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과 야유를 받는 게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아랫사람의 녹을 먹는 것보다 훨씬 낫지. 이 오래된 길은 잠든 무방비의 왕들을 살해한 드로나의 아들도 걸었던 길이다.
그런데 어디에 구멍을 뚫을까?
빗방울이 떨어져 삭아버린 곳은 어디인가? 그런 곳이라야 소리가 나지 않지. 벽에 뻥 뚫린 구멍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 도둑질의 비결이라 배웠다. 궁전이 무너진 곳은 어디인가? 질산염에 갉아먹힌 벽돌이 겉만 멀쩡한 곳은 어디인가? 여자의 얼굴을 마주치지 않을 곳은 어디인가? 내 소원을 들어줄 곳이 그곳에 있으리.
[벽을 더듬어 본다.] 여기 햇볕과 물 뿌림에 약해지고 초석에 갉아먹힌 곳이 있군. 여기는 쥐가 파헤친 흙무더기가 있고.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일이 잘 풀리고 있어. 스칸다의 아들들에게 행운이 시작된 징조로군. 자, 우선 어떻게 구멍을 뚫을까? 황금 창을 든 축복받은 분께서 네 가지 침입법을 정해주셨지. 벽돌이 구워진 것이면 뽑아내고, 굽지 않은 것이면 자르고, 흙으로 된 것이면 적시고, 나무로 된 것이면 쪼개라. 이곳은 구운 벽돌이니, 고로 벽돌을 뽑아내야겠군.
이제 구멍 모양을 어떻게 낼까? 연꽃, 물탱크, 초승달, 아니면 태양? 직사각형, 십자형, 아니면 불룩한 항아리? 그 무엇이든 비결에는 허용되어 있지. 어느 걸로 할까, 어느 걸로? 아침에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내 최고의 솜씨를 어디에 보여줄까?
이 구운 벽돌 벽에는 불룩한 항아리 모양이 효과적이겠어. 그렇게 해야지.
내가 밤중에 뚫었던 다른 벽들이나, 실패했던 다른 일들을 보면, 아침마다 이웃 사람들이 몰려나와 내 솜씨에 대해 잘했느니 못했느니 떠들곤 했지.
소원을 들어주는 신, 영원한 젊음의 스칸다 신께 찬미를! 황금 창을 든 분이자 브라만들의 신, 경건한 분께 찬미를! 태양의 자식께 찬미를! 마법의 스승이자 내가 첫 번째 제자인 그분께 찬미를! 그분께서 나를 흡족히 여겨 마법 연고를 주셨으니,
이것을 몸에 바르면, 파수꾼의 눈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내리치는 날카로운 칼날에도, 잔혹한 상처 하나 입지 않으리.
[스스로 연고를 바른다.] 아, 자를 깜빡했군. [생각에 잠긴다.] 아하! 이 성스러운 끈을 자로 쓰면 되겠어. 그래, 성스러운 끈은 브라만에게, 특히 나 같은 자에게 큰 축복이지. 왜냐하면,
이것으로 그는 벽을 뚫기 전에 측량을 하고, 보석이 걸려 있을 때는 자물쇠를 따지. 빗장을 걸어 잠근 문이나 홀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벌레나 뱀에 물렸을 때 지혈대가 되기도 한다네.
측량은 끝났다. 이제 시작해 볼까. [그는 구멍을 뚫고는 안을 들여다본다.] 벽돌 한 장만 더 빼면 구멍이 완성되겠군. 아, 뱀에게 물렸다. [성스러운 끈으로 손가락을 묶고 독이 퍼지는 시늉을 한다.] 해독 조치를 했으니 이제 괜찮아. [다시 작업을 계속하다가 가만히 응시한다.] 아, 촛불이 켜져 있군. 보라!
질투 어린 어둠이 그 주변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도, 제자리를 지키는 황금빛 촛불은 구멍을 통과해 바닥을 비추니, 시금석 위에 그어진 금빛 줄기 같구나.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구멍이 다 뚫렸다. 좋아! 안으로 들어가야지. 아니, 아직은 안 되겠어. 먼저 허수아비를 밀어 넣어 봐야지. [그렇게 한다.] 아, 아무도 없군. 스칸다 신께 찬미를!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핀다.] 보라! 두 사람이 잠들어 있군. 자, 내 안전을 위해 문을 열어둬야겠어. 하지만 집이 낡아서 문이 삐걱거리는군. 물을 좀 찾아봐야겠다. 물이 어디에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고 물을 찾아 문에 뿌린다. 걱정스레.] 바닥에 떨어져서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할 텐데. 좋아, 이 방식이겠군. [등으로 문을 밀어 조심스럽게 연다.] 좋아! 이 정도면 됐어. 이제 이 두 사람이 자는 척을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깊이 잠든 건지 확인해 봐야겠어. [그는 그들을 겁주어 반응을 살핀다.] 그래, 꼼짝없이 깊이 잠든 모양이군. 보라!
