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소돔과 고모라 · 어쨌든 그 이야기는 게르망트 공작에게도 결코 좋게 끝나지 않았다. 샤를뤼스 남작이 보지 못하도록 공작을 밖으로 내보냈을 때, 그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것에 격분하면서도 누가 그런 짓을 꾸몄는지 짐작조차 못한 채 모렐에게 사정했다.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싶어 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날 밤 자신이 빌린 아주 작은 별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애원한 것이다. 공작은 그곳에 머물 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빌파리지 부인에게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결벽증적인 습관에 따라 그곳을 마치 자기 집처럼 느끼기 위해 수많은 가족 기념품으로 장식해 두었다. 이튿날 모렐은 샤를뤼스 남작에게 미행당하거나 감시받을까 봐 두려워 연신 뒤를 돌아보며 길을 걸었다. 그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자 결국 별장으로 들어갔다. 하인이 그를 응접실로 안내하며 주인님께 알리겠다고 말했다(공작은 의심을 살까 봐 주인님이 '공작'이라는 사실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하인에게 당부했던 터였다). 하지만 혼자 남겨진 모렐이 거울을 보며 머리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려던 순간, 그는 환각을 보는 듯했다. 벽난로 위에는 게르망트 공작부인, 룩셈부르크 공작부인, 빌파리지 부인의 사진들이 놓여 있었는데, 바이올리니스트인 모렐은 샤를뤼스 남작의 집에서 이미 본 적이 있었기에 즉시 알아보고는 공포에 질려 얼어붙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뒤쪽에 조금 떨어져 있던 샤를뤼스 남작의 사진을 발견했다. 남작의 사진 속 시선은 모렐을 향해 기묘하고 고정된 듯 보였다. 공포에 질린 모렐은 처음의 당혹감에서 벗어나 이것이 분명 샤를뤼스 남작이 자신의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해 함정을 판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계단을 네 단씩 뛰어 내려가 길 위를 미친 듯이 달렸다. 게르망트 공작은 (낯선 지인과 필요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생각하며, 혹시 위험한 인물은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응접실로 들어섰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공작과 하인은 강도를 의심하며 리볼버를 쥐고 작은 집의 구석구석과 정원, 지하실까지 뒤졌으나, 당연히 그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동행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그 뒤로도 모렐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매번 위험 인물인 모렐 쪽에서 마치 게르망트 공작이야말로 훨씬 더 위험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줄행랑을 치곤 했다. 의심에 사로잡힌 모렐은 결코 그 의심을 떨쳐내지 못했고, 파리에서조차 게르망트 공작의 모습만 보이면 도망치기 일쑤였다. 이로써 샤를뤼스 남작은 그토록 괴로워하던 배신으로부터 보호받았고, 남작 자신은 상상조차 못 했던, 특히나 그런 식으로는 결코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복수까지 이루게 되었다. | TRANS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