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보람이 없다는 말은 누가 하려는 말일까요.
덧없는 세상 괴로운 줄 알았건만, 또다시 말에 걸리는 목숨이여.
허무한 일입니다.
병후의 떨림이 보이는 손으로 어지러이 써 내려간 소식은 아름다웠다. 매미 허물을 잊지 않고 노래한 것에 여인은 가련함을 느끼면서도 기뻐했다. 이런 식으로 편지 등을 통해 호의를 보이면서도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의사는 우쓰세미에게 없었다. 이해심 많고 다정한 여인이었다는 기억만은 겐지의 마음속에 간직해두고 싶어 하는 것이다. 다른 한 여인이 구로도 쇼쇼와 결혼했다는 소문을 겐지는 들었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처녀가 아닌 새 신부를 쇼쇼는 어떻게 생각할까, 남편에게 동정도 느껴졌고, 또한 저 우쓰세미의 의붓딸은 어떤 기분일까 알고 싶은 마음에 고기미를 심부름꾼 삼아 편지를 보냈다.
죽을 만큼 괴로워하는 내 마음을 알겠소?
희미하게나마 처마 밑 억새를 엮지 않았더라면, 이슬 탓을 어디에 하리오.
그 편지를 줄기가 긴 억새에 묶어 살짝 보이게 전하라고는 했으나, 겐지의 속마음에는 실수로 쇼쇼에게 들켰을 때 그녀가 그가妻의 이전 정인인 자신임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마음도 달래질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고기미는 쇼쇼가 오지 않은 틈을 타 편지를 묶은 억새 가지를 여인에게 보여주었다. 원망스러운 사람이긴 하나 자신을 잊지 않고 정인다운 편지를 보내온 점에서는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서투른 노래라도 빨리 보낸 것을 장점으로 삼자고 써서 고기미에게 답장을 건넸다.
살랑이는 바람에 흩날릴 때조차, 아래 억새는 절반이나 서리에 엉켜 있구려.
서툰 것을 멋스러운 필체로 얼버무린, 품격이라곤 없는 글씨였다. 등불 앞에 있던 밤의 얼굴도 연상되었다.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조신하게 마주 앉았던 여인의 자태에는 아무리 못난 얼굴일지언정 그것으로 인해 남자의 사랑이 줄어들지 않을 매력이 있었다. 한쪽은 아무런 깊이도 없이 자신의 젊은 용모를 뽐내는 태도였다고 겐지는 떠올리며, 역시 그쪽에도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꼈다. 노키바노 오기와의 정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닌 듯하다.
겐지는 유가오의 사십구재를 에이잔의 홋케도에서 남모르게 치르기로 했다. 꽤 성대하게 치렀는데, 상류 가문의 법회에 걸맞은 준비를 모두 갖추게 했다. 절에 바칠 고인의 옷도 새로 짓게 했고 시주한 물건도 상당했다. 경전 필사에도, 새로운 불상의 장엄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고레미쓰의 형인 아자리는 인격자로 알려진 승려였는데, 그가 모든 일을 도맡아 진행했다. 겐지는 시문 스승이자 친한 사이인 어느 문장박사를 불러 고인을 부처에게 부탁하는 원문을 쓰게 했다. 일반적인 예와 달리 고인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죽은 연인을 아미타불께 의탁한다는 뜻을 담아 정성 어린 글로 초안을 잡아 겐지가 직접 보여주었다.
"이대로 훌륭합니다. 더 손볼 곳이 없사옵니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격정은 억누르고 있으나 역시 겐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려 참기 힘들어 보였다. 그 박사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런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의 사람이면서, 겐지 님께서 저토록 슬퍼하실 만큼 사랑받았던 사람이라니 참으로 복 많은 사람이군."
라고 나중에 말했다. 겐지는 고인이 입었던 의상을 가져오게 하여, 하카마의 허리에,
"눈물 흘리며 오늘 당신이 매어준 속옷 끈을, 어느 세월에나 다시 풀어볼 수 있을까."
