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가 1) 제우스의 가호를 받아, 그는 최고의 명사수처럼 과녁을 꿰뚫고 부와 권력의 정점을 차지했지. 그 덕분에 독수리 소녀는 정복되고 그녀의 마술도 꺾였으니, 그는 우리의 구원자이자 이 땅의 견고한 요새로 떠올랐다네. 그날 이후 우리는 그대를 왕으로 추대하고 위대한 테베의 통치자로 우러러보았지.
(전가 2) 가혹한 운명의 손길이여! 이제 그대보다 비참한 자 누구며, 그대보다 슬픈 이야기를 지닌 자, 그대보다 더 지독한 운명을 타고난 자 누구인가? 왕관을 잃은 오이디푸스여, 그대의 요람은 곧 그대의 신방이었으니, 아들과 아비가 같은 안식처를 썼구나. 그대의 아버지가 그토록 오래 일구어온 땅이 어찌 그런 수치를 침묵하며 견딜 수 있었겠는가?
(후가 2) 만물을 보는 시간이 죄악을 포착하여, 한 침대에서 섞인 아들과 아비를 심판대로 데려왔구나. 라이오스의 불운한 혈통의 자손이여, 차라리 그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죽은 이를 애도하듯 그대를 위해 조가를 부르노라. 솔직히 말해, 그대를 통해 나는 새 숨을 쉬었지만, 이제 그대를 통해 두 번째 죽음을 느끼는구나. [제2의 사자 등장]
제2의 사자: 테베의 존엄하고 경건한 원로들이여, 이제 곧 듣게 될 소식과 보게 될 광경이 얼마나 슬플지! 진정한 애국자라면 랍다코스 가문을 여전히 받들 것입니다. 이스트로스 강이나 파시스 강의 모든 물로도 이 집의 핏자국은 씻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집이 감추고 있거나 곧 드러낼 불행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 아니라 고의로 저지른 악행입니다. 스스로 입힌 상처가 가장 견디기 힘든 법이지요.
코러스: 우리의 눈물과 탄식만으로도 지난 재앙은 충분히 고통스러웠소. 이제 무엇을 더 보태려 하시오?
제2의 사자: 말씀은 짧고 듣기도 쉬울 것입니다. 우리의 왕비 요카스테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코러스: 아, 가엾은 왕비여!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소?
제2의 사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차마 눈으로 보지 못한 그 끔찍한 광경을 제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제 기억이 허락하는 한, 그 가엾은 왕비님의 비극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광란에 사로잡힌 왕비님께서는 현관을 지나 곧장 침실로 달려가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리셨습니다. 왕비님께서는 오래전에 돌아가신 남편, 라이오스의 이름을 부르셨지요. 그분은 자신이 낳은 아이, 아비를 죽이고 어머니와 다시 결합하여 괴물 같은 자식들을 낳게 만든 그 자식을 떠올리고 계셨던 겁니다. 그러고는 비참하게도 두 번의 결혼을 통해 남편으로부터 남편을, 자식으로부터 자식을 얻은 자신의 침상을 통곡하셨습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어떻게 끝이 났는지도요. 오이디푸스 왕께서 비명을 지르며 뛰어들어 오셨기에, 우리 모두의 눈은 왕께 쏠려 있었고 왕비님의 비참한 최후를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왕께서는 방 안을 서성이며 칼을 가져와라! 하고 외치셨지요. 내 아내, 아니 아내가 아닌 자, 나와 내 자식들을 낳은 그 불길한 자궁은 어디 있느냐! 광기에 사로잡힌 왕의 발걸음을 어떤 신적인 존재가(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아닌, 분명히 신이) 이끄는 듯했습니다. 왕께서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 겹문을 들이받아 빗장을 부수고 안으로 몸을 던지셨습니다. 그곳에 목을 매달고 있는 왕비님이 보였습니다. 왕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광기 어린 포효와 함께 밧줄을 푸셨습니다. 왕비님의 비참한 시신이 땅에 쓰러졌을 때 뒤따른 일은, 오,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왕께서는 왕비님의 옷을 고정하던 금빛 브로치를 뽑아 높이 치켜들고는 자신의 눈을 내리찍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이제 다시는 이런 비극을 보지 않으리라. 내가 겪은 고통과 내가 저지른 악행을 보지 않으리라! 이제부터 어둠 속에 갇혀 다시는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지 않으리라. 이제 내가 보려 애썼으나 끝내 알지 못했던 이들을 보지 못하게 되리라! 왕께서는 신음하며 거듭 눈을 내리찍으셨고, 그럴 때마다 피로 물든 눈알이 턱수염을 적셨습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박처럼 검은 피가 쏟아져 내렸지요. 이처럼 두 갈래의 원인에서 비롯된 재앙이 두 분을 덮쳐, 부부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집안의 명성은 참으로 빛났으나, 오늘부터는 비탄과 통곡, 멸망과 죽음, 치욕 등 세상의 모든 불행이 이 집안의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코러스: 그런데 왕께서는 고통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소?
