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힘없이 흐느꼈다. 그를 격양시켰던 흥분이 가라앉고 있었다. 유라이어가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
"내 어리석음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다 알지 못하겠네." 윅필드 씨가 나의 비난을 막으려는 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놈이 가장 잘 알지." 유라이어 힙을 가리키며 그가 덧붙였다. "언제나 내 곁에서 속삭여 왔으니까. 보시다시피 저놈은 내 목에 걸린 맷돌과 같네. 집에서도, 내 사업에서도 저놈이 있지. 방금 전에도 자네가 들었잖나. 더 할 말이 무엇이겠나!"
"그렇게 많이, 아니 반만큼도, 아니 아무 말도 하실 필요 없습니다." 유라이어가 반항적인 태도와 아첨하는 태도를 섞어 말했다. "와인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받아들이지도 않으셨을 겁니다. 내일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선생님. 제가 너무 지나친 말을 했거나 의도보다 과하게 말했다 한들, 그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전 그런 말에 책임질 생각 없습니다!"
문이 열리고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아그네스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차분하게 말했다. "아빠, 몸이 안 좋으시네요. 저랑 같이 가요!"
그는 무거운 수치심에 짓눌린 듯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눈길이 잠시 내게 머물렀지만, 나는 그녀가 지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거칠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카퍼필드 씨." 유라이어가 말했다. "하지만 별일 아닙니다. 내일이면 다시 잘 지낼 겁니다. 다 그분을 위한 일이니까요. 저는 그분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나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위층의 조용한 방으로 올라갔다. 아그네스가 책을 읽던 내 곁에 종종 앉아 있던 바로 그 방이었다. 밤늦게까지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읽으려 애썼다. 시계가 열두 시를 알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무슨 내용을 읽는지도 모른 채 계속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때 아그네스가 내게 손을 얹었다.
"트로트우드, 내일 아침 일찍 떠나겠지요! 지금 작별 인사를 해요!"
그녀는 울고 있었지만,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가장 사랑하는 아그네스!" 나는 대답했다. "오늘 밤 일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달라는 뜻인가요.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건가요?"
"의지할 하느님이 계시잖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나요? 제 보잘것없는 슬픔을 안고 당신께 온 제가 말이에요."
"덕분에 제 슬픔도 훨씬 가벼워졌는걸요." 그녀가 대답했다. "사랑하는 트로트우드, 아니에요!"
"사랑하는 아그네스." 내가 말했다. "당신이 가진 선함과 결단력, 그 외의 모든 고결한 자질들에 비해 나는 가진 것이 너무 보잘것없으니, 당신을 의심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내가 얼마나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 알잖아요. 설마 잘못된 의무감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려는 건 아니죠, 아그네스?"
그녀는 잠시 내가 본 적 없는 정도로 동요하며 내게서 손을 떼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해줘요, 사랑하는 아그네스! 당신은 내게 단순한 누이 이상이에요! 당신 같은 마음이, 당신 같은 사랑이 얼마나 값을 매길 수 없는 선물인지 한 번만 더 생각해보라고요!"
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내 앞에 떠오르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엔 경이로움도, 비난도, 후회도 없었다. 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때처럼 그 표정이 사그라들며 사랑스러운 미소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 미소와 함께 자신은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으니 나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나를 '오빠'라고 부르며 작별을 고하고 떠나갔다!
여관 문 앞에서 마차에 올라탔을 때는 아침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출발하려던 참에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고, 내가 그녀 생각을 하며 앉아 있을 때, 낮과 밤이 뒤섞인 어스름 속에서 유라이어의 머리가 마차 옆으로 쑥 올라왔다.
"카퍼필드!" 그가 마차 지붕의 쇠난간을 붙잡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떠나기 전에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 일은 우리 사이에 아무 문제도 없게 처리했습니다. 벌써 그분 방에 다녀왔고, 다 원만하게 합의했죠. 저, 비록 저는 비천하지만 그분께 도움이 되는 사람인 거 아시잖습니까. 게다가 술에 취해 있지 않을 때는 그분도 자신의 이익을 아주 잘 따지시고요! 카퍼필드 씨, 정말이지 그분은 참으로 상냥한 분이십니다!"
나는 그가 사과를 했다니 다행이라고 억지로 대꾸했다.
"아, 그럼요!" 유라이어가 말했다. "사람이 비천하면 말이죠, 사과라는 게 뭐 별건가요? 참 쉽죠! 저기요, 카퍼필드 씨." 그가 홱 몸을 떨며 덧붙였다. "배가 익기도 전에 따 본 적 있으시죠?"
"있었던 것 같군요." 내가 대답했다.
"어젯밤에 제가 그랬죠." 유라이어가 말했다. "하지만 곧 익을 겁니다! 잘 돌보기만 하면 돼요. 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는 연신 작별 인사를 퍼붓고는 마부가 자리에 앉을 때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찬 새벽 공기를 막으려고 무언가를 먹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마치 배가 벌써 다 익기라도 한 것처럼 입을 놀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