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메르댜코프는 거의 즐거워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일상적인 경우라면 말입니다." 그가 예전에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식탁에 서서 신앙 문제로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와 논쟁하며 그를 놀려대던 그 자아도취적이고 교조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뺨을 때리는 건 요즘 법으로 확실히 금지되어 있고, 다들 그렇게 때리는 걸 그만두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온 세상 어디든, 설령 가장 완벽한 프랑스 공화국이라 할지라도 아담과 하와 때처럼 여전히 매질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도련님께서는 그런 특별한 상황에서도 감히 그러질 못하셨죠."
"너 지금 프랑스어 단어라도 공부하는 거냐?" 이반이 탁자 위에 놓인 공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유럽의 그 행복한 곳에 언젠가 저도 가게 될지 모르니, 제 교육을 위해서 공부하는 게 왜 안 되겠습니까."
"이 괴물 같은 놈, 잘 들어라." 이반이 눈을 번뜩이며 온몸을 떨었다. "난 네 고발 따위 두렵지 않다. 원하는 대로 나를 지목해 봐라. 내가 지금 너를 때려죽이지 않는 건 오로지 네놈이 이 범죄의 범인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고, 법정에 세울 생각이기 때문이다. 네놈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내겠다!"
"제 생각엔 그냥 가만히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결백한데 도련님께서 대체 저에 대해 뭘 밝히실 수 있겠습니까? 누가 도련님 말을 믿어 주겠어요? 하지만 도련님께서 일을 시작하신다면 저도 전부 털어놓을 겁니다. 제 자신을 방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이제 와서 너를 무서워할 줄 아느냐?"
"법정에서 제가 방금 드린 말씀을 믿지 않는다고 쳐도, 대중은 믿을 겁니다. 그러면 도련님께서는 체면을 구기시게 될 겁니다."
"그 말은 결국 또 '똑똑한 사람과는 대화하는 게 흥미롭다'는 뜻인가?" 이반이 이를 갈며 말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똑똑한 사람으로 계십시오."
이반 표도로비치는 분노로 몸을 떨며 일어났다. 그는 외투를 걸치고는 스메르댜코프에게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 신선한 저녁 공기가 그를 씻겨 주었다. 하늘에는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사유와 감각의 끔찍한 악몽이 그의 영혼 속에서 들끓었다. '지금 당장 가서 스메르댜코프를 고발할까? 하지만 뭐라고 고발하지? 그는 여전히 무죄다. 오히려 그놈이 나를 고발할 거다. 정말이지, 나는 그때 왜 체르마슈냐로 갔던 거지? 왜, 왜 그랬던 거지?' 이반 표도로비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래, 물론 나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어. 그놈 말이 맞아…….' 그러자 마지막 밤 아버지의 방을 엿듣던 기억이 백 번째로 되살아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고통스럽게 떠오른 나머지 그는 심장을 꿰뚫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그래, 나는 그때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어. 사실이야! 나는 살인을 원했어, 진정으로 원했단 말이다! 살인을 원했던 건가, 정말 원했나?…… 스메르댜코프를 죽여야 해!…… 지금 당장 스메르댜코프를 죽일 용기가 없다면, 살아갈 가치조차 없어!……'이반 표도로비치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에게 향했다. 광인 같은 그의 모습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는 스메르댜코프와 나눈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털어놓았다. 그녀가 아무리 달래 보아도 그는 진정하지 못한 채 방 안을 계속 서성이며 툭툭 끊기는 말투로 이상한 소리를 했다. 마침내 그는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더니 기묘한 아포리즘을 내뱉었다.
"드미트리가 아니라 스메르댜코프가 죽였다면, 나는 당연히 그와 공범이야. 왜냐하면 내가 그놈을 부추겼으니까. 내가 정말 그놈을 부추겼는지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하지만 드미트리가 아니라 그놈이 죽인 게 확실하다면, 당연히 살인자는 나야."
