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친척 아니야? 난 그렇게 들었는데……."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어? 아니, 당신들 카라마조프 가문 사람들은 무슨 대단하고 유서 깊은 귀족이라도 되는 양 행세하지만, 정작 당신네 아버지는 남의 집 식탁을 전전하며 광대 노릇이나 하고 부엌에서 동냥이나 하던 사람이었어. 좋다, 내가 겨우 신부의 아들이고 귀족인 당신들 앞에선 보잘것없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그렇게 유쾌하고 방탕하게 나를 모욕하진 마. 나한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고,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난 그루셴카 같은 창녀랑은 친척이 될 수 없어. 명심해 주시지!"
라키틴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제발 용서해 줘.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어. 그리고 그녀가 어째서 창녀라는 거지? 설마 그녀가…… 정말 그런 사람이야?" 알료샤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난 그저 친척이라고 들었을 뿐이야. 넌 그녀에게 자주 가면서도 나한테는 그녀와 연애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난 네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경멸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정말 그녀가 그럴만한 사람인가?"
"내가 그녀를 찾아가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니까, 너는 더 이상 묻지 마. 친척 관계에 대해 말하자면, 나보다는 네 형이나 심지어 네 아버지 쪽이 그녀를 친척으로 들이겠지. 자, 다 왔어. 넌 부엌으로 가는 게 좋겠어. 아이! 이게 뭐야? 늦은 건가? 설마 그새 점심을 다 먹었을 리는 없고? 혹시 또 카라마조프 가족이 무슨 사고라도 친 건가? 틀림없어. 저기 네 아버지랑 그 뒤를 따르는 이반 표도로비치가 보이잖아. 이구멘한테서 뛰쳐나온 게 분명해. 저기 이시도르 신부가 현관에서 대고 뭐라고 소리치고 있어. 네 아버지도 소리를 지르면서 손을 흔드는 걸 보니 욕을 퍼붓는 게 확실해. 세상에, 저기 미우소프가 마차를 타고 떠나네, 저거 보이지? 막시모프 지주도 달려오고 있어. 이건 분명 추문이야! 점심 식사는 물 건너갔군. 설마 이구멘을 때리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그들이 맞은 건가? 그랬다면 정말 통쾌했을 텐데!……"
라키틴의 외침은 허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전대미문의 예상치 못한 추문이 벌어진 것이다. 모든 일은 '영감'에 의해 일어났다.
VIII. 추문
미우소프와 이반 표도로비치가 이미 이구멘의 거처로 들어설 때, 진정으로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인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에게는 일종의 섬세한 심리적 변화가 빠르게 일어났다. 그는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진 것이다. 그는 속으로 고약한 표도르 파블로비치를 본질적으로는 경멸해야 마땅한데, 장로의 방에서 냉정을 잃고 스스로 중심을 잃어버린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여기 수도사들은 아무 잘못이 없지 않은가.' 그는 갑자기 이구멘의 현관에서 이렇게 결심했다. '만약 여기도 점잖은 사람들이 있다면(이 이구멘 니콜라이 신부도 귀족 출신인 것 같고), 그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하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 못할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논쟁은 하지 않겠어. 오히려 맞장구를 치고 친절함으로 그들을 사로잡은 뒤…… 결국 나는 이 이솝이나 다름없는 광대, 피에로와는 한패가 아니며,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곤경에 빠졌을 뿐이라는 걸 보여주겠어…….'
