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외롭다는 걸 알아봐 줄 사람조차 없었던 로빈슨 크루소보다 더 외로운 처지가 된 나는 매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당번 점원의 권유로 카운터 뒤로 들어가 짐을 달던 저울 위에 걸터앉았다. 소포와 꾸러미, 책들을 바라보며 마구간 냄새(그날 아침 이후로 줄곧 그 냄새만 맡으면 그때가 떠오른다)를 들이마시고 있자니,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행진하기 시작했다. 만약 아무도 나를 데리러 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나를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게 해 줄까? 7실링을 다 쓸 때까지는 있게 해 줄까? 밤이 되면 다른 짐들과 함께 나무 상자 속에서 자고, 아침에는 마당 펌프에서 씻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매일 밤 쫓겨났다가 다음 날 사무실 문이 열리면 다시 와서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만약 이게 착오가 아니라 머드스톤 씨가 나를 쫓아내려고 꾸민 계획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7실링을 다 쓸 때까지는 머물게 해 준다 해도, 굶주리기 시작하면 계속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블루 뭐시기' 여인숙에 장례 비용이라는 위험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 될 게 뻔했다. 당장 길을 떠나 집으로 걸어가려 해도, 길은 어떻게 찾으며 그 먼 거리를 걸을 수나 있을까? 집에 도착한다 한들 페고티 외에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관청을 찾아가 군인이나 선원이 되겠다고 자청한다면, 내가 워낙 꼬맹이라 받아주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런 생각과 수백 가지의 다른 생각들이 나를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구었고, 공포와 당혹감에 어지러웠다. 그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한 남자가 들어와 점원에게 속삭였고, 곧 점원은 나를 저울에서 비스듬히 밀어내더니 마치 무게를 재고, 사고, 배달되어 대금까지 지불된 물건처럼 그 남자에게 떠넘겼다.
이 새로운 지인과 손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서 나는 몰래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핼쑥하고 창백한 얼굴에 볼이 움푹 들어간 청년이었는데, 턱은 머드스톤 씨만큼이나 거무스름했다. 하지만 닮은 점은 거기까지였다. 그는 구레나룻을 깎아 버렸고, 머리카락은 윤기가 흐르기는커녕 녹이 슨 듯 푸석푸석했기 때문이다. 그는 옷 역시 마찬가지로 낡고 푸석해 보이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소매와 바지 기장이 좀 짧았다. 목에는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 하얀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나는 그 목도리가 그가 가진 속옷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가 내보이거나 넌지시 드러낸 것은 그것뿐이었다.
"너 새로 온 아이니?" 그가 물었다. "네, 선생님." 나는 대답했다.
나는 내가 새로 온 아이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잘 몰랐다.
"난 세일럼 하우스의 교사 중 한 사람이다." 그가 말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몹시 위압감을 느꼈다. 세일럼 하우스의 학식이 높은 교사 앞에서 내 짐 가방 같은 사소한 것을 언급하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마당에서 꽤 멀리 떨어진 뒤에야 겨우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낼 수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자 우리는 발길을 돌렸고, 그는 점원에게 운송업자가 정오에 가지러 오기로 했다는 말을 전했다.
"저기, 선생님." 우리가 아까와 비슷한 거리만큼 걸었을 때 내가 말했다. "거기가 먼가요?"
"블랙히스 근처라네." 그가 말했다.
"거기가 먼가요, 선생님?"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꽤 멀지." 그가 대답했다. "역마차를 타고 갈 거네. 6마일 정도 거리라네."
