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새로운 하인 둘
보핀 부부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보핀의 보워에 앉아 번영이라는 먹잇감이 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핀 씨의 얼굴에는 근심과 복잡한 심사가 역력했다. 그의 앞에는 무질서하게 흩어진 서류가 잔뜩 놓여 있었는데, 그는 마치 5분 내로 군대를 지휘하고 사열하라는 명령을 받은 순진한 민간인이 군인 무리를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희망 없는 눈길로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서류를 정리하며 메모를 남기려 애쓰고 있었으나, 그 부류의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몹시 의심 많고 교정하기 좋아하는 엄지손가락이 문제였다. 그 바쁜 손가락이 자꾸만 끼어들어 메모를 문질러대는 바람에, 서류는 제 코와 이마까지 얼룩지게 만든 엄지손가락의 자국보다 읽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보핀 씨의 경우를 보며 생각건대, 잉크라는 물건이 얼마나 싼값에 팔리며 또 얼마나 오래가는지 따져보는 일은 흥미롭다. 사향 한 알이 수년 동안 서랍에 향기를 풍기고도 원래 무게를 거의 잃지 않듯, 0.5페니짜리 잉크 한 방울이면 보핀 씨의 머리카락 뿌리부터 종아리까지 얼룩지게 하고도 그 앞의 종이에는 단 한 줄의 글씨도 남기지 않을 수 있으며, 잉크병의 양조차 줄어들지 않는 듯 보일 테니 말이다.
보핀 씨는 글쓰기의 난관에 봉착해 눈을 부릅뜬 채 굳어 있었고 숨소리는 거칠었는데, 그때 이런 증상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보핀 부인이 크게 안도할 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당에 있는 벨이 울린 것이다.
"누구일까, 궁금하네!" 보핀 부인이 말했다.
보핀 씨는 긴 숨을 내쉬며 펜을 내려놓았다. 그는 메모를 마치 모르는 사람 대하듯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두 번째 다시 살펴보아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드는 듯했다. 그때 망치 머리를 닮은 젊은이가 손님을 알렸다.
"로크스미스 씨입니다."
"오!" 보핀 씨가 말했다. "오, 정말! 우리와 윌퍼네의 상호 친구로군, 여보. 그래. 안으로 모시게."
로크스미스 씨가 나타났다.
"앉으시지요, 선생." 보핀 씨가 그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보핀 부인은 이미 알고 계시지요. 그런데 선생, 제가 선생을 맞이할 준비가 좀 덜 되어서 말입니다. 사실 이것저것 하느라 너무 바빠서 선생의 제안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건 보핀 씨뿐만 아니라 저를 대신한 사과이기도 해요." 미소 짓는 보핀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 이제 여기서 상의하면 되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로크스미스 씨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감사하며 자신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디 보자." 보핀 씨가 턱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선생이 말한 게 비서였던가? 그렇지?"
"비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로크스미스 씨가 동의했다.
"그때는 좀 어리둥절했지요." 보핀 씨가 말했다. "나중에 보핀 부인과 그 이야기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왜냐하면 (우리 생각을 신비롭게 꾸미려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비서라는 게 가구의 일종이라고, 대개 마호가니로 만들고 안감은 녹색 베이즈나 가죽을 댔으며 작은 서랍이 잔뜩 달린 것이라고 믿어왔거든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말씀드리는 건데, 선생은 분명히 그런 물건이 아니시잖아요."
당연히 아니라고 로크스미스 씨가 말했다. 하지만 그는 관리인이라는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한 것이었다.
"글쎄, 관리인이라……." 보핀 씨가 여전히 턱에 손을 얹은 채 대꾸했다. "우리 부부는 배를 탈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둘 다 뱃멀미가 심해서 만약 배를 타게 되면 관리인이 필요하겠지만, 보통은 배에 한 명씩 마련되어 있지."
로크스미스 씨가 다시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맡으려는 업무를 총괄 관리자, 지배인, 감독관, 혹은 대리인 같은 일이라고 정의했다.
"자, 그럼 예를 들어보자고!" 보핀 씨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자네가 내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 무얼 하겠나?"