숲에서의 벌목권 분쟁이나 어업권 문제(그게 정확히 어디인지는 그 자신도 몰랐지만)에 대해서도 그는 오늘 당장, 영구적으로 그들에게 양보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별 가치도 없는 것들이었기에 수도원을 상대로 제기했던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들의 이런 선한 의도는 이구멘 신부의 식당에 들어섰을 때 더욱 굳건해졌다. 사실 이구멘에게는 식당이라 부를 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가 머무는 처소는 통틀어 방이 두 칸뿐이었지만, 장로의 처소보다는 훨씬 넓고 안락했다. 그렇다 해도 방 안의 치장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가구는 1820년대 스타일의 낡은 마호가니 가죽 가구였고 바닥조차 칠이 되어 있지 않았으나, 대신 모든 곳이 눈부시게 깨끗했고 창가에는 값비싼 꽃들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 가장 호화로웠던 것은 정성스럽게 차려진 식탁이었다. 물론 이 또한 상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식탁보는 깨끗했고 식기들은 윤이 났다. 세 종류의 훌륭한 빵과 와인 두 병, 최고급 수도원 벌꿀주 두 병, 그리고 인근 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한 수도원 크바스가 담긴 커다란 유리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보드카는 전혀 없었다. 라키틴이 나중에 이야기하기를, 이번 점심 식사는 다섯 가지 코스로 준비되었다고 한다. 철갑상어를 넣은 생선 수프와 생선 파이, 그 뒤를 이어 독특하고 훌륭하게 조리된 삶은 생선, 철갑상어 커틀릿, 아이스크림과 콩포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블랑망제 같은 키셀(젤리 형태의 후식)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라키틴이 알아낼 수 있었던 건, 참지 못하고 이구멘의 부엌을 일부러 엿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곳과도 나름의 인맥이 있었다. 라키틴은 어디에나 인맥을 두고 정보를 캐내는 사람이었다. 그는 매우 불안하고 질투심 많은 마음을 가졌고,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지만 자만심 때문에 그것을 신경질적으로 과장하곤 했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 자기 분야에서 한자리할 것을 확신했지만, 라키틴을 매우 따르던 알료샤는 친구인 그가 정직하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괴로워했다. 오히려 그는 남의 식탁에서 돈을 훔치지는 않으니 자신은 지극히 정직한 사람이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알료샤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라키틴은 하급 신분이라 오찬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요시프 신부와 파이시 신부,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사제가 초대받았다.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와 칼가노프, 이반 표도로비치가 들어섰을 때 그들은 이미 이구멘의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지주 막시모프도 기다리고 있었다. 이구멘 신부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방 한가운데로 나섰다. 그는 키가 크고 야위었지만 여전히 건장한 노인이었다. 검은 머리에는 흰 머리가 많이 섞여 있었고, 얼굴은 길쭉하고 금욕적이며 위엄이 있었다. 그는 손님들에게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으나, 이번에는 손님들이 다가가 축복을 받았다. 미우소프는 손등에 입을 맞추려 시도했지만 이구멘이 때맞춰 손을 살짝 빼는 바람에 입맞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이반 표도로비치와 칼가노프는 이번에는 아주 소박하고 민중적인 방식으로 손등에 쪽 소리를 내며 제대로 축복을 받았다.
"저희는 깊이 사과드려야 합니다, 존경하는 신부님."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가 유쾌하게 웃음을 지으면서도 엄숙하고 공손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 초대받으셨던 저희 일행 표도르 파블로비치 없이 저희만 오게 된 점을 사과드립니다. 그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식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조시마 장로님의 방에서 아들과의 불행한 가족 간 다툼에 휩쓸린 나머지, 그는 때에 맞지 않는, 요컨대 아주 무례한 말들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 일은 이미 신부님께서도 아시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사제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래서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그는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저와 그의 아들 이반 표도로비치를 통해 신부님께 진심 어린 사죄와 회한, 참회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그는 나중에 이 일을 만회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지금은 신부님의 축복을 청하며 이번 일을 부디 잊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미우소프가 말을 마쳤다. 자신의 연설을 끝내고 나서 그는 스스로 아주 흡족해했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짜증의 흔적조차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는 다시 진심으로 인류를 사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구멘은 엄숙하게 그의 말을 듣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참석하지 못했다니 정말 유감이군요. 아마 우리와 함께 식사를 했다면 우리도 그를 아끼고 그도 우리를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 신사 여러분, 식사하러 가시지요."