나는 너무 기운이 없고 피곤해서 6마일을 더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나 벅찼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밤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혹시 괜찮다면 먹을거리를 좀 사게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에 놀란 눈치였는데, 지금도 그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근처에 사는 노인을 잠깐 방문해야겠다며, 내게 빵이나 입맛에 맞는 건강한 음식을 사서 그 노인의 집에서 우유와 함께 아침을 먹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우리는 빵집 진열장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그 안에 있는 느끼한 빵들을 전부 사겠다고 연달아 제안했지만 그는 그때마다 하나하나 거절했고, 결국 우리는 3펜스짜리 작고 맛있는 갈색 빵 한 덩이를 사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식료품 가게에서 달걀 하나와 줄무늬 베이컨 한 조각을 샀는데, 그러고도 두 번째 밝은 실링 동전에서 거스름돈이 꽤 많이 남았기에 나는 런던이 정말 물가가 싼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먹을거리를 챙겨 우리는 엄청난 소음과 아우성 속을 걸어갔는데, 그 소란스러움에 내 지친 머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틀림없이 런던 다리였을(사실 그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반쯤 잠들어 있었다) 다리를 건너 어느 가난한 사람의 집으로 향했는데, 그곳은 겉모습과 문 위 돌에 새겨진 '가난한 여성 스물다섯 명을 위해 세워짐'이라는 문구로 미루어 보아 구빈원의 일부였다.
세일럼 하우스의 교사는 똑같이 생긴 작은 검은색 문들 중 하나에 달린 걸쇠를 올렸다. 문마다 한쪽에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작은 창문이, 그 위쪽에는 또 다른 작은 창문이 달려 있었다. 우리는 가난한 노파 중 한 명의 작은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녀는 작은 냄비의 물을 끓이려고 불을 지피고 있었다. 교사가 들어오는 것을 본 노파는 무릎에 풀무를 둔 채 멈춰 서서 '내 찰리!'처럼 들리는 말을 했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나를 보고는 일어나서 손을 비비며 당황한 듯 어정쩡하게 절을 했다.
"이 젊은 신사분의 아침 식사를 좀 준비해주시겠습니까?" 세일럼 하우스의 교사가 물었다.
"그럼요." 노파가 말했다. "당연히 할 수 있고말고요!"
"피비슨 부인은 오늘 좀 어떠신가요?" 교사가 불 옆의 큰 의자에 앉아 있는 또 다른 노파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옷을 너무 껴입어 덩어리처럼 보였기에, 내가 실수로 그 위에 앉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금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아, 상태가 안 좋아요." 첫 번째 노파가 말했다. "오늘 특히나 안 좋은 날이거든요. 혹시라도 무슨 일로 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저 양반도 같이 꺼져서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것 같아 겁이 나요."
그들이 그녀를 바라보았기에 나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날이었는데도 그녀는 오직 불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불 위에 놓인 냄비를 보며 질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내 달걀을 삶고 베이컨을 굽는 일에 그 냄비가 동원되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요리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그녀가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내 당혹스러운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작은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그녀는 등과 커다란 의자 등받이로 햇빛을 가린 채 앉아 있었다. 마치 불이 자신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부지런히 불을 따뜻하게 지켜주기라도 하듯, 불을 아주 불신하는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나 불이 자유로워지자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 내어 웃었는데, 덧붙이자면 그 웃음소리는 정말 듣기 거북했다.
나는 갈색 빵 한 덩이와 달걀, 베이컨 한 조각, 그리고 우유 한 사발을 앞에 두고 앉아 아주 맛있는 식사를 했다. 내가 한창 식사를 즐기고 있을 때, 집주인 노파가 세일럼 하우스의 교사에게 말했다.
"플루트 가져오셨나요?"
"네." 그가 대답했다.
"한번 불어봐요." 노파가 달래듯이 말했다. "어디 한번!"
그 말을 듣고 세일럼 하우스의 교사는 코트 자락 아래로 손을 넣어 세 조각으로 나뉜 플루트를 꺼내더니, 그것을 조립하고는 곧장 연주하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생각해 본 결과, 이 세상에 그보다 연주를 못 하는 사람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는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내가 들어본 중 가장 음울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게 무슨 곡이었는지, 아니 그런 연주에 곡이라는 게 있기나 했는지 의심스럽지만, 그 가락이 내게 미친 영향은 먼저 내 모든 슬픔을 떠올리게 해서 눈물을 참기 힘들게 했고, 다음으로는 입맛을 앗아갔으며, 마지막으로는 너무 졸려서 눈을 뜨고 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 기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자 내 눈꺼풀은 다시 감기기 시작하고 고개는 떨어진다. 모퉁이에 찬장이 열려 있고, 등받이가 네모난 의자들과 위층으로 이어지는 각진 계단이 있으며, 벽난로 선반 위에는 공작 깃털 세 개가 꽂혀 있던 그 작은 방이 다시 내 눈앞에서 흐릿해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이 든다. 플루트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고 대신 역마차 바퀴 소리가 들리며 나는 여행길에 오른다. 마차가 덜컹거려 깜짝 놀라 깨면 플루트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세일럼 하우스의 교사는 다리를 꼬고 앉아 슬프게 그것을 불고 있으며 집주인 노파는 기쁜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그녀도 차례로 흐릿해지고, 그도 흐릿해지며, 모든 것이 사라지고, 플루트도, 교사도, 세일럼 하우스도, 데이비드 코퍼필드도, 그 무엇도 없이 오직 무거운 잠뿐이다.