사십구재 동안은 여전히 이승을 떠돌고 있을 영혼이, 조물주의 뜻에 따라 다음 생에는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반야심경을 외우는 일에만 겐지는 몰두하고 있었다. 도노추조를 만나면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고인이 나데시코에 비유했다던 아이의 근황 등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연인을 죽게 했다는 원망을 듣는 것이 괴로워 선뜻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고조의 저택에서는 여주인의 행방을 알 길이 없어 찾을 방법도 없었다. 우콘마저 소식이 끊긴 것을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사람들은 계속 걱정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몰래 찾아오던 분이 겐지 님이 아닐까 하는 말이 돌았기에, 고레미쓰를 통해 무언가 소식을 얻으려 했지만 그는 전혀 모르는 체했다. 게다가 지금도 계속 여관의 거처로 연애편지가 보내지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절망감을 느꼈고, 주인을 뺏긴 일을 마치 꿈처럼 여겼다. 아니면 지방관의 아들 같은 호색한이 도노추조를 두려워하여, 신분을 숨긴 채 아버지의 임지로 데려가 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결국 이런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이 집의 주인은 니시노쿄의 유모의 딸이었다. 유모의 딸은 셋이었고, 우콘만이 타인이었기에 소식을 전해주는 친절이 없다고 원망하며 모두 부인을 그리워했다. 우콘은 부인을 급사하게 만든 책임자처럼 비난받는 것을 괴로워했고, 겐지 또한 이제 와서 고인의 연인이 자신이었다는 비밀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기색이었기에, 그런 사정으로 작은 아가씨의 소식조차 듣지 못한 채 아쉬운 세월만 양쪽 사이에 흘러갔다.
겐지는 꿈에서라도 유가오를 보고 싶어 오랫동안 기원했는데, 히에이에서 법사를 치른 다음 날 밤, 희미하게나마 그이가 있던 장소가 어느 절이었으며 겐지가 머리맡에 앉아 있는 모습을 여인 역시 꿈속에서 함께 보았다. 이로써 폐가 등에 사는 요괴가 아름다운 겐지를 연모한 나머지, 그 연인을 죽게 했다는 기이한 의문이 풀렸다. 겐지는 자기 자신도 매우 위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서리쳤다.
이요노스케가 10월 초에 시코쿠로 떠나게 되었다. 아내를 데리고 가게 되었기에 평소보다 더 많은 전별품이 겐지로부터 전달되었다. 그 외에도 비밀스러운 선물이 있었다. 겸사겸사 우쓰세미의 '매미 허물'이라 부르던 여름 홑옷도 돌려주었다.
만날 날까지의 정표로만 여겼건만, 하염없이 소매만 젖어 썩어가는구나.
자세한 편지 내용은 생략한다. 선물을 전한 심부름꾼은 돌아갔지만, 그 뒤에 우쓰세미는 고기미를 시켜 고우치기(小袿)와 함께 답가만을 보내왔다.
매미 날개도 덧없이 바뀌어 버린 여름 옷, 되돌려주신 것을 보아도 소리 내어 울 뿐이라오.
겐지는 우쓰세미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여성들이 취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던 여인과 이제는 이별하게 된다는 사실에 한탄하며, 운명의 냉혹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오늘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날, 과연 그에 걸맞게 가랑비가 흩뿌리며 하늘빛마저 몸에 사무쳤다. 겐지는 종일 상념에 잠겨,
지나간 인연도 오늘 헤어짐도, 갈 길 모르는 가을 저녁이로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연정을 품은 자의 괴로움이 겐지에게도 이해되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런 우쓰세미나 유가오처럼 화려하지 않은 여인들과 겐지가 나눈 연애담은 겐지 스스로가 몹시 감추려 했던 일이기에 처음에는 적지 않았으나, 제왕의 아들이라고 해서 그 연인들까지 모두 완벽에 가까운 여인들뿐이고 좋은 일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지어낸 이야기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들을 보태어 썼다. 왠지 겐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