이 말을 듣고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그 위에 놓인 상자를 열고 종이 한 장을 꺼내 이반 앞에 놓았다. 이 종이가 바로 훗날 이반 표도로비치가 알료사에게 드미트리 형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수학적 증명'이라고 선언했던 그 문서였다. 그것은 미탸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집에서 그루셴카에게 모욕당한 뒤, 수도원으로 향하던 알료사를 들판에서 만났던 그날 저녁, 술에 취해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에게 쓴 편지였다. 알료사와 헤어진 후 미탸는 그루셴카에게 달려갔지만, 그녀를 만났는지는 알 수 없었고 밤이 되어 '스톨리치니 고로트' 식당에 도착해 진탕 술을 마셨다. 취한 상태에서 그는 펜과 종이를 요구했고 자신에게 불리한 중요한 문서를 적어 내려갔다. 그것은 광기 어린, 장황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그야말로 '술 취한' 편지였다. 마치 술 취한 남자가 집에 돌아와 아내나 가족에게 자기가 얼마나 심한 모욕을 당했는지, 그 모욕을 준 놈이 얼마나 비열한 놈인지, 반대로 자신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그놈을 어떻게 혼내줄 것인지, 이 모든 것을 길고 장황하게 앞뒤도 없이 흥분하여 탁자를 주먹으로 쾅쾅 내리치며 눈물까지 흘려가며 떠들어대는 꼴과 같았다. 식당에서 그에게 준 종이는 질 낮은 싸구려 편지지 조각이었고 뒷면에는 무슨 영수증 같은 것이 적혀 있었다. 술에 취해 주절대는 미탸에게는 지면이 모자랐던지, 여백은 물론이고 마지막 줄은 이미 적혀 있는 글자들 위에 가로로 겹쳐 쓰기까지 했다.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운명의 카탸! 내일 돈을 구해 너의 3천 루블을 갚을게. 안녕, 위대한 분노의 여인이여. 하지만 내 사랑도 이제 안녕! 끝내자! 내일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보고, 정 안 되면 맹세컨대 아버지에게 가서 머리를 깨부수고 베개 밑에서 훔쳐내겠어. 이반만 떠난다면 말이야. 감옥에 가더라도 3천 루블은 갚을 거야. 하지만 너도 이제 안녕. 네 앞에 비열한 놈이 있으니 땅에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마. 용서해 줘. 아니, 용서하지 않는 게 낫겠어. 그래야 나도 너도 편할 테니까! 네 사랑보다는 감옥에 가는 게 나아.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도 오늘 너무나 잘 알게 되었으니, 네가 어떻게 나를 용서할 수 있겠어? 내 도둑놈을 죽여버릴 거야! 너희 모두에게서 떠나 아무도 모르는 동쪽으로 가겠어. 그녀도 포함해서 말이야. 나를 괴롭히는 건 너뿐만이 아니라 그녀도 마찬가지니까. 안녕!"
추신. 빌어먹을, 편지를 쓰면서도 너를 연모하고 있구나! 내 가슴속에서 소리가 들려. 현 하나가 남아서 울리고 있어. 차라리 심장이 두 조각 나는 게 낫겠어! 나 자신을 죽일 거야, 하지만 그전에 우선 그 개놈부터 죽이고. 놈한테서 3천 루블을 빼앗아 네게 던져주마. 네 앞에 비열한 놈일지언정 도둑은 아니니까! 3천 루블을 기다려. 그 개놈 요 밑에 분홍색 리본이 있어. 도둑은 내가 아니라, 내 도둑놈을 죽일 거야. 카탸, 경멸어린 눈으로 보지 마. 드미트리는 도둑이 아니라 살인자니까! 너의 오만함을 견디지 못하고, 너를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아버지를 죽이고 나 자신을 파멸시켰어.
재추신. 네 발에 입 맞추마. 안녕!
재재추신. 카탸,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기를 신께 기도해 줘. 그러면 나는 피를 보지 않겠지만, 돈을 주지 않는다면 피를 볼 거야! 나를 죽여줘!
당신의 노예이자 적, 드미트리 카라마조프 드림."