제2의 사자: 왕께서는 문을 열어라. 온 테베가 아비를 죽이고 어머니의…… 하고 울부짖으십니다. 그 뒤에 붙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치스러운 말은 차마 옮길 수 없군요. 왕께서는 스스로 이 땅을 떠나 추방되겠다고 맹세하시며, 자신이 내린 저주를 이 집안에 드리우지 않으려 하십니다. 하지만 왕께는 기력도 없고 길을 안내할 이도 없으며, 고통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곧 보시게 될 것입니다. 보십시오, 궁전 문이 열립니다. 곧 그토록 슬픈 광경을 보게 될 텐데, 그분을 혐오해야 할 사람조차 가엾게 여길 것입니다. [눈이 멀어버린 오이디푸스 등장.]
코러스: 비통한 광경! 이 슬픈 두 눈으로 이보다 더 가련한 모습은 본 적이 없구나. 무엇이 이런 광기를 불러왔는가? 네 삶을 맴돌며 악마처럼 덮쳐든 재앙의 정체를 그 누가 말할 수 있으랴. 가련한 이여! 그대의 고통을 차마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그대를 쳐다보며 묻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지만, 공포에 질려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구나.
오이디푸스: 아, 슬프구나! 이 얼마나 비참한 운명인가! 나는 어디로 끌려가는 것인가! 내 목소리는 길 잃은 유령처럼 허공으로 흩어지는구나! 악마가 나를 계속 몰아붙인다. 끝은 대체 어디인가?
코러스: 차마 말할 수 없고, 차마 볼 수 없는 비극적인 끝이오.
오이디푸스: 어둡구나, 어두워! 수의처럼 드리운 암흑의 공포가 나를 감싸고 안개와 구름 속으로 몰아넣는구나. 아, 슬프고 슬프도다! 온몸을 찌르는 이 경련, 고통스러운 기억이 주는 이 아픔은 무엇이란 말인가!
코러스: 그런 처지에 과거와 현재의 슬픔을 겹으로 느끼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오.
오이디푸스: 아, 여전히 충직하고 다정한 친구여, 그대는 눈먼 자를 돌봐주는구려. 그대가 곁에 있다는 걸 알겠소. 비록 눈은 잃었지만, 그대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있으니.
코러스: 오,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여! 어찌하여 그토록 스스로 눈을 멀게 했소? 대체 어떤 악마가 그대를 부추긴 것이오?
오이디푸스: 친구여, 그건 바로 아폴론, 아폴론이 이 비극을 일으킨 것이오. 하지만 그 일격을 가한 오른손은 바로 나, 나였소.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보는 것이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는데, 어찌 더 이상 눈을 뜨고 있을 수 있었겠소?
코러스: 아, 당신의 말대로구려.
