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으로 피고인 본인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미탸가 일어났지만 말을 길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몹시 지쳐 있었다. 아침에 법정에 들어설 때 보였던 그 독립적이고 강인한 모습은 거의 사라진 뒤였다. 그는 마치 오늘 하루 동안 평생 겪어야 할 일을 모두 겪어내며, 전에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던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고 현명해진 사람 같았다. 그의 목소리는 힘을 잃어 아까처럼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그의 말에는 무언가 새롭고, 순종적이며, 패배를 인정한 듯 꺾인 듯한 어조가 배어 있었다.
"배심원 여러분,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심판의 시간이 왔고, 제 위에 임하신 하느님의 손길을 느낍니다. 방탕했던 인간의 최후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고해하듯 여러분께도 말씀드립니다. '아버지의 피에 관해…… 아닙니다, 저는 결백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말씀드립니다.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방탕했지만 선을 사랑했습니다. 매 순간 바로잡으려 애썼지만, 짐승처럼 살았습니다. 저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 검사님께 감사합니다.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제 모습을 알게 되었지만, 제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검사님의 착오입니다! 저를 변호해주신 변호사님께도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울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렇게 추측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저는 제정신입니다. 단지 제 영혼이 무거울 뿐입니다. 저를 용서하시고 풀어주신다면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느님 앞에서 약속합니다. 만약 유죄를 선고하신다면 제 머리 위에서 직접 칼을 부러뜨리고, 부러진 칼조각에 입을 맞추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살려주십시오. 저에게서 하느님을 빼앗지 마십시오. 저는 제 자신을 압니다. 원망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제 영혼이 너무나 힘듭니다, 여러분…… 부디 살려주십시오!"
그는 거의 제 자리에 쓰러지듯 앉았는데, 목소리가 막혀 마지막 문장은 겨우 내뱉을 뿐이었다. 이어서 재판부는 배심원들에게 질문을 던질 준비를 마치고 양측의 최후 진술을 요구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생략하겠다. 마침내 배심원들이 평의를 위해 퇴정했다. 재판장은 몹시 지쳐 있었기에 배심원들에게 매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당부의 말을 건넸다. '공정하게 임하십시오. 변호 측의 화려한 언변에 현혹되지 말고, 그러나 부디 심사숙고하십시오. 여러분의 어깨에 중대한 책임이 놓여 있음을 상기하십시오.' 등등의 말이었다. 배심원들이 퇴정하자 정회가 선포되었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리고, 그간 쌓인 소감을 나누거나 매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었다. 밤 1시가 가까운 매우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모두가 긴장하고 들떠 있어 휴식을 취할 상황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물론 모두가 다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부인들은 히스테리적인 초조함에 빠져 있었으나 속으로는 태연했다. '무죄 판결은 필연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는 다 함께 열광할 환상적인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백하건대 남성석 쪽에도 무죄 판결을 확신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어떤 이들은 기뻐했고, 어떤 이들은 미간을 찌푸렸으며, 또 어떤 이들은 낙담했다. 무죄 판결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페튜코비치 자신도 승리를 굳게 확신했다. 그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축하를 받았고, 주변에서는 그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있습니다." 나중에 전해 들은 바로는, 그가 어느 무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변호사와 배심원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실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변론 도중에 묶이고 또 감지되지요. 저는 그것을 느꼈고, 그것은 실존합니다. 우리 일은 성사되었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이제 우리 농민들이 뭐라고 할까?" 눈살을 찌푸린 뚱뚱하고 얽은 얼굴의 한 신사, 교외의 지주가 대화를 나누던 신사들 무리에 다가가며 말했다.
"농민들뿐만이 아니야. 저기 관리들도 네 명이나 있잖아."
"그렇지, 관리들이 있지." 지방 의회 의원이 다가오며 말했다.
"나자례프, 프로호르 이바노비치 알지? 저기 메달을 단 상인 말이야, 배심원인 사람."
"왜 그래?"
"머리가 비상하지."
"그런데 그는 줄곧 침묵만 지키고 있더군."
"침묵하는 건 오히려 좋아. 페테르부르크 사람한테 배울 처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페테르부르크 전체를 가르칠 인물이야. 자식이 열둘이나 된다고, 생각해 보라고!"
"아니, 이보시오, 설마 무죄가 안 나오겠소?" 다른 무리에서 우리 젊은 관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분명 무죄가 나올 거야."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죄가 안 나오면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일이지!" 관리가 외쳤다. "죽였다 쳐도, 그래도 아버지란 말이야! 게다가 그는 극도로 이성을 잃은 상태였지…… 정말 절굿공이를 휘두른 것뿐인데 노인이 쓰러진 거야. 하인이 연루된 건 좀 안 좋지만. 그건 그냥 우스꽝스러운 일화일 뿐이야. 내가 변호사였다면 이렇게 대놓고 말했을 거요. 죽였지만 무죄다, 그러니 상관하지 마라!"
