨 사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니콜라이 파르페노비치가 호기심 어린 투로 끼어들었지만 미탸는 듣지 못했다.
"나는 당신들에게 끔찍한 고백을 했소." 그가 침울하게 결론지었다. "부디 그 무게를 알아주시오, 신사 양반들. 아니, 그냥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오. 제발 가슴 깊이 새겨들으란 말이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고백조차 당신들의 영혼을 스쳐 지나갈 뿐이라면, 당신들은 나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거요. 당신들이 나를 사람 취급도 안 한다는 뜻이지. 당신들 같은 자들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죽을 것 같소! 오, 차라리 쏴 죽여 버릴까! 당신들이 나를 믿지 않는다는 게 이제야 눈에 보이는구려! 뭐, 지금 당신들 그 대목까지 기록하려는 거요?" 그가 겁에 질려 외쳤다.
"방금 하신 말씀 말입니다." 니콜라이 파르페노비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즉, 마지막 순간까지도 베르호프체바 부인에게 가서 그 돈을 빌려달라고 할 생각이었다는 것…… 이 사건 전반에 걸친 당신의 진술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특히 당신에게,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진술이니까요."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시오, 신사 양반들!" 미탸가 손을 내저으며 외쳤다. "그것만은 기록하지 마시오, 부끄럽지도 않소! 나는 말하자면 당신들 앞에서 내 영혼을 반으로 찢어놓았는데, 당신들은 그걸 이용해서 찢어진 영혼의 단면을 손가락으로 마구 헤집고 있는 거요…… 오, 신이시여!"
그는 절망에 빠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검사가 말을 맺었다. "이제까지 기록된 내용은 나중에 직접 다 듣게 될 겁니다.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말씀하시는 대로 수정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이제 세 번째로 같은 질문을 하나 더 하겠습니다. 정말 아무도, 정말 단 한 명도 당신에게서 부적 속에 돈을 꿰매 넣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단 말입니까? 당신이 말한 그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아무도 없소, 아무도 없다고 말했지 않소. 도대체 내 말을 이해 못 하는 거요! 나를 좀 내버려 두시오!"
"좋습니다. 그 일은 차차 밝혀질 것이고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우선 판단해 보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스스로 삼천 루블을 탕진했다고 곳곳에 떠들고 다녔다는 증언을 아마 수십 건은 확보하고 있습니다. 일천오백 루블이 아니라 삼천 루블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어제 돈이 나타났을 때도 당신은 많은 이에게 또다시 삼천 루블을 가져왔다고 알렸지요……."
"수십 건이 아니라 수백 건이 당신들 손에 있겠지. 이백 건, 이백 명이 들었고 천 명이 들었을 거요!" 미탸가 외쳤다.
"자 보십시오, 모두가, 모두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두'라는 말에 뭔가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 의미도 없소. 내가 거짓말을 했고, 나를 따라 모두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 거요."
"그렇다면 대체 왜 당신이 말하는 그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까?"
"빌어먹을, 누가 알겠소. 자랑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지……. 이렇게 많은 돈을 탕진했다는 걸 말이오……. 어쩌면 그 꿰매 둔 돈에 대해 잊어버리려고 그랬는지도 모르겠군……. 그래, 바로 그래서였을 거요……. 젠장……. 이 질문을 몇 번이나 하는 거요? 그래, 거짓말을 했으니 끝난 일이지. 한 번 거짓말을 하니 고치고 싶지도 않았던 거요. 사람이 어떨 때 거짓말을 하는지 아시오?"
"사람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검사가 위엄 있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말씀하신 그 목에 걸었던 부적은 얼마나 컸습니까?"
"아니오, 크지 않았소."
"예를 들면 어느 정도 크기였습니까?"
"백 루블짜리 지폐를 반으로 접은 정도, 딱 그 정도 크기였소."
"그 천 조각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어딘가 당신 몸에 지니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에이, 젠장……. 무슨 엉뚱한 소리를……. 어디 있는지 모르겠소."
"하지만 잠시만요. 그럼 도대체 언제 어디서 목에서 떼어낸 겁니까? 당신 진술에 따르면 집에 들르지도 않았잖습니까?"
"페니아에게서 나와 페르호틴에게 가던 길에, 길 위에서 목에서 뜯어내고 돈을 꺼냈소."
"어둠 속에서요?"
"거기에 촛불이 왜 필요하단 말이오? 손가락으로 순식간에 해치웠는데."
"가위도 없이, 길거리에서요?"
"광장이었던 것 같은데, 가위가 왜 필요하오? 낡은 천이라 금방 찢어졌단 말이오."
"그럼 그 천 조각은 나중에 어떻게 했습니까?"
"거기 그냥 버렸소."
"정확히 어디에요?"
"광장이라니까, 그냥 광장이라고! 광장 어디인지는 젠장, 나도 모르오. 대체 당신들은 왜 그런 걸 묻는 거요?"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당신에게 유리한 물적 증거인데, 왜 그걸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까? 한 달 전 그 돈을 꿰매 넣을 때 누가 도와주었습니까?"
"아무도 안 도와줬소. 내가 직접 꿰맸소."
"바느질을 할 줄 아십니까?"
"군인이라면 바느질을 할 줄 알아야지. 이건 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잖소."
"그럼 그 재료, 그러니까 돈을 꿰매 넣은 그 천은 어디서 구했습니까?"
"정말 장난하는 거 아니오?"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닙니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어디서 천을 구했는지는 기억 안 나오. 대충 아무 데서나 주웠겠지."
"그런 것까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