그가 그 음울한 플루트를 불고 있는 동안, 황홀경에 빠져 점점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집주인 노파가 의자 등받이 너머로 몸을 숙여 그의 목을 애정 어린 손길로 감싸 안았고, 그 때문에 그가 잠시 연주를 멈추었다는 꿈을 꾸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혹은 그 직후에 나는 잠든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중간에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다시 연주를 시작했을 때―실제로 그가 연주를 멈췄던 것은 사실이다―나는 그 노파가 피비슨 부인에게 그게(플루트를 의미하는) 정말 황홀하지 않냐고 묻는 것을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피비슨 부인은 '암, 암! 그럼!' 하고 대답하며 벽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는데, 나는 그녀가 연주 전체의 공을 그 벽난로에 돌렸다고 확신한다.
한참 동안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세일럼 하우스의 교사가 플루트를 세 조각으로 분해해 아까처럼 갈무리하고는 나를 데리고 나갔다. 우리는 아주 가까이 있는 역마차를 발견하고 지붕 위에 올라탔지만, 나는 너무나 졸린 나머지 길 중간에 다른 손님을 태우려고 마차가 멈췄을 때 아무도 없는 내부로 옮겨져 그곳에서 깊이 잠들었다. 그러다 마차가 푸른 잎들 사이로 가파른 언덕길을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마차는 곧 멈춰 섰고,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잠시 걷자 교사와 나, 우리는 세일럼 하우스에 도착했다. 그곳은 높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여 아주 따분해 보였다. 담장 문 위에는 '세일럼 하우스'라고 적힌 판자가 붙어 있었다. 우리가 벨을 누르자 문에 난 창살 틈으로 무뚝뚝한 얼굴 하나가 우리를 살폈는데, 문이 열리고 보니 그 얼굴은 황소 같은 목과 의족을 가진 뚱뚱한 사내의 것이었다. 관자놀이가 툭 튀어나오고 머리카락은 아주 짧게 깎은 사내였다.
"새로 온 학생입니다." 교사가 말했다.
의족을 한 사내가 나를 훑어보았다. 내 몸집이 워낙 작았기에 금방 끝나는 일이었다. 그는 우리 뒤로 문을 잠그고 열쇠를 꺼냈다. 우리가 어둡고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그가 앞서가는 교사를 불러 세웠다. "이봐요!"
우리가 뒤를 돌아보니, 그는 자신이 머무는 작은 숙소 문 앞에 서서 부츠 한 켤레를 손에 들고 있었다.
"여기요! 멜 선생님, 선생님이 나가 계신 동안 구두 수선공이 왔다 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못 고치겠답니다. 본래 부츠 가죽은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아서, 이걸 고쳐 신으려는 선생님이 이해가 안 간다더군요." 그가 말했다.
말을 마치고 그는 부츠를 멜 선생님 쪽으로 던졌다. 멜 선생님은 몇 걸음 뒤로 돌아가 그것을 주워 들었고, 우리는 다시 함께 걸어갔다. 선생님은 부츠를 아주 낙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듯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가 신고 있는 신발이 상당히 낡았으며, 양말 한쪽이 마치 싹이 트듯 해져서 구멍이 나기 직전인 것을 알아차렸다.
세일럼 하우스는 양옆으로 건물이 딸린 사각형 벽돌 건물로, 텅 비어 있고 삭막한 모습이었다. 주변이 너무나 조용해서 나는 멜 선생님에게 학생들이 밖에 나갔나 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방학 기간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우리가 걸어가는 동안, 모든 학생이 집으로 돌아갔고, 학교 주인인 크리클 씨는 아내와 딸과 함께 바닷가에 내려가 있으며, 나는 잘못을 저지른 벌로 방학 중에 이곳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모두 설명해 주었다.