오이디푸스: 친구들, 말해보시오. 이제부터 어떤 눈길이나 목소리, 사랑의 손길이 내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겠소? 서두르시오, 친구들. 지체하지 말고 나를 데려가 주오. 신들에게 미움받고 인간들에게 저주받은, 이 겹으로 저주받은 자를 세상의 눈에서 멀리 치워주오.
코러스: 그대의 절망은 그대의 비극적인 처지에 딱 맞소. 차라리 그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오이디푸스: 버려진 아이의 발목에서 사슬을 풀고 내 생명을 구해준 그 자에게 저주를 퍼붓노라! 그는 선의로 그랬겠지만, 차라리 그곳에 나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내 친구들과 나에게 닥칠 이 엄청난 불행은 없었을 것을!
코러스: 나 역시 그러길 바랐소.
오이디푸스: 그랬더라면 내 아버지를 죽여 피를 흘리는 일도, 어머니의 침실을 더럽히는 일도 없었을 것을! 더럽혀진 자궁에서 태어난 괴물 같은 자식, 나를 낳은 이의 동료이자 그 자식이 되었으니. 세상에 오이디푸스처럼 고통받은 자가 또 어디 있겠소?
코러스: 그대의 생각이 옳다고는 할 수 없소. 눈이 먼 채 살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았을 테니까.
오이디푸스: 이미 저지른 일은 잘한 짓이었소. 당신들은 결코 나의 굳은 확신을 흔들 수 없소. 논쟁은 그만두기로 합시다. 만약 내게 눈이 있었다면, 지하 세계에서 내 아버지를, 혹은 가엾은 어머니를 어떤 눈으로 마주 볼 수 있었겠소? 그 두 분께 저지른 죄는 교수형으로도 씻을 수 없는 것이니 말이오. 물론 자식을 보는 것이 부모에게 기쁨이라고들 하지요. 하지만 나처럼 태어난 자식들을 보는 것이 내게 무슨 기쁨이 되겠소? 아니, 그런 광경은 내게 결코 기쁨이 될 수 없소. 이 아름다운 성곽 도시도, 신전도, 신들의 석상도 마찬가지요. 테베에서 가장 앞서던 테베 사람으로서, 지금은 누구보다 비참한 처지가 된 나는, 내 스스로 내린 판결에 의해 이 모든 곳에서 추방당했소. 하늘이 직접 부정한 자라 선언하고 라이오스의 혈통이라 밝힌 그 악당을 향해 내가 내린 포고령으로 스스로 죄인이 된 것이오. 이렇게 나 스스로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었는데, 어떻게 감히 당신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겠소? 차라리 청각의 샘을 막아버릴 방법이 있었다면, 내 이 가련한 육체를 감옥으로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차단하고 말이오. 슬픔이 닿지 않는 곳에 머무는 것이 곧 지복일 테니까. 키타이론이여, 어찌하여 나를 품어주었는가? 어찌하여 나를 데려다가 죽이지 않았는가? 그랬더라면 나는 내 출생의 비밀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았을 것을. 오 폴리보스여, 코린토스여, 나의 고향이여, 나의 조상들의 집이라 불리던 곳이여! 그때 나는 얼마나 훌륭한 아이로 보였던가! 그러나 싹 속에서 곪아가던 저 병은 얼마나 추악했던가! 이제야 그 뿌리와 열매의 저주가 드러났구나. 삼거리여, 은밀한 골짜기여, 덤불이여, 세 갈래 길의 길목이여! 너희는 내 피를, 이 두 손으로 쏟아버린 내 아버지의 피를 마셨구나. 너희는 내가 저지른 그 일들을, 그 이후 테베에 와서 내가 행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 치명적인 결혼이여! 너는 나를 낳았고, 나를 낳은 뒤에는 다시 내 씨를 뿌려 아버지와 형제, 자식, 신부와 아내, 어머니의 피를 뒤섞었구나. 근친상간의 자식들이여, 태양 아래 저질러지는 모든 끔찍한 일들이여! 입에 담기조차 수치스러운 그 악행들이여! 제발 부탁이니 나를 이 땅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숨겨주시오. 아니면 당장 나를 죽이거나, 눈에 띄지 않게 저 깊은 바닷속으로 던져버려 주시오. 이리 가까이 와서 이 비참한 자를 만져보시오. 다가와서 두려워하지 마시오. 오직 나만이 짊어질 수 있는 이 죄의 무게는 나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니까. [크레온 등장.]