"그 사람도 그렇게 하긴 했어, '상관하지 마라'는 말만 안 했지."
"아니오, 미하일 세묘노비치, 거의 그렇게 말한 거나 다름없었소." 세 번째 목소리가 거들었다.
"여러분, 사순절 때 우리 법정에서 자기 애인의 본처 목을 그어버린 여배우도 무죄 판결을 받지 않았소."
"그야 목을 다 그은 건 아니었지."
"마찬가지야, 어쨌든 칼을 댄 거 아니겠소!"
"그런데 자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했지? 정말 훌륭했어!"
"훌륭했지."
"그럼 신비주의에 대한 부분은? 어때?"
"신비주의 얘기는 그만두라고." 누군가 또 소리쳤다. "이폴리트 그 친구를 생각해보라고, 오늘 이후로 그가 겪을 운명을! 당장 내일 검사 부인이 미탸 때문에 그 사람 눈을 할퀴어 놓을 텐데."
"부인이 여기 있나?"
"있긴 왜 있어? 여기 있었으면 벌써 할퀴었겠지. 지금 치통 때문에 집에 있잖아. 헤헤헤!"
"헤헤헤!"
세 번째 무리에서는.
"미탸가 어쩌면 무죄가 나올지도 모르겠어."
"운이 좋으면 내일 '수도 시' 전체를 뒤집어놓고 열흘은 술판을 벌이겠지."
"에이, 망할!"
"망할 놈의 악마, 이 일에 악마가 없을 리 없지. 악마가 아니면 어디에 있겠나?"
"여러분, 변호사 말재주는 인정하오. 하지만 아버지 머리를 저울추로 깨부수게 놔둘 수는 없잖소. 그러다간 우리가 어디까지 가겠소?"
"마차라니, 그 마차 말이야, 기억나나?"
"그럼, 수레를 마차로 만들어 버렸지."
"내일은 마차를 수레로 바꾸겠지. '필요에 따라, 모든 것은 필요에 따라'."
"교활한 인간들이 늘었어. 여러분, 우리 러시아에 진실이라는 게 있긴 한 건가, 아니면 아예 없는 건가?"
하지만 종이 울렸다. 배심원들은 정확히 한 시간 동안 평의를 했다. 더도 덜도 아니었다. 청중이 다시 자리에 앉자마자 깊은 침묵이 감돌았다. 배심원들이 법정에 들어오던 모습이 기억난다. 드디어! 질문 항목을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다, 사실 다 잊어버리기도 했다. 재판장이 던진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질문, 즉 '강도질을 목적으로 고의로 살해했는가?'에 대한 대답만 기억날 뿐이다(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배심원 대표, 그러니까 배심원 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그 관리가 법정의 죽은 듯한 정적 속에서 크고 분명하게 선언했다.
"그렇다, 유죄다!"
그 뒤로 모든 항목에 대해서도 똑같았다. 유죄, 또 유죄, 심지어 조금의 정상참작도 없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적어도 정상참작만큼은 거의 모두가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법정의 죽은 듯한 침묵은 깨지지 않았고, 유죄를 바랐던 사람이든 무죄를 바랐던 사람이든 마치 모두가 돌처럼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첫 몇 분간뿐이었다. 이내 끔찍한 혼란이 일어났다. 남성 청중 중에는 매우 만족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손을 비비기까지 했다.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듯 어깨를 으쓱거리고 속닥거렸지만,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에, 우리 부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그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킬 줄 알았다. 처음에는 자기 귀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법정 전체에 외침이 울려 퍼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대체 뭐야?" 그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다시 바꾸고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바로 그 순간, 미탸가 갑자기 일어나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찢어질 듯한 비명으로 외쳤다.
"하느님과 그분의 최후 심판에 맹세코, 나는 아버지의 피에 대해 무죄다! 카탸, 너를 용서하겠다! 형제들이여, 친구들이여, 다른 여자를 부디 살려주시오!"
그는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법정 전체가 울리도록, 아주 끔찍하게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자기 목소리가 아닌,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모를 낯설고 새로운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위층 발코니 맨 뒷구석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이 들려왔는데, 그루셴카였다. 그녀는 조금 전에 누군가에게 사정하여 재판 변론이 시작되기 전에 법정으로 다시 들어왔던 것이다. 미탸는 끌려 나갔다. 판결문 낭독은 내일로 연기되었다. 법정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나는 더 기다릴 것도 들을 것도 없었다. 다만 밖으로 나오며 계단에서 들은 몇 마디 외침만이 기억에 남았다.
"이제 20년 동안 광산에서 썩겠군."
"적어도 그만큼은 되겠지."
"그래, 우리 농민들이 제 권리를 제대로 주장했어."
"결국 우리 미탸를 끝장냈군!"
제4부 및 최종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