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생각해 봅시다. 그럼 나쁜 사람을 만나면요?"
"그건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제발 저에게 조언 좀 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이런 제길, 빌어먹을."
"제발 헛소리하지 마시오."
"신의 이름으로, 정말! 당신이 조언해주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조언해주시겠습니까?"
"아무것도."
"결혼할까요?"
"거기에 없었소."
"그럼 결혼하지 말라는 겁니까?"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결혼하지 않으면, 뻐꾸기 모자를 쓸 일도 없겠지요."
"그 생각은 했군."
"가정을 해봅시다. 제가 결혼했다고 치면요."
"어디에 가정을 한다는 거요?"
"아니, 제가 결혼한 상태라고 가정해보자는 말입니다."
"다른 급한 일이 있소."
"코에 똥이나 처박을 놈! 이런! 속으로라도 욕을 한바탕 퍼부을 수만 있다면 속이 다 시원할 텐데. 뭐, 좋아요. 참아야지! 그럼, 제가 결혼하면 뻐꾸기 모자를 쓰게 될까요?"
"그렇게 보이더군."
"제 아내가 정숙하고 순결하다면 뻐꾸기 모자를 쓸 일은 없겠죠?"
"말을 제대로 하는군."
"잘 들으세요."
"원하는 만큼 떠들어 보시오."
"아내가 정숙하고 순결할 것인가? 문제는 이 점뿐입니다."
"의심스럽군."
"그녀를 본 적도 없으시잖아요?"
"내가 알기로는 없소."
"그럼 왜 알지도 못하는 일에 대해 의심하시는 거죠?"
"그럴 이유가 있으니까."
"그럼 그녀를 안다면요?"
"더더욱 의심스럽겠지."
여봐라, 내 귀염둥이, 여기 내 모자를 들고 있거라. 이걸 줄 테니 안경은 챙기고, 바깥 마당에 나가서 나 대신 한 반 시간만 욕을 실컷 퍼붓고 오너라. 네가 원하면 나도 네 대신 욕을 해줄 테니. 그런데 누가 나를 뻐꾸기 남편으로 만들겠느냐?
누군가.
나무 황소의 배를 걸고 맹세컨대, 그 '누군가'라는 양반을 아주 혼쭐을 내줄 테다.
그렇게 말씀하시는군요.
제기랄, 눈동자에 흰자위 하나 없는 놈이 나를 채가더라도, 내가 세라일 밖으로 떠날 때는 아내를 베르가모식으로 꽁꽁 묶어둘 테다.
말씀을 좀 더 제대로 해보시지요.
말은 아주 개떡같이 늘어놓는구먼. 뭐라도 결론을 내봅시다.
반대하지 않소.
기다려 보시오. 이쪽 혈관에서는 도통 피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이니, 다른 혈관을 찔러봐야겠군. 결혼하셨소, 안 하셨소?
둘 다 아니기도 하고, 둘 다이기도 하지.
세상에나! 하느님 맙소사! 황소의 죽음을 걸고 맹세컨대, 식은땀이 나고 소화가 다 안 되는 기분이오. 당신이 하는 말과 대답을 내 지성의 주머니 속에 구겨 넣으려니 온갖 머릿속 장기들이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지는구먼.
나는 전혀 방해 안 하오.
에이, 이보시오, 나의 충직한 친구여. 결혼하셨소?
그런 것 같소.
다른 때도 그런 적 있었소?
그럴 수도 있지.
첫 번째 결혼은 괜찮았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