"보핀 씨께서 승인하신 모든 지출을 정확히 기록하겠습니다. 지시에 따라 편지도 써 드리고요. 보핀 씨께 급여를 받거나 고용된 사람들과의 업무도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테이블을 힐끗 보며 미소를 띠고 덧붙였다. "서류도 정리하겠습니다――"
보핀 씨는 잉크가 묻은 귀를 문지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또한 언제든 즉시 찾아보실 수 있게 순서대로 정리하고, 각각의 내용물을 겉에 적어두겠습니다."
"이보게," 보핀 씨가 얼룩진 메모지를 천천히 손으로 구기며 말했다. "자네가 지금 이 서류들을 한번 맡아서 어떻게 처리하나 본다면, 자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더 잘 알 수 있겠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행동이 뒤따랐다. 모자와 장갑을 벗어놓은 로크스미스 씨는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흩어진 서류를 가지런히 모았다. 그는 차례로 각 서류를 훑어보고 접어서 겉면에 내용을 기재한 뒤 다른 한쪽으로 옮겨 쌓았다. 첫 번째 더미가 다 사라지고 두 번째 더미가 완성되자, 그는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어 놀라울 정도로 능숙한 손놀림으로 고리와 매듭을 만들어 묶었다.
"좋아!" 보핀 씨가 말했다. "아주 좋군! 이제 이것들이 무엇에 관한 내용인지 들어볼까. 해줄 수 있겠나?"
존 로크스미스가 요약본을 소리 내어 읽었다. 내용은 전부 새 집과 관련된 것이었다. 장식업자의 견적은 얼마, 가구 견적은 얼마. 사무실 가구 견적은 얼마. 마차 제작자의 견적은 얼마. 말 상인의 견적은 얼마. 마구 제작자의 견적은 얼마. 금세공업자의 견적은 얼마. 총액은 정말 엄청났다. 그다음엔 서신들이 이어졌다. 이런 날짜의 이런 취지에 대한 보핀 씨의 제안 수락. 저런 날짜의 저런 취지에 대한 보핀 씨의 제안 거절. 또 다른 날짜의 또 다른 취지에 관한 보핀 씨의 계획. 모든 것이 간결하고 체계적이었다.
“정말 질서 정연하군!” 보핀 씨가 마치 박자를 맞추는 사람처럼 손으로 각 항목을 하나씩 확인하며 말했다. “도대체 잉크를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군. 다 끝나고 나서도 이렇게 깔끔하다니. 자, 이제 편지 이야기를 해보지. 어디,” 보핀 씨가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손을 비비고는 말을 이었다. “다음엔 편지를 한번 써보지.”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로 할까요, 보핀 씨?”
“아무나. 자네 자신한테 쓰게.”
로크스미스 씨가 빠르게 써 내려가더니 소리 내어 읽었다.
“보핀 씨는 존 로크스미스 씨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가 희망하는 직책에 그를 채용해 보기로 결정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보핀 씨는 급여 문제를 기약 없는 시기로 미루겠다는 존 로크스미스 씨의 말을 그대로 수락합니다. 보핀 씨는 그 점에 관해 어떠한 의무도 지지 않음을 분명히 이해합니다. 보핀 씨는 그저 존 로크스미스 씨가 성실하고 유능하게 일하겠다는 다짐을 신뢰한다는 점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존 로크스미스 씨는 즉시 업무를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노디, 당신!” 보핀 부인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정말 끝내주네요!”
보핀 씨도 그 못지않게 기뻐했다. 사실 그는 마음속으로 그 문안과 그것을 탄생시킨 발상이야말로 인간의 독창성이 빚어낸 아주 놀라운 기념비라고 여겼다.
“그리고 여보, 잘 들어요.” 보핀 부인이 말했다. “지금 당장 로크스미스 씨와 계약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당신 몫도 아닌 일들로 또다시 쩔쩔매며 스스로를 망친다면, 당신은 뇌졸중으로 쓰러질 거예요. 옷에 녹물이나 들게 할 뿐만 아니라 내 가슴을 미어지게 할 거라고요.”