그는 성화 앞에 서서 소리 내어 기도를 시작했다. 모두가 공손히 머리를 숙였고, 지주 막시모프는 특히나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은 채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바로 그때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마지막 객기를 부리고 말았다. 사실 그는 정말로 떠나려고 했고, 장로의 방에서 보인 그 수치스러운 행동을 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구멘의 점심 식사 자리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부끄럽다거나 스스로를 탓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거기서 식사하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호텔 현관에 덜커덩거리는 마차가 도착해 막 올라타려던 찰나, 그는 갑자기 멈춰 섰다. 장로의 방에서 했던 자신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어디를 가든 나는 늘 남들보다 내가 더 비열하고, 다들 나를 광대 취급한다고 느끼지. 그렇다면 아예 확실하게 광대 노릇을 해 주지. 왜냐하면 너희들은 모두 나보다 더 멍청하고 비열하니까.' 그는 자신이 저지른 추잡한 짓에 대해 모두에게 복수하고 싶어졌다. 문득 예전에 누군가 '왜 그렇게 저 사람을 미워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광대 같은 뻔뻔함이 발동해 '이유는 이거야. 그는 나에게 아무 짓도 안 했지만, 내가 그에게 가장 비열한 짓을 저질렀거든. 짓고 나자마자 그를 미워하게 된 거지.'라고 답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 기억에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조용히 악의에 찬 웃음을 지었다. 눈이 번뜩였고 입술마저 떨렸다.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그가 갑자기 결심했다. 그 순간 그의 가장 깊은 심정은 이런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아예 대놓고 침을 뱉어 주자. 너희 같은 건 전혀 두렵지 않다는 걸 보여 주는 거야!' 그는 마부에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수도원으로 돌아와 바로 이구멘의 거처로 향했다. 무엇을 할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이미 자신을 통제할 수 없으며 작은 계기만 있다면 곧바로 어떤 추잡한 짓의 극한까지 치달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물론 추잡한 짓일 뿐, 법적인 처벌을 받을 만한 범죄나 행동은 아니었다. 그런 경우에 그는 항상 자신을 억제할 줄 알았고 때로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그는 이구멘의 식당에 기도가 끝나고 모두가 식탁으로 이동하던 바로 그 순간에 나타났다. 문턱에 서서 좌중을 둘러본 그는 길고 거만하고 악의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모두의 눈을 당당하게 응시했다.
"다들 내가 떠난 줄 알았지? 하지만 난 여기 있다고!" 그는 홀 전체가 울리도록 외쳤다.
잠시 동안 모두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더니 갑자기 모두가 곧 끔찍하고 터무니없으며 틀림없이 추문으로 번질 무언가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는 지극히 평온했던 기분에서 곧장 지극히 흉포한 상태로 돌변했다. 마음속에서 가라앉고 잠잠해졌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되살아나 치밀어 올랐다. "아니,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그가 소리쳤다. "정말 참을 수가 없고…… 도저히 안 되겠어!"
피가 머리로 솟구쳤다. 그는 당황하여 말까지 더듬었지만, 이제 문체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는 자신의 모자를 움켜쥐었다.
"뭐가 그렇게 참을 수 없다는 거지?"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소리쳤다. "'도저히 안 되고 죽어도 안 된다'고? 신부님, 제가 들어가도 됩니까, 안 됩니까? 식사 동석자로 받아 주시겠습니까?"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구멘이 대답했다. "신사 여러분! 잠시 실례하겠습니다만." 그가 갑자기 덧붙였다. "부디 진심으로 부탁건대, 사소한 다툼은 뒤로하고 주님께 기도를 올리며 저희의 소박한 식탁 자리에서 사랑과 친족 간의 화목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아니, 아니야, 불가능해."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가 제정신이 아닌 듯 외쳤다.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가 안 된다면 나도 안 돼. 나도 남지 않겠어. 애초에 그걸 알려고 온 거니까. 이제 어디든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와 함께할 거야.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가 떠나면 나도 가고, 남으시면 나도 남을 거요. 이구멘 신부님, 아까 '친족 간의 화목'이라는 말로 그를 제대로 찌르셨구먼. 그는 자신을 내 친척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거든! 그렇지, 폰 존? 저기 폰 존이 서 있군. 안녕, 폰 존."
"당신……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오?" 깜짝 놀란 지주 막시모프가 중얼거렸다.
"당연히 당신이지!"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소리쳤다. "그럼 누구한테 하겠소? 이구멘 신부님이 폰 존일 리는 없지 않나!"
"하지만 나도 폰 존이 아니오. 난 막시모프라고."