크레온: 보시오, 여기 크레온이 왔소. 왕의 자리를 대신해 국가의 유일한 수호자가 된 내가, 행동이나 조언으로 그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오.
오이디푸스: 아, 슬프구나! 그에게 무슨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그가 나를 신뢰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과거에 나는 그의 원한을 사는 적이었음이 증명되지 않았던가.
크레온: 오이디푸스여, 그대를 조롱하러 온 것도, 과거의 잘못을 들춰내 비난하러 온 것도 아니오. (방관자들을 향해) 하지만 부끄러운 줄 아시오! 인간의 도리를 모른다면 최소한 만물을 비추고 기르는 태양신만이라도 경외하시오. 땅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빛도 차마 보지 못할 끔찍한 광경을 이처럼 만천하에 드러내지 마시오. 어서 그분을 안으로 데려가시오. 일가친척의 불행은 그 일가친척만이 듣고 보는 것이 마땅한 법이니까.
오이디푸스: 내 말을 들어주시오. 그대의 방문은 내게 놀랍고도 기쁜 충격이오. 그대는 이토록 고귀하고, 나는 이토록 비천하니 말이오. 제발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대 자신을 위한 부탁이오.
크레온: 내가 들어주길 바라는 그 부탁이 무엇이오?
오이디푸스: 당장 나를 이 국경 밖으로 내쫓아주시오. 인간의 목소리라고는 다시는 들리지 않는 저 넓은 황야 어딘가에 나를 버려주시오.
크레온: 진작 그렇게 했을 것이오. 하지만 그전에 신께 먼저 여쭈어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소.
오이디푸스: 신의 뜻은 이미 충분히 밝혀졌소. 아비를 죽인 패륜아를 처단하라는 것, 바로 그 패륜아가 나라는 것이오.
크레온: 그렇소, 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지금과 같은 사태에서는 신께 다시 한번 여쭈어보는 것이 좋겠소.
오이디푸스: 이런 불쌍한 자를 위해 감히 다시 신께 물을 생각인가요?
크레온: 그렇소. 이제는 그대 스스로도 신의 말씀을 믿을 테니까 말이오.
오이디푸스: 그래요, 이 겸허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부탁 하나를 하겠소. 저 안에 있는 아내를 당신이 정하는 대로 장례를 치러주시오. 오라비로서 당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의례이니 말이오. 하지만 나 자신에 관해서는, 오, 나의 테베, 내 조상들의 도시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 존재라는 짐을 견뎌야 하는 비운을 겪게 하지 마시오. 아니, 나를 저 언덕 위, 내 것이라 알려진 저 키타이론 산의 거주자로 만들어주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이미 내 무덤으로 정해두셨던 곳이니, 그들이 나를 죽이려 했을 때 죽었어야 할 내가 그곳에서 죽을 수 있게 말이오. 이것만은 확실히 아오. 병이나 평범한 사고로 내 생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오. 죽음에서 구원받지 않았더라면, 운명적으로 끔찍한 종말을 맞이할 운명이었을 테니까. 그래, 좋소. 운명이 나를 어떻게 다루든 상관없소. 하지만 불쌍한 내 자식들… 아들들은 걱정 마시오, 크레온. 그들은 사내들이니 어디에 있든 스스로 잘 살아갈 것이오. 다만 가련하고 순진한 두 딸들,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 식탁을 나누고 내 잔을 함께 들던 그 아이들을 부탁하오. 그 아이들을 돌봐주시오.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 그 아이들을 만져보고 내 탄식을 나눌 수 있게 해주오. 내 말을 들어주시오, 왕자여, 고귀한 마음의 왕자여! 앞은 보이지 않지만, 내 손으로 그 아이들을 만질 수만 있다면, 내가 볼 수 있었을 때처럼 그 아이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오. [안티고네와 이스메네가 이끌려 들어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들리는 이 흐느낌은 내 어여쁜 아이들이 아닐까? 크레온이 나를 가엽게 여겨 내 두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내준 것인가? 정말 그런 것인가?