이반은 그 '문서'를 읽고는 확신에 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죽인 건 스메르댜코프가 아니라 형 미탸였다. 스메르댜코프가 아니라면 이반 자신도 범인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그 편지는 이반의 눈에 갑자기 수학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 미탸의 죄에 관해 더 이상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런데 이반은 미탸가 스메르댜코프와 공모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애초에 그런 가정은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았다. 이반은 완전히 안심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스메르댜코프와 그놈의 조롱을 떠올리며 그저 경멸을 느낄 뿐이었다. 며칠 뒤에는 자신이 어떻게 그런 놈의 의심에 그토록 괴롭게 화를 냈던 건지 오히려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는 그놈을 경멸하고 잊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그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스메르댜코프의 소식을 묻지 않았으나, 그놈이 매우 아프고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두어 번 지나치듯 들었다. "결국 미쳐버리고 말 거야." 젊은 바르빈스키 의사가 그놈에 대해 한 말을 이반은 기억했다. 그달 마지막 주에 접어들자 이반 자신의 몸 상태도 매우 나빠졌다. 그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불렀던 모스크바 출신 의사가 재판 직전에 도착하자 이미 상담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바로 그 시기에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와의 관계도 극도로 악화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서로 증오하는 기묘한 연인이었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미탸에게로 마음이 돌아설 때마다, 비록 순간적이지만 강력하게 나타나는 그 현상은 이반을 완전히 미치게 했다. 기이한 것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집에서 미탸가 보낸 알료사를 만났던 마지막 장면 이전까지, 한 달 내내 그녀가 미탸의 죄를 의심하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반이 그토록 증오했던 그녀의 모든 '회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반이 날이 갈수록 미탸를 더욱더 증오하게 되면서도, 사실 그 증오가 카탸가 미탸에게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 아니라, 미탸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 때문임을 동시에 깨닫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스스로 충분히 느끼고 자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재판 열흘 전쯤 그는 미탸를 찾아가 탈옥 계획을 제안했다. 분명 오래전부터 구상해 둔 계획이었다. 그 일을 추진하게 된 주된 이유 외에도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스메르댜코프의 말 한마디가 상처로 남아 아물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형을 지목하게 하는 편이 자신에게 이득이라는 말, 즉 자신과 알료사가 받을 유산 액수가 4만 루블에서 6만 루블로 늘어난다는 그 말이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몫에서 3만 루블을 희생해서라도 미탸의 탈옥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그때 그곳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몹시 슬프고 당혹스러웠다. 탈옥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단지 3만 루블을 희생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이라는 느낌이 갑자기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영혼도 그와 똑같은 살인자이기 때문일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멀리 있지만 뜨거운 무언가가 그의 영혼을 찔렀다. 무엇보다 지난 한 달 동안 그의 자존심은 끔찍하게 고통받았으나,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한다……. 알료사와 대화를 마치고 스메르댜코프에게 가기로 결심한 뒤 자기 집 초인종을 잡았을 때, 이반 표도로비치는 가슴속에서 갑자기 끓어오르는 특별한 분노에 몸을 맡겼다. 그는 방금 알료사 앞에서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외쳤던 말을 갑자기 떠올렸다. '당신이, 당신만이 나에게 그(즉 미탸)가 살인자라고 확신시켰잖아!' 이를 기억해 낸 이반은 아연실색했다. 그는 평생 그녀에게 미탸가 살인자라고 확신시킨 적이 없었다. 오히려 스메르댜코프에게서 돌아왔을 때 그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었을 뿐이다. 정반대로, 당시 그에게 '문서'를 꺼내 보여주며 형의 죄를 입증한 것은 그녀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이제 와서 '내가 직접 스메르댜코프에게 갔었어!'라고 외치다니. 대체 언제 갔다는 말인가? 이반은 그것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미탸의 범죄를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스메르댜코프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대체 무엇을, 정확히 무슨 말을 한 것일까? 그의 가슴속에 무시무시한 분노가 타올랐다. 그는 어떻게 반시간 전에 그녀의 그 말을 그냥 넘기고 즉시 소리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초인종을 놓아버리고 스메르댜코프에게 달려갔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그놈을 죽여버릴지도 몰라.' 그는 가는 길에 그렇게 생각했다.
VIII. 스메르댜코프와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만남
가는 길 중간부터 아침 일찍 있었던 것과 똑같은 맵고 건조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가늘고 빽빽하며 마른 눈이 휘날렸다. 눈은 땅에 닿아도 달라붙지 않았고 바람이 눈을 휘저어 곧 본격적인 눈보라가 몰아쳤다. 스메르댜코프가 살던 동네에는 우리 도시에서 가로등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눈보라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길을 더듬으며 어둠 속을 걸어갔다. 머리가 아팠고 관자놀이가 고통스럽게 고동쳤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음을 그는 느꼈다. 마리야 콘드라티예브나의 작은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이반 표도로비치는 갑자기 혼자 술에 취한 키 작은 사내와 마주쳤다. 기운 낡은 지푸니슈카를 입은 그 사내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투덜대고 욕설을 내뱉더니, 갑자기 욕을 멈추고는 갈라진 술 취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 반카가 페테르부르크로 떠났네, 나는 그를 기다리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는 그 두 번째 구절에서 말을 끊고 다시 누군가를 욕하기 시작하더니, 또다시 갑자기 같은 노래를 부르곤 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그 사내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그에 대한 끔찍한 증오를 느끼고 있었는데, 순간 그 존재의 의미를 깨달았다. 즉시 그는 위에서부터 주먹으로 그 사내를 후려치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마침 그 순간 그들이 나란히 길을 지나가게 되었고, 사내는 크게 휘청거리더니 갑자기 온 힘을 다해 이반과 부딪혔다. 이반은 격분하여 그를 밀쳐버렸다. 사내는 허공을 날아 통나무처럼 꽁꽁 언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는 오-오! 하고 단 한 번 고통스럽게 신음하더니 잠잠해졌다. 이반은 그에게 다가갔다. 사내는 대자로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얼어 죽겠군!' 이반은 생각하고는 다시 스메르댜코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현관에서 촛불을 들고 문을 열어주러 달려 나온 마리야 콘드라티예브나가 그에게 속삭였다. 파벨 표도로비치(즉 스메르댜코프)가 무척 아프다고, 단순히 누워 있는 게 아니라 거의 제정신이 아니며, 차조차 치우라고 할 정도로 마시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그놈이 행패라도 부린다는 건가?" 이반 표도로비치가 거칠게 물었다.
