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좀 예민한 편이야." 요아힘이 인정했다. "그렇게 냉정하게 치료를 거절하지 말았어야 했어. 적어도 심리 치료는 말이야. 그 사람은 자기한테서 벗어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나도 그에게 충분히 마음을 열지 않아서 그다지 좋은 소리를 못 들어. 그래도 가끔은 분석할 거리를 주려고 꿈 이야기를 한 번씩 하곤 하지."
"뭐, 그렇다면 기분을 상하게 한 셈이겠네." 한스 카스토르프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언짢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피로감이 한층 더 강하게 몰려왔다.
"잘 자." 그가 말했다. "나 지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야."
"여덟 시에 아침 먹으러 갈 때 데리러 올게." 요아힘이 말하고 나갔다.
한스 카스토르프는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침대 옆 스탠드 불을 끄자마자 잠이 쏟아졌지만, 엊그제 이 침대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화들짝 놀라 깨고 말았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겠지.' 그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듯 혼잣말을 했다. '그저 죽은 사람의 침대일 뿐이야, 흔하디흔한 죽음의 침대라고.' 그러고는 잠이 들었다.
하지만 잠들자마자 그는 꿈을 꾸기 시작했고 다음 날 아침까지 거의 멈추지 않고 꿈속을 헤맸다. 주로 본 것은 요아힘 침센이 기이하게 몸이 뒤틀린 채 봅슬레이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가는 장면이었다. 요아힘은 크로코프스키 박사처럼 인광을 내뿜듯 창백했고, 봅슬레이 앞에는 웬 신사 기수가 앉아 있었는데 기침 소리로만 존재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불분명한 모습으로 썰매를 조종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아무 상관 없어. 여기 위에 있는 우리한테는 말이야.' 뒤틀린 몸의 요아힘이 말했고, 이어 기수가 아닌 요아힘 자신이 끔찍하게 쉰 기침을 토해냈다. 그 모습에 한스 카스토르프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고, 콜드크림을 사러 약국으로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길가에는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일티스 부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손에 든 것은 분명 '스터릴렛'처럼 보였으나 알고 보니 안전 면도기였다. 그 모습에 한스 카스토르프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고, 그렇게 그는 여러 감정 사이를 오가며 시달리다가 반쯤 열린 발코니 문 사이로 아침 빛이 스며들 때 잠에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