보핀 씨는 그 지혜로운 말에 아내를 끌어안았고, 이어 존 로크스미스의 뛰어난 성취를 축하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맹세의 뜻으로 그와 악수했다. 보핀 부인도 그렇게 했다.
"자," 보핀 씨가 말했다. 그는 솔직한 성격 탓에 고용한 지 5분도 안 된 신사에게 아무런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느꼈다. "로크스미스, 우리 사정을 좀 더 알아야겠네. 자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아니 자네가 나를 알게 되었을 때라고 하는 게 낫겠군, 보핀 부인이 유행을 따르고 싶어 한다는 말을 했었지.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유행을 좇게 될지는 몰랐어. 그런데 말이야! 보핀 부인이 뜻을 이뤘고, 우리 부부는 이제 유행에 완전히 빠져들기로 했네."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존 로크스미스가 대답했다. "새로 꾸리시는 저택의 규모를 보고 말입니다."
"그렇지." 보핀 씨가 말했다. "아주 끝내주는 곳이 될 거야. 사실 내 문인 친구가 말해주더군. 그가 말하자면, 관계를 맺고 있는, 흥미를 느끼고 있는 집이 있는데――"
"재산으로서 말씀이십니까?" 존 로크스미스가 물었다.
"글쎄, 아니." 보핀 씨가 말했다. "꼭 그런 건 아니고, 일종의 가족 같은 관계지."
"협회인가요?" 비서가 제안했다.
"아!" 보핀 씨가 말했다. "아마도. 어쨌든 그 친구가 그 집에 '이 극히 귀족적인 저택, 임대 또는 매매'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다고 하더군. 보핀 부인과 나는 가서 확인했고, 의심할 여지 없이 극히 귀족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비록 조금 거만하고 따분하긴 했지만, 어쩌면 그게 다 같은 소리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계약했어. 내 문인 친구는 아주 친절하게도 그 자리에서 멋진 시 한 수를 읊어주었지. 보핀 부인이 그 집의 주인이 된 걸 축하하는 내용이었는데―― 어떻게 됐더라, 여보?"
보핀 부인이 대답했다.
"‘화려하고, 화려하고 즐거운 풍경, 저 홀들, 눈부신 빛의 홀들.’"
"그거야! 그런데 그 집에 진짜 홀이 두 개나 있어서 더 그럴듯했지. 앞 홀이랑 뒤 홀, 그리고 하인들용 홀까지 말이야. 그는 또한 보핀 부인이 그 집에서 혹시라도 우울해지면 기운을 북돋워 주기 위해 얼마나 애쓸 것인지에 관한 아주 예쁜 시도 한 수 읊어주었지. 보핀 부인은 기억력이 정말 좋아. 여보, 그것도 한번 말해볼래?"
보핀 부인은 그 친절한 제안이 담긴 시 구절을 그가 말해준 그대로 읊으며 화답했다.
"‘그녀가 어떻게 울었는지 말해드리지요, 보핀 부인, 그녀의 진실한 사랑이 살해당했을 때 말이죠, 부인. 그리고 그녀의 상처받은 영혼이 어떻게 잠들었는지, 보핀 부인,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답니다, 부인. (보핀 씨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 어떻게 다가와, 주인을 멀리 남겨두고 떠났는지 말해드리지요. 그리고 제 이야기(보핀 씨께서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가 부인을 한숨짓게 한다면, 가벼운 기타를 연주하겠나이다.’"
"글자 하나 틀리지 않군!" 보핀 씨가 말했다. "시 내용에 우리 둘 다 아름답게 잘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
비서가 그 시를 듣고 놀란 기색이 역력하자, 보핀 씨는 자신의 높은 평가가 옳았음을 확신했고 무척 기뻐했다.
"자, 로크스미스, 알다시피." 그가 말을 이었다. "문인이라는 사람은, 그것도 의족을 한 사람은, 질투하기 십상이지. 그러니 웨그의 질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네는 자네 일을, 그는 그의 일을 하게 할 편안한 방법을 찾아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