"아니, 당신은 폰 존이야. 신부님, 폰 존이 뭔지 아십니까? 이런 형사 사건이 있었지요. 그는 사창가에서 살해당했는데, 아마 여기선 그런 곳을 그렇게 부르지 않던가요? 아무튼 그를 죽이고 강탈한 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궤짝에 처박고는 봉인해서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화물열차로 번호까지 매겨 보냈지요. 그때 궤짝을 못 박을 때, 음란한 무희들이 노래를 부르고 거문고, 아니, '포르토플랴스(피아노)'를 연주했답니다. 바로 그 폰 존이 이 사람이에요. 죽음에서 부활한 거지, 안 그렇소, 폰 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어떻게 된 일인가?" 수도사들 무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세!"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가 칼가노프를 향해 외쳤다.
"아니, 잠깐만요!"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방 안으로 한 걸음 더 내디디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가로챘다. "제 말도 좀 끝내게 해주십시오. 저쪽 방에서 저를 무례하게 굴었다고 비난하던데, 제가 피라미 이야기를 했다는 것 때문이었죠. 제 친척인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우소프는 말에 '솔직함보다 품위(noblesse)'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반대로 '품위보다 솔직함(sincérit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품위라는 건 개나 줘버리라고 하죠! 안 그렇습니까, 폰 존? 이구멘 신부님, 실례지만 저는 광대이고 광대 노릇을 하고 있긴 해도 명예의 기사로서 꼭 할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명예의 기사입니다. 반면에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에게 있는 건 짓눌린 자존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제가 아까 여기 온 것도 어쩌면 다 지켜보고 제 말을 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죠. 제 아들 알렉세이가 여기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저는 아버지로서 그 아이의 운명을 걱정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듣기만 하면서 연극을 해왔고 남몰래 관찰해왔지만, 이제 연극의 마지막 막을 보여드리고 싶군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십니까? 한 번 쓰러지면 그대로 짓밟히는 게 우리 세상입니다. 한 번 넘어지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 있죠. 하지만 천만에요! 저는 일어서고 싶습니다. 성스러운 신부님들, 저는 당신들에게 분노합니다. 고해성사는 제가 경외하며 무릎 꿇을 준비가 되어 있는 위대한 성사입니다. 그런데 저쪽 방에서는 다들 무릎을 꿇고 소리 내어 고해를 하고 있더군요. 원래 소리 내어 고해하는 게 허용됩니까? 성인들께서 정하신 고해성사는 귓속말로 해야만 성스러운 법이며, 그것이 태곳적부터 내려온 전통입니다. 그런데 다들 들리는 곳에서 제가 예를 들어 '이렇고 저렇다'고 어떻게 설명합니까? 그러니까, 아시겠습니까? 때로는 입 밖으로 꺼내기 민망한 일도 있는 법입니다. 이건 추문 아닙니까! 안 됩니다, 신부님들. 이러다가는 여기 있다가 '흘리스트파(교회 관습을 무시하는 이단 종파)' 같은 이단에 빠져들 것 같군요. 당장 시노드에 탄원서를 넣고, 제 아들 알렉세이를 데려가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메모해 두자.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종소리가 어디서 나는지도 모르고 헛소리를 해댄 셈이다. 언젠가 (우리 수도원뿐만 아니라 장로 제도가 도입된 다른 수도원들에서도) 장로들을 너무 떠받드는 바람에 이구멘의 위신이 깎인다는 둥, 장로들이 고해성사라는 성사를 악용한다는 둥 하는 악의적인 헛소문이 주교의 귀에까지 들어간 적이 있었다. 물론 그 터무니없는 비난은 우리 수도원을 포함해 어디서나 저절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러나 표도르 파블로비치를 자신의 신경줄에 매달아 수치스러운 심연 속으로 계속 끌고 가던 어리석은 악마는 그에게 이미 흘러간 옛 비난을 지껄이게 만들었는데, 정작 표도르 파블로비치 자신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조차 몰랐다. 그는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장로의 방에는 무릎을 꿇고 소리 내어 고해하는 사람 따위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눈으로 직접 본 것도 아니었고 그저 어렴풋이 기억나는 옛 소문과 헛소문을 빌려 떠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일단 멍청한 소리를 내뱉고 나자, 그는 자신이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즉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니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자기가 한 말이 결코 헛소리가 아니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졌다. 한마디를 보탤 때마다 앞서 내뱉은 헛소리에 더한 헛소리가 얹혀지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이미 산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지듯 스스로를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정말 비열하군!"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가 외쳤다.