숨소리가 고르게 오르내리는군. 그 규칙적인 리듬을 보니 두려움은 없는 모양이다. 눈은 눈구멍 속에 고정된 채 굳게 감겨 있고 깜빡이는 기색조차 없네. 사지는 이완되어 편안히 누워 있고, 침대 밖으로 살짝 내민 발도 보이는데, 켜놓은 촛불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구나. 만약 잠든 척하는 거라면 촛불이 신경 쓰일 텐데 말이지.
[주위를 둘러본다.] 뭐야! 북인가? 여기는 피리도 있네. 이쪽은 작은 북, 저기는 류트고. 갈대 피리까지. 저기에는 필사본들이 쌓여 있어. 여기 무용 선생의 집인가? 아니야! 들어올 땐 분명 호화로운 저택이라 생각했는데. 그럼 이 자는 정말로 가난한 것인가, 아니면 왕이나 도둑이 무서워 재산을 땅에 묻어둔 것인가? 뭐, 내 재산도 묻혀 있긴 하지. 하지만 지하의 금을 찾아낼 씨앗을 뿌려보자. [씨앗을 뿌린다.] 뿌린 씨앗이 어디서도 부풀지 않는군. 아, 이 자는 정말로 가난한 게 분명해. 좋아! 떠나자.
마이트레야: [잠꼬대를 하며] 이봐, 벽에 뚫린 구멍 같은 게 보여. 도둑 같은 것도 보이고. 자네, 이 황금 상자를 가져가는 게 좋겠어.
샤르빌라카: 이 자가 내가 들어온 걸 알고서 나를 놀리려고 가난한 척하는 건가? 죽여 버릴까, 아니면 이 불쌍한 녀석이 잠꼬대를 하는 걸까? [살펴본다.] 어, 보라! 촛불에 비춰보니 누더기 목욕 수건에 싸인 이 물건, 정말로 보석 상자잖아. 가져갈까? 아니야, 나만큼이나 가난한 명문가 출신을 터는 건 옳지 않지. 떠나자.
마이트레야: 친구, 암소와 브라만의 소원을 걸고 맹세하건대 이 황금 상자를 가져가게.
샤르빌라카: 암소의 신성한 바람과 브라만의 부탁을 무시할 수는 없지. 가져가기로 하겠다. 그런데 보라! 저기 촛불이 타고 있군. 나는 촛불을 끄려고 일부러 나방을 데리고 다니지. 불꽃 속으로 보내주마. 지금이 바로 그놈의 시간이다. 내가 풀어준 이 나방이 촛불 위를 맴돌며 날갯짓하게 하라. 곤충의 날갯짓에서 일어난 바람이 불꽃을 저주스러운 어둠으로 바꿔놓았군. 아니면 내 브라만 가문에 내가 가져온 이 어둠을 저주해야 할까? 내 아버지는 네 개의 베다를 통달하고 재물도 탐하지 않으셨던 분인데, 그 아들인 나 브라만 샤르빌라카가 창녀 마다니카를 위해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니. 이제 브라만의 소원을 들어주마. [상자를 향해 손을 뻗는다.]
마이트레야: 이봐, 손가락이 왜 이렇게 차가운가!
샤르빌라카: 이런 부주의한 일이! 물에 닿아서 손가락이 차갑군. 좋아,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야지. [왼손을 녹이고 상자를 집어 든다.]
마이트레야: 가져갔나?
샤르빌라카: 브라만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지. 가져갔네.
마이트레야: 이제야 물건을 다 판 상인처럼 편안히 잘 수 있겠군.
샤르빌라카: 오 위대한 브라만이여, 백 년이라도 푹 주무시오! 아, 기생 마다니카 때문에 브라만 가문이 이렇게 어둠 속으로 빠져들다니 슬프구나! 아니, 그보다는 나 자신이 이렇게 어둠에 잠겨 버렸지.
가난이란 놈은 저주받아 마땅해! 사내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지. 낮을 피해야 하는 이런 짓거리를 저주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행하고 있으니.