"아유, 천만에요. 아주 얌전하답니다. 다만 너무 오래 이야기하지는 마셔요……." 마리야 콘드라티예브나가 부탁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지난번처럼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지만 방 안에는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띄었다. 옆에 있던 벤치 하나가 치워지고 그 자리에는 마호가니 색의 낡고 커다란 가죽 소파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비교적 깨끗한 흰색 베개를 갖춘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침대 위에는 스메르댜코프가 여전히 같은 실내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탁자는 소파 앞으로 옮겨져 있어 방 안은 매우 비좁아졌다. 탁자 위에는 노란 표지의 두꺼운 책 한 권이 놓여 있었지만, 스메르댜코프는 그것을 읽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길고 침묵에 잠긴 눈길로 이반 표도로비치를 맞이했는데, 그의 방문에 조금도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의 얼굴은 크게 변해 있었고, 몰라보게 수척해지고 누렇게 떠 있었다. 눈은 움푹 들어갔고 아래 눈꺼풀은 푸르스름했다.
"너 정말 아픈 거냐?" 이반 표도로비치가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오래 있지 않을 거니까 외투도 벗지 않겠다. 어디 앉으면 되지?"
그는 탁자 반대편으로 돌아가 의자를 탁자 가까이 끌어당기고 앉았다.
"왜 쳐다보기만 하고 말이 없지? 딱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맹세컨대 대답을 듣기 전에는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 아까 그 여자,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다녀갔나?"
스메르댜코프는 여전히 이반을 조용히 응시하며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갑자기 손을 휘저으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왜 이러지?" 이반이 소리쳤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
"뭐, 다녀갔습니다. 그래도 도련님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만 좀 하시죠."
"안 돼, 그만둘 수 없어! 말해, 언제 왔었지?"
"그 여자에 대해서는 이미 잊어버렸는데요." 스메르댜코프가 경멸하듯 웃음을 흘리더니, 갑자기 다시 이반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는 한 달 전 그 만남 때와 똑같은, 광기에 서린 증오의 눈길로 그를 쏘아보았다.
"도련님도 편찮으신 모양이군요. 아주 핼쑥해져서 얼굴이 말이 아니십니다." 그가 이반에게 말했다.
"내 건강은 내버려 둬. 묻는 말이나 대답해."
"그런데 왜 도련님 눈은 그렇게 누렇게 뜨셨습니까? 흰자위가 완전히 노랗네요. 많이 괴로우신가 보죠?"
그는 경멸하듯 비웃더니 갑자기 아예 대놓고 웃음을 터뜨렸다.
"들어라, 대답을 듣기 전에는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반이 몹시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왜 그렇게 들볶으시는 겁니까? 왜 저를 괴롭히시나요?" 스메르댜코프가 고통스럽게 말했다.
"이런 젠장! 너 따위는 관심 없다. 대답만 하면 당장 나가겠다."
"도련님께 대답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스메르댜코프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분명히 말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대답하게 만들겠다!"
"도대체 왜 그렇게 안달이십니까?" 갑자기 스메르댜코프가 이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이번에는 경멸이라기보다는 거의 혐오감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내일 재판이 시작돼서 그러십니까? 하지만 도련님께는 아무 일도 없을 테니 이제 그만 확신을 가지시죠! 집으로 돌아가서 편히 잠이나 주무세요. 아무것도 두려워할 거 없습니다."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내일 뭘 두려워하라는 거지?" 이반이 놀란 듯 내뱉었고, 순간 정말로 어떤 두려움이 차가운 바람처럼 그의 영혼을 덮쳤다. 스메르댜코프는 이반을 눈으로 훑었다.
"모-르-신다고요?" 그가 나무라듯 길게 늘어뜨리며 말했다. "똑똑한 사람이 대체 왜 이런 코미디를 연기하려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반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한때 자기 하인이었던 자가 이제는 완전히 딴판으로, 전에는 본 적 없는 오만한 어조로 말하는 것 자체가 기이했다. 지난번 만남 때만 해도 이런 말투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