"용서하십시오." 이구멘이 갑자기 말했다. "예로부터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향해 온갖 말을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더러운 말들까지 내뱉었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네. 이것은 예수님께서 내려주신 치료제이며, 내 헛된 영혼을 치유하시기 위해 보내신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도 공손히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귀하신 손님!
그는 표도르 파블로비치에게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했다.
"테테테! 위선에 낡은 문구들이군! 낡은 문구에 낡은 몸짓이라! 낡은 거짓말에 천편일률적인 절하기라니! 그런 절 따위는 우리도 잘 알지! 실러의 「군도」에 나오는 '입술엔 입맞춤, 심장엔 단검' 같은 꼴이군. 신부님들, 난 가식은 딱 질색이고 진실을 원하오! 하지만 진실은 피라미 따위에 있는 게 아니지, 내가 이미 선언했듯이 말이오! 수도사 신부님들, 왜 단식을 하시오? 왜 그 대가로 하늘나라에서 보상을 기대하시는 거요? 그런 보상이 있다면 나라도 단식을 하겠구먼! 아니, 거룩한 수도사 양반, 제발 삶에서 선을 행하고 사회에 공헌이나 하시라고. 수도원에 틀어박혀 공짜 밥이나 먹으면서 저 위에서 상이나 기대하지 말고 말이오. 그게 훨씬 더 어려운 일 아니겠소. 이구멘 신부님, 나도 말은 꽤 그럴듯하게 할 줄 안단 말이오." 그는 식탁으로 다가갔다. "여기 차려 놓은 것 좀 보게. 오래된 팩토리 포트와인에 옐리세예프 형제네 메독이라, 아이고, 신부님들 대단하시네! 피라미 같은 거랑은 차원이 다르군. 이거 보게, 술병들을 아주 늘어놓으셨어, 헤헤헤! 그런데 이걸 누가 다 갖다 바쳤겠소? 러시아의 농민, 그 근면한 사람들이 굳은살 박인 손으로 번 귀한 돈을 가져와 바친 거 아니겠소! 가족들 몫도 떼어 내고 나라에 낼 세금까지 줄여 가면서 말이지! 신부님들, 당신들은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거요!"
"그건 당신으로서 정말 품위 없는 행동이오." 요시프 신부가 말했다. 파이시 신부는 고집스럽게 침묵을 지켰다. 미우소프는 방을 뛰쳐나갔고 칼가노프도 그 뒤를 따랐다.
"자, 신부님들, 나도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를 따라가겠소!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테니 무릎 꿇고 빌어도 안 올 거요. 천 루블이나 보내 줬더니 또 눈독을 들이는군, 헤헤헤! 아니, 더는 안 줄 거요. 내 지나간 젊은 시절과 모든 수모에 복수하는 거란 말이오!" 그는 꾸며 낸 감정에 휩싸여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이 작은 수도원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아시오! 이 때문에 내가 얼마나 쓰디쓴 눈물을 흘렸는지! 당신들은 내 아내, 그 발작쟁이를 부추겨 나를 대적하게 했지. 일곱 번의 공의회에서 나를 저주하고 동네방네 내 험담을 퍼뜨렸어! 이제 그만하쇼, 신부님들. 지금은 자유주의 시대, 증기선과 철도의 시대란 말이오. 천 루블도, 백 루블도, 백 코페이카도, 나한테서 한 푼도 받을 생각 마시오!"
여기서 다시 메모해 두자. 우리 수도원은 그의 인생에서 결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적이 없었으며, 그는 이 수도원 때문에 쓰디쓴 눈물을 흘린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꾸며 낸 눈물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잠시 동안은 스스로 그 말을 믿어 버릴 뻔했다. 감동해서 눈물까지 흘릴 뻔했지만, 그는 곧바로 방향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이구멘은 그의 악의적인 거짓말에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경에 다시 이르기를, '자네에게 닥쳐오는 원치 않는 수치를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흔들리지 말며, 자네를 모욕하는 자를 미워하지 말라'고 하였소. 우리도 그렇게 하겠소."