그가 나를 데리고 들어간 교실은 내가 본 중 가장 쓸쓸하고 황량한 곳이었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긴 방에는 책상이 세 줄, 긴 의자가 여섯 줄 놓여 있었고, 벽면은 온통 모자와 석판을 걸어두는 못으로 가득했다. 낡은 공책과 연습장 조각들이 지저분한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같은 재료로 만든 누에 상자 몇 개가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작고 초라한 흰 생쥐 두 마리가 판지와 철사로 만든 퀴퀴한 성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붉은 눈으로 먹을 것을 찾으려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다. 자기 몸보다 별로 크지도 않은 새장 속의 새 한 마리는 2인치 높이의 횃대를 오르내릴 때마다 애처로운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노래도 지저귐도 없었다. 방 안에는 곰팡이 핀 코듀로이 바지나 통풍이 안 된 달콤한 사과, 썩은 책 같은 기묘하고 불쾌한 냄새가 감돌았다. 처음 지어질 때부터 지붕이 없어서 사계절 내내 하늘에서 비 대신 잉크가 쏟아지고 눈과 우박과 함께 잉크가 휘몰아쳤다고 해도 이보다 더 잉크가 사방에 튀어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멜 선생님은 수선 불가능한 부츠를 위층에 가져다주러 가느라 나를 혼자 두셨고, 나는 살금살금 방 저편으로 걸어가며 이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러다 갑자기 책상 위에 놓인, 정성스럽게 글씨가 쓰인 판지 표지판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이 아이를 조심하시오. 문다.'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혹시라도 책상 아래에 커다란 개라도 있는 게 아닐까 겁이 나 즉시 책상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온통 살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을 때 멜 선생님이 돌아오셔서 거기서 뭘 하느냐고 물으셨다.
"죄송합니다만, 선생님. 저기, 개를 찾고 있었어요."
"개라고? 무슨 개 말이냐?"
"개가 아닌가요, 선생님?"
"뭐가 개가 아니라는 거냐?"
"저기, 조심해야 한다고 적힌 거요. 문다는 거요."
"아니다, 코퍼필드." 그분이 엄숙하게 말씀하셨다. "그건 개가 아니야. 소년이다. 코퍼필드, 나는 이 표지판을 네 등에 붙이라는 지시를 받았다. 너와 이런 식으로 시작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구나." 말씀을 마치고 그분은 나를 내려주시더니, 그 용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표지판을 배낭처럼 내 어깨에 묶어 주셨다. 그 후로 나는 어디를 가든 그것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표지판 때문에 내가 겪은 고통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있든 없든, 나는 항상 누군가가 그것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건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내 등이 향하는 곳이면 어디든 항상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상상했기 때문이다. 의족을 한 그 잔인한 사내는 내 고통을 더 가중시켰다. 그는 권한이 있었고, 내가 나무나 벽, 혹은 건물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숙소 문에서 엄청난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이봐요! 코퍼필드! 그 표지를 잘 보이게 해, 안 그러면 고발할 거야!" 운동장은 집 뒤편과 사무실들이 다 들여다보이는 텅 빈 자갈 마당이었는데, 나는 하인들도, 푸줏간 주인도, 빵집 주인도 그것을 읽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마디로, 아침에 내가 그곳을 걸으라고 지시받았을 때 집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이 내가 물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그 문구를 읽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정말로 나 자신이 사람을 무는 야생 소년이라도 된 것처럼 나 자신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 관습이 있는 낡은 문이 있었다. 그 문은 그런 글자들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돌아오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어떤 아이의 이름이라도 보면 그 아이가 어떤 어조와 강조로 "이 아이를 조심하시오. 문다."라고 읽을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을 매우 깊고 자주 새겨 넣은 어떤 아이, 제이 스티어포스라는 아이는 꽤 강한 목소리로 그것을 읽고는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길 것만 같았다. 또 다른 아이인 토미 트래들스는 그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나를 몹시 무서워하는 척할까 봐 두려웠다. 세 번째로 조지 뎀플이라는 아이는 그것을 노래로 부를 것만 같았다. 나는 작고 움츠러든 존재가 되어 그 문을 바라보곤 했는데, 그럴 때면 그 이름들의 주인들―멜 선생님 말씀으로는 당시 학교에 마흔다섯 명이 있었다―이 만장일치로 나를 따돌리고, 제각기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아이를 조심하시오. 문다!"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책상과 긴 의자에 앉는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잠자리에 들러 가는 길에, 혹은 잠자리에 누워 엿보았던 텅 빈 침대들의 숲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밤마다 예전의 어머니와 함께 있거나, 페고티 씨 댁 파티에 가거나, 역마차 밖 좌석에 앉아 여행하거나, 불운한 웨이터 친구와 다시 식사하는 꿈을 꾸곤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상황에서 나는 작은 잠옷과 그 표지판 말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불행한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사람들을 비명 지르고 쳐다보게 만들곤 했던 기억이 난다.