크레온: 그렇소. 옛날에 그 아이들이 당신에게 어떤 기쁨이었는지 알기에, 내가 이 기쁨을 선사한 것이오.
오이디푸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아이들을 데려와 준 보답으로 신께서 나에게 하신 것보다 더 자비롭게 그대를 대하시길 빌겠소! 내 아이들아, 어디 있느냐? 이 손으로 너희를 안아보자. 오라비의 손이자 아버지의 손으로, 한때 밝았던 두 눈을 빛 잃은 구멍으로 만든 이 손으로. 눈먼 채 무모하게,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통해 너희의 아버지가 된 남자의 이 손으로 말이냐. 너희를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닥쳐올 고통스러운 나날들과 사람들이 너희에게 퍼부을 멸시와 부당함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구나. 너희가 어디를 가든, 연회나 축제에 가더라도 그것은 너희에게 즐거운 자리가 되지 못할 것이고, 자주 수치심에 눈물 흘리며 돌아오게 될 것이다. 너희가 혼기가 차면, 내 아이들과 자손들에게까지 달라붙을 이 악명을 무릅쓰고 너희를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나설 용감한 구혼자가 어디 있겠느냐? 이보다 더한 불명예가 어디 있겠느냐? '저들의 아버지는 제 아비를 죽이고, 자신이 태어난 원천에 씨를 뿌려 그곳에서 이 처녀들을 낳았구나.' 사람들이 너희에게 던질 비아냥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러니 누가 너희와 결혼하겠느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련한 아이들아, 너희는 혼자서 불모의 삶을 살며 시들어갈 수밖에 없으리라. 메노이케우스의 아들이여, 왕자여, 이제 나는 그대에게 의지하오.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줄 이는 그대뿐이니, 우리 두 친부모는 모두 파멸했기 때문이오. 부디 그대의 일가친척인 이 아이들이 가난하고 미혼인 채로 떠돌지 않게 해주고, 나의 비천한 처지를 함께 겪지 않게 해주시오. 아직 어린 이 아이들을 가엾게 여겨주시오. 그대가 아니면 이 아이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소. 왕자여, 약속해 주시오. 아이들아, 너희에게 해줄 말이 참 많았는데, 너희가 듣기엔 아직 너무 어리구나. 이것으로 충분하다. 너희가 머물 곳을 찾아 평온하게 살기를 기도하마. 그리고 너희의 운명이 너희 아버지보다는 더 행복하기를.
크레온: 눈물은 이제 충분하오. 안으로 들어가시오.
오이디푸스: 고통스럽지만, 따라야겠지요.
크레온: 울지 마시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오.
오이디푸스: 좋소, 가겠소. 하지만 조건이 있소.
크레온: 떠날 조건이 무엇인지 말해보시오.
오이디푸스: 나를 이 땅에서 추방해주시오.
크레온: 그건 나에게가 아니라 신들께 청해야 할 일이오.
오이디푸스: 하지만 나는 신들에게 미움받는 자요.
크레온: 그렇다면 그분들께서 곧 그대의 청을 들어주실 것이오.
오이디푸스: 그럼 나를 데려가시오. 이제 준비되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