"테테테, '생각하노라'! 따위의 잡소리들! 마음대로 생각하시오, 신부님들, 난 가겠소. 내 아들 알렉세이는 이제 부모로서의 권위를 행사해 여기서 영원히 데려갈 테니. 이반 표도로비치, 내 극진한 아들, 자네는 날 따라오도록 명령하겠네! 폰 존, 자네는 여기서 뭘 꾸물거리고 있나! 당장 시내에 있는 내 집으로 오게. 우리 집은 재밌거든. 고작 1베르스타 거리밖에 안 돼. 기름기 없는 음식 대신 새끼 돼지 요리에 죽을 대접하겠네. 같이 점심 먹고, 코냑 한 잔, 그다음엔 리큐어 한 잔 하지. 마무로프카 술도 있다니까……. 어이, 폰 존, 기회를 놓치지 말게!"
그는 소리를 지르고 몸짓을 해대며 밖으로 나갔다. 바로 그 순간 라키틴이 그가 나가는 것을 보고 알료샤에게 일러 주었다.
"알렉세이!" 아버지가 멀리서 그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오늘 당장 내 집으로 완전히 이사하거라. 베개랑 매트리스까지 챙겨서, 여기서는 네 놈 냄새도 안 나게 해라."
알료샤는 말뚝처럼 박힌 듯 멈춰 서서 조용히, 그리고 주의 깊게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한편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마차에 올라탔고, 뒤이어 이반 표도로비치도 알료샤에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묵묵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마차에 오르려 했다. 그런데 그때 이 에피소드의 대미를 장식할 광대 같고 믿기 힘든 또 하나의 장면이 벌어졌다. 갑자기 마차 발판 곁에 지주 막시모프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늦지 않으려고 헐떡이며 달려왔다. 라키틴과 알료샤는 그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너무 서두른 나머지 다급한 마음에 이반 표도로비치의 왼발이 아직 딛고 있는 발판 위로 자신의 발을 올렸고, 마차 옆구리를 붙잡고는 마차 안으로 뛰어오르려 했다.
"저도, 저도 여러분과 함께 가겠습니다!" 그는 팔짝팔짝 뛰며 가늘고 명랑한 웃음소리를 내며 행복한 표정으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 외쳤다.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글쎄, 내가 말하지 않았나!"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열광적으로 소리쳤다. "이 사람이 폰 존이라고!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한 진짜 폰 존이라고! 아니,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왔나? 거기서 무슨 '폰존' 짓을 했길래 점심 식사 자리에서 나올 수 있었지? 뻔뻔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말이야! 내 얼굴도 두껍지만, 형제여, 자네에겐 정말 놀랐어! 뛰어, 어서 뛰어! 놔줘, 바냐, 재밌을 거야. 그는 여기 발치에 누워 있으면 돼. 누워 있을 수 있지, 폰 존? 아니면 마부 옆 짐칸에 태울까?…… 마부 옆으로 뛰어, 폰 존!……"
하지만 이미 자리에 앉아 있던 이반 표도로비치는 아무 말 없이 힘껏 막시모프의 가슴을 밀쳐 버렸고, 막시모프는 1사죈(약 2.1m)이나 뒤로 날아갔다. 그가 넘어지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출발해!" 이반 표도로비치가 마부에게 악에 받쳐 소리쳤다.
"아니, 왜 그러는가? 왜 그래? 왜 그렇게 밀어붙이는 거냐?"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발끈했으나 마차는 이미 출발하고 있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것 봐라!" 2분 정도 침묵을 지키던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다시 아들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이 수도원 일을 꾸민 것도 자네고, 부추긴 것도 자네고, 승인한 것도 자네면서 왜 이제 와서 화를 내는 거야?"
"그만 좀 헛소리하고 이제는 좀 쉬시죠." 이반 표도로비치가 엄하게 잘라 말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다시 2분 정도 침묵을 지켰다.
"지금 코냑 한 잔 마시면 딱 좋겠는데." 그가 아는 체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반 표도로비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착하면 마시게나."
이반 표도로비치는 계속 침묵을 지켰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다시 2분 정도를 기다렸다.
"그래도 난 알료샤를 수도원에서 데려올 생각이라네. 자네가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지라도 말이지, 극진히 모시는 카를 폰 모르 나리."
이반 표도로비치는 경멸하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돌려 길 쪽을 바라보았다. 그 후로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