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녀는 브론스키를 처음 만난 날 치어 죽은 사람을 떠올리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그녀는 급수탑에서 철길로 이어지는 계단을 빠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와, 옆을 지나가는 기차 바로 곁에 멈춰 섰다.그녀는 천천히 움직이는 첫 번째 객차의 하부와 나사, 체인, 높다란 주철 바퀴를 바라보며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한가운데, 그 지점이 자신과 마주할 순간을 눈대중으로 가늠하려 애썼다.
'저기!' 그녀는 객차의 그늘과 침목 위에 뿌려진 석탄 섞인 모래를 내려다보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저기, 바로 저 가운데로 가면 그를 벌할 수 있어. 모두에게서, 나 자신에게서도 벗어나는 거야.'
그녀는 자신의 옆을 지나는 첫 번째 객차의 중간 지점 아래로 몸을 던지려 했다.하지만 팔에서 벗기려던 붉은색 작은 가방 때문에 동작이 늦어졌고, 이미 때는 늦어 중간 지점은 지나가 버렸다.다음 객차를 기다려야 했다.수영할 때 물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 그녀를 휩쌌고, 그녀는 성호를 그었다.성호를 긋는 익숙한 동작은 그녀의 영혼 속에 어린 시절과 소녀 시절의 기억들을 불러일으켰고, 그녀를 뒤덮고 있던 어둠이 갑자기 걷히면서 삶이 한순간 지나간 모든 밝은 기쁨들과 함께 눈앞에 나타났다.하지만 그녀는 다가오는 두 번째 객차의 바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바퀴 사이의 한가운데가 자신과 나란해지는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붉은 가방을 던져 버리고 머리를 어깨 사이로 움츠린 채 객차 아래로 몸을 던져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가벼운 동작으로 무릎을 꿇었다.그 찰나,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짓에 경악했다.'내가 어디 있는 거지?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대체 왜?'그녀는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거대하고 무정한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를 밀치고 등 뒤로 끌어당겼다.'주여, 제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저항이 불가능함을 느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한 남자가 무언가 중얼거리며 쇠붙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그녀가 불안과 기만, 슬픔과 악으로 가득 찬 책을 읽던 촛불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타올라 이전까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모든 것을 비추더니, 타닥거리며 희미해지다가 영원히 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