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저는 남자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안경 너머로 적의가 담긴 눈빛을 똑바로 뜨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자를 쏘아보았다.
"예 아니오로 답하시오! 밀고하겠소, 안 하겠소?" 베르호벤스키가 소리쳤다.
"당연히 밀고 같은 건 안 하겠지!" 다리 저는 남자가 두 배는 더 크게 소리쳤다.
"아무도 밀고하지 않을 거요. 당연히, 아무도 안 해."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령님께도 여쭙지요. 소령님은 밀고하시겠습니까, 안 하시겠습니까?" 베르호벤스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제가 일부러 소령님께 여쭈어보는 겁니다."
"안 하겠소."
"그럼 말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일반 시민을 죽이고 강탈하려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때는 밀고하거나 미리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요.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사건이고, 지금 논하는 건 정치적 밀고잖습니까. 난 비밀경찰 요원 노릇 따위 해본 적 없소."
"여기 있는 누구도 그런 짓은 안 해!" 다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쓸데없는 질문이오. 다들 같은 대답뿐이지. 여긴 밀고자가 없소!"
"저분은 왜 일어서나요?" 여대생이 외쳤다.
"샤토프군요. 왜 일어서나요, 샤토프?" 여주인이 소리쳤다.
샤토프는 정말 일어섰다. 그는 손에 모자를 쥔 채 베르호벤스키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했으나 망설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독기로 가득했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방을 나가버렸다.
"샤토프, 이건 자네한테도 불리한 일일 텐데!" 베르호벤스키가 떠나는 그의 뒤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외쳤다.
"하지만 스파이이자 비열한 놈인 너에겐 이득이겠지!" 샤토프가 문가에서 그를 향해 소리치고는 완전히 나가버렸다.
다시 소란과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거야말로 시험이군!" 누군가 소리쳤다.
"제대로 쓰였어!" 다른 사람이 외쳤다.
"제대로 쓰이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세 번째 사람이 거들었다.
"누가 저 사람을 불렀지? 누가 데려왔어? 저 사람 누구야? 샤토프가 대체 누구냐고? 밀고할까, 안 할까?" 질문들이 빗발쳤다.
"밀고자였다면 짐짓 태연한 척했겠지. 하지만 저 사람은 침을 퉤 뱉고 나가버렸어." 누군가 말했다.
"스타브로긴도 일어서네요. 스타브로긴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아요." 여대생이 외쳤다.
정말로 스타브로긴이 일어섰고, 그와 함께 식탁 반대편 끝에서 키릴로프도 일어났다.
"잠깐만요, 스타브로긴 씨." 여주인이 날카롭게 그를 불러 세웠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질문에 대답했는데, 당신은 왜 말없이 나가려는 거죠?"
"당신들이 관심을 두는 그 질문에 대답할 필요를 못 느끼겠소." 스타브로긴이 중얼거렸다.
"우린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렸는데 당신은 아니잖아요!" 여러 목소리가 소리쳤다.
"당신들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린 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스타브로긴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의 눈은 번뜩이고 있었다.
"무슨 상관이라니요? 무슨 상관이라니!" 탄식과 함께 소란이 일었다. 많은 이들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여러분, 잠깐만요!" 다리 저는 남자가 외쳤다. "베르호벤스키 씨 역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질문만 던졌잖아요!"
그 지적은 놀라운 효과를 가져왔다.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스타브로긴은 다리 저는 남자의 면전에서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나가버렸고, 키릴로프가 그 뒤를 따랐다. 베르호벤스키가 그들을 쫓아 현관으로 뛰쳐나갔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요?" 그는 스타브로긴의 손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움켜쥐며 애원하듯 말했다. 스타브로긴은 말없이 손을 뿌리쳤다.
"지금 당장 키릴로프네로 가 계시오. 내가 갈 테니…… 꼭 필요하단 말이오, 꼭 필요해!"
"난 그럴 필요 없소." 스타브로긴이 딱 잘라 말했다.
"스타브로긴은 갈 거요." 키릴로프가 못 박듯 말했다. "스타브로긴, 당신한테도 필요하오. 거기서 보여주겠소."
그들은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