단조로운 일상과 학교가 다시 문을 열지도 모른다는 끊임없는 불안감 속에서, 그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매일 멜 선생님과 함께해야 할 긴 과제가 있었지만, 이곳에는 머드스톤 씨와 그 누이도 없었기에 나는 망신당하는 일 없이 과제를 마칠 수 있었다. 과제 전후로는 앞서 말했듯 의족을 한 사내의 감시를 받으며 돌아다녔다. 집 주변의 습기, 마당에 깔린 금 간 푸른 판석들, 낡고 물이 새는 물통, 그리고 다른 나무들보다 빗물은 더 많이 머금고 햇볕은 덜 쐰 듯한 음산한 나무들의 변색된 몸통이 얼마나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한 시가 되면 멜 선생님과 나는 잣나무 탁자가 가득하고 기름 냄새가 나는 길고 텅 빈 식당 맨 끝에서 식사했다. 그러고는 차를 마실 때까지 과제를 더 했는데, 멜 선생님은 파란 찻잔에, 나는 양철 컵에 차를 마셨다. 멜 선생님은 하루 종일, 저녁 일곱 여덟 시가 될 때까지 교실 한구석의 자기 책상에서 펜과 잉크, 자, 책, 편지지들을 펼쳐 놓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지난 학기 청구서를 작성하며 열심히 일하셨다. 밤이 되어 짐을 정리하고 나면 선생님은 플루트를 꺼내 불곤 하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온 존재를 플루트 꼭대기의 커다란 구멍으로 불어넣고는 악기 열쇠 구멍 사이로 서서히 빠져나갈 것만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어스름한 방 안에서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앉아 멜 선생님의 구슬픈 연주를 들으며 내일 공부할 내용을 복습하는 어린 내 모습을 떠올린다. 책을 덮고도 여전히 멜 선생님의 구슬픈 연주를 들으며, 그 연주 너머로 집에서 보냈던 예전 기억과 야머스 평원을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아주 슬프고 외로워하는 내 모습을 그려 본다. 빈 방들 사이로 잠자리에 들러 올라가 침대 끝에 앉아 페고티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그리워하며 우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아침에 아래층으로 내려와 길고 끔찍하게 갈라진 계단 창문을 통해, 풍향계가 달린 별채 지붕에 매달린 학교 종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본다. 그리고 제이 스티어포스와 다른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그 종이 울릴 시간을 두려워한다. 내 예감 속에서 그 시간은 의족을 한 사내가 녹슨 문을 열어 무시무시한 크리클 교장 선생님을 들여보낼 시간 다음으로 두려운 순간이다. 이 중 어떤 모습으로 보나 내가 아주 위험한 인물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나는 그 모든 순간 내 등에 똑같은 경고문을 짊어지고 있었다.
멜 선생님은 내게 말을 많이 거시지는 않았지만 결코 모질게 대하지도 않으셨다. 우리는 말은 없어도 서로에게 말동무가 되어 주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가끔 혼잣말을 하거나, 빙그레 웃거나, 주먹을 꽉 쥐거나, 이를 갈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곤 하셨다는 사실을 깜빡할 뻔했다. 하지만 선생님께는 그런 독특한 버릇이 있었고, 처음에는 그것이 나를 겁먹게 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