자, 그럼 마다니카의 자유를 사러 바산타세나의 집으로 가야겠군. [주위를 걷고 살핀다.] 아,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 파수꾼들이 아니길 바라야지. 뭐 상관없나. 기둥인 척하고 기다려야겠다. 하지만 어차피 파수꾼들이 나 샤르빌라카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나? 왜냐하면 나는
기어갈 땐 고양이, 도망칠 땐 사슴, 찢어발길 땐 매, 자거나 깨어 있는 자의 힘을 잴 땐 개, 기어 다녀야 할 땐 뱀, 성자나 악당으로 보이기 위한 환상 그 자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하는 언변의 여신. 칠흑 같은 밤엔 빛이 되고, 구멍 속에선 도마뱀이 되며, 육지에선 말이 되고 바다에선 배가 될 수 있지.
또한 이르기를,
뱀처럼 빠르고 산처럼 침착하며, 날아오를 때면 새들의 왕도 이보다 더 능숙할 수는 없지. 지상을 샅샅이 뒤질 땐 산토끼처럼 예민하고, 힘을 쓸 땐 사자 같으며, 닥치는 대로 찢어발길 땐 늑대와 같네. 라다니카: [등장하며] 세상에! 바르다마나카가 바깥마당에서 잠들었겠거니 했는데 보이지 않네. 마이트레야를 불러야지. [그녀가 걸어 다닌다.]
샤르빌라카: [라다니카를 내려치려다 먼저 살펴본다.] 뭐야! 여자군? 다행이다. 떠나야지. [퇴장]
……
라다니카: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며] 어머, 세상에! 도둑이 우리 집 벽에 구멍을 뚫고 도망치고 있어요. 마이트레야를 깨우러 가야지. [마이트레야에게 다가간다.] 마이트레야, 일어나세요, 일어나라고요! 도둑이 우리 집 벽에 구멍을 뚫고 도망갔어요.
마이트레야: [일어나며] 이게 무슨 소리냐, 이 계집아? 벽에 난 구멍이 도둑을 뚫고 도망갔다고?
라다니카: 바보 같으니! 농담은 그만두고. 안 보여요?
마이트레야: 무슨 뜻이야, 계집아? 마치 문이 하나 더 생긴 것 같군이라는 건가? 일어나게, 친구 차루다타, 일어나라고! 도둑이 우리 집 벽에 구멍을 뚫고 도망갔어.
차루다타: 그래, 그래! 농담은 그만둬!
마이트레야: 농담이 아니라니까. 보게!
차루다타: 어디?
마이트레야: 여기, 여기.
차루다타: [응시하며] 참으로 기막힌 구멍이군!
아래위로 벽돌이 모두 파헤쳐졌구나. 위는 좁지만 안은 넓으니, 마치 저택의 심장이 자존심에 터져 버린 것 같네. 가치 없는 자가 그 애정을 나눌까 두려웠던 게지.
이런 일에까지 기술이 쓰였다니!
마이트레야: 친구, 이 구멍은 둘 중 하나가 낸 게 분명해. 외부인이거나, 아니면 도둑질 기술을 익히는 학생이 연습 삼아 뚫었거나. 우자이니에서 우리 집에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차루다타:
내 집에서 늘 하던 수확을 거두려 한 자는, 분명 외부인이었을 테지. 사라진 부가 평온하고 근심 없는 잠을 가르쳐준다는 걸 그자는 아직 모르는 모양이야.
그는 한때 위대했던 내 집의 옛 모습을 보고 침입했겠지. 찰나의 희망에 가슴이 뛰었을 테니까. 이제 그자는 다른 곳을 떠돌며, 깨져 버린 희망을 두고 뼈아프게 울고 있겠군.
그 불쌍한 녀석이 친구들에게 상인의 아들 집을 털러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더라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해 봐.
마이트레야: 지금 그 흉악한 도둑놈을 동정하는 건가? 그놈은 생각했겠지. 여긴 대저택이야. 보석 상자나 금 상자를 털 곳이지. [상자를 떠올린다. 낙담하며. 혼잣말로] 그 황금 상자는 어디에 있지?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린다. 크게 말하며] 이봐, 보라고! 자네는 항상 마이트레야는 바보야, 마이트레야는 공부를 안 했어.라고 말하지만, 난 분명 그 황금 상자를 자네에게 넘겨준 건 현명했어. 그러지 않았다면 노예 자식 놈이 훔쳐 갔을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