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들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이 시도 지었다. 정부의 위엄을 무시했다고는 하나 재상도 그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여, 다음 날 아침은 벌써 헤어져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호의가 오히려 뒤에 남는 미련을 만든다고 해도 좋을 터였다. 술잔을 손에 들고 '술 취해 슬픔의 눈물을 뿌리는 봄날의 술잔 속'이라며 두 사람이 함께 노래했다. 호위해 온 이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양측 가신들 사이에도 아쉬운 이별이 오가는 것이다. 새벽녘 하늘을 가는 기러기 행렬이 있었다. 겐지는,
고향을 어느 봄날에나 찾아가 볼 수 있을까, 부러운 것은 돌아가는 기러기려니
라고 말했다. 재상은 떠나기 싫어하며,
아쉬운 마음에 기러기의 저세상을 떠나, 꽃 피는 도읍으로 가는 길 헤매지는 않을는지
라고 말하며 슬퍼했다. 재상은 교토에서 정성껏 가져온 선물을 겐지에게 건넸다. 겐지는 귀한 손님을 배웅하기 위해라며 검은 말을 선물했다.
"이상한 선물을 드리는 듯합니다만, 이곳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당신 곁에서 울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랍니다."
라고 말했다. 보기 드물게 뛰어난 말이었다.
"이것을 기념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재상 또한 이름난 피리 하나를 두고 떠났다. 남의 눈에 띄어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양측 모두 하지 않았다. 올라온 날 바로 돌아가야 하는 마음이 급해져 재상은 자꾸 뒤를 돌아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를 배웅하기 위해 뒤따라 일어선 겐지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무한정 당신이 방치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라고 재상이 말했다.
구름 가까이 날아다니는 학도 하늘을 보라, 나는 봄날의 맑고 구름 없는 몸이라오
스스로 부끄러울 것은 없으나, 한번 이렇게 되고 나니 옛날의 훌륭한 사람이라 해도 다시 세상에 나온 예는 드무니, 저는 도읍을 꼭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겐지가 대답했다.
길 잃은 구름 위에서 홀로 소리 내어 우노니, 날개 나란히 했던 친구를 그리워하며
실례가 될 정도로 친근하게 지냈던 무렵의 일을 황송한 일이라며 후회하시는 일이 많으시더군요.
라고 재상은 말하며 떠났다.
우정이 잠시 위로해준 후, 겐지는 다시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올해는 3월 1일에 미의 날이 있었다.
"오늘입니다, 시험해보십시오. 불행한 처지에 있는 이가 미소기를 하면 반드시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날입니다."
영리한 척하며 말하는 이가 있어, 바닷가로 다시 한번 가보고 싶기도 했던 겐지는 집을 나섰다. 그저 장막 같은 것을 둘러 임시 미소기장을 만들고, 떠돌이 음양사를 고용하여 겐지는 액막이를 하게 했다. 배에 조금 큰 액막이 인형을 실어 떠나보내는 것을 보면서도 겐지는 이와 비슷한 자신의 비참함을 떠올렸다.
알지 못하던 큰 바다 원에 흘러와서, 일방적으로 어찌 이리도 슬픈 것인가
라고 읊조리며 모래사장 자리에 앉은 겐지는 이런 밝은 곳에서 더욱 돋보여 보였다. 약간 안개 낀 하늘과 같은 색의 바다가 아득히 잔잔하게 펼쳐져 있었다. 끝없는 천지를 바라보며 겐지는 과거와 미래의 일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팔백만 신들도 가엾게 여기시리라, 지은 죄가 특별한 것이 아니기에
라고 겐지가 노래를 마쳤을 때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하늘이 어둑해졌다. 미소기(御禊)의 식도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허둥거렸다. 팔가사아메(肱笠雨)라는 것인지 소나기가 내려와 더할 나위 없이 분주했다. 일행은 해변에서 물러나려 했으나 삿갓을 가져올 틈도 없다. 그런 준비 따위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뿐더러, 바닷바람은 모든 것을 흩뜨려 놓았다. 정신없이 집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할 무렵, 바다 쪽은 이불을 펼친 것처럼 부풀어 오르며 빛났고 천둥과 번개가 덮쳐왔다. 바로 머리 위로 떨어질 듯한 공포를 느끼며 사람들은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이런 일을 겪은 적은 없소. 바람이 부는 일은 있어도 전부터 예고하며 날씨가 나빠지는 법인데, 이토록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다니."
사람들은 이런 말을 나누며 이 날씨를 몹시 두려워했으나 천둥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빗줄기가 닿는 곳마다 뚫어버릴 듯한 강한 비가 쏟아졌다. 이러다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닌가 싶어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겐지는 조용히 경을 읽고 있었다. 해가 저물 무렵부터 천둥은 조금 멀어졌으나 바람은 밤새 불어왔다. 사람들이 신불께 간절히 빈 대원(大願)의 힘이 나타난 결과일까.
"조금만 더 폭풍우가 계속되면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들어가게 될 것이 틀림없소. 해일이라는 것은 갑자기 일어나 사람이 죽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일은 비바람이 원인인 듯하여 그것과는 또 달라 보이는구려."
등의 말을 사람들은 나누고 있었다. 밤이 밝아와 모두 잠든 무렵, 겐지는 조금 졸다가 사람의 모습이 아닌 자가 와서,
"어찌하여 왕께서 부르시는데 그곳으로 오지 않는 것인가."
라며 겐지를 찾듯 주변을 서성이는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깬 겐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렇다면 그 폭풍우 또한 바다의 용왕이 아름다운 인간에게 마음을 빼앗겨 자신을 지켜보느라 벌인 짓이었음을 깨닫게 되자, 두려움에 이 집에 머무를 수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