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여운 친구, 나는 그것만 해왔어. 세상 모든 것과 우주를 잊고 그런 자들 중 하나에게 매달리지. 왜냐하면 다이아몬드는 정말 귀하니까. 그런 영혼 하나가 때로는 별자리 전체보다 값질 때도 있거든. 우리에겐 우리만의 산술이 있지. 승리란 아주 값진 거니까! 사실 그들 중 몇몇은 맹세코 자네보다 지적 수준이 낮지 않아. 자네는 믿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들은 한순간에 신앙과 불신앙의 심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지. 정말이지 가끔은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배우 고르부노프의 말처럼 사람이 '곤두박질' 칠 것 같기도 해."
"그래서, 헛물만 켜고 돌아왔나?"
"내 친구여," 손님이 점잖게 훈계하듯 말했다. "코를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헛물을 켜는 편이 낫지. 얼마 전 어떤 아픈 후작이(아마 전문의가 치료했겠지) 자신의 고해 신부인 예수회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할 때 그런 말을 하더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정말 일품이었어. '제 코를 돌려주십시오!' 그는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지. 그러자 신부가 요리조리 말을 돌리며 말하더군. '내 아들아, 신의 헤아릴 수 없는 섭리에 따라 모든 것은 보충되기 마련이며, 눈에 보이는 재앙은 때때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이득을 가져오기도 한다네. 엄격한 운명이 자네에게서 코를 앗아갔다면, 자네의 이득은 이제 평생 누구도 자네에게 헛물을 켰다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지.' 그러자 절망에 빠진 그 남자가 외쳤어. '성부님, 그건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 평생 매일 헛물을 켜며 살더라도 제 코가 제자리에만 붙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겁니다!' 그러자 신부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지. '내 아들아, 모든 행복을 한꺼번에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네. 그것은 섭리에 대한 불평일 뿐이야. 섭리는 이 경우에도 자네를 잊지 않았네. 자네가 방금 외친 것처럼 기꺼이 평생 헛물을 켜며 살겠다고 소리친다면, 이미 자네의 소망은 간접적으로 이루어진 셈이지. 코를 잃음으로써 자네는 어쨌든 헛물을 켜게 된 거니까…….'"
"우, 정말 유치하군!" 이반이 소리쳤다.
"내 친구여, 나는 그저 자네를 웃게 해주려던 것뿐이야. 하지만 맹세컨대, 이건 정말이지 예수회적인 궤변이고, 내가 말한 그대로 한 글자도 틀림없이 일어난 일이라네. 얼마 전 있었던 일인데 꽤 골치 아팠지. 그 불쌍한 청년은 집에 돌아가서 그날 밤 바로 권총으로 자살했어. 내가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었지……. 예수회의 고해소 같은 것들은 인생의 우울한 순간에 내가 가장 즐기는 오락이야. 여기 최근에 있었던 또 다른 이야기가 있지. 스무 살쯤 된 금발의 노르만 처녀가 늙은 신부에게 찾아왔어. 아름답고, 몸매도 훌륭하고, 그야말로 군침이 돌 정도였지. 그녀가 몸을 굽히고 구멍 너머로 신부에게 자기 죄를 속삭였어. '이런, 내 딸아, 정말로 또다시 타락했단 말이냐…….' 신부가 외쳤지. '오, 성 마리아여, 이게 무슨 소리인가. 또 다른 상대라니! 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인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러자 죄인은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어. '오, 신부님, 그에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고 제게는 너무나 사소한 일인걸요!' 자, 이런 대답을 한번 상상해보게! 거기서는 나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 그건 본능 그 자체의 외침이야. 원한다면 말하겠는데, 순결 그 자체보다 더 나은 거야! 나는 그 자리에서 그녀의 죄를 사해주고 돌아서려 했지만, 곧바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 신부가 구멍 너머로 저녁에 만나자고 약속하는 소리를 들었거든. 그 늙은이는 강철 같은 인물인데, 순식간에 무너진 거야! 자연이, 본능의 진실이 자기 역할을 해낸 거지! 왜, 또 코를 씰룩거리며 화를 내는 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네 비위를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군……."
"날 내버려 둬, 넌 마치 떨쳐버릴 수 없는 악몽처럼 내 뇌 속을 두드리고 있어." 이반이 환영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너와 함께 있는 게 지겨워, 견딜 수 없고 고통스럽다고! 너를 쫓아낼 수만 있다면 뭐든 다 주고 싶어!"
"다시 말하지만, 요구 사항을 좀 줄여보라고. 나한테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통째로 요구하지 마.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는지 알게 될 거야." 신사가 인상적으로 말했다. "자네가 나한테 화를 내는 건 사실 내가 붉은 광채 속에 '천둥과 번개'를 치며 불타는 날개를 달고 나타나지 않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지. 자네는 우선 자네의 미적 감각이 모욕당했다고 느끼고, 다음으론 자네의 자존심이 상한 거야. 어떻게 위대한 사람인 자네에게 이렇게 저속한 악마가 찾아올 수 있느냐는 거지? 아니, 자네 안에는 벨린스키가 그렇게 비웃었던 낭만적인 기질이 여전히 남아 있어. 어쩌겠나, 젊은 친구. 나도 아까 자네한테 오면서 농담 삼아 코카서스에서 근무했던 퇴직한 실제 국가평의원 모습으로, 프록코트에 사자와 태양 훈장을 달고 나타날까 생각도 해봤어. 하지만 그러질 못했지. 자네는 내가 감히 프록코트에 사자와 태양 훈장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적어도 북극성이나 시리우스 훈장을 달지 않았다고 나를 두들겨 팼을 테니까. 자네는 자꾸 내가 멍청하다고 하는데, 맙소사, 나는 자네와 지성으로 겨룰 생각조차 없다고. 파우스트 앞에 나타났던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을 악을 원하지만 선을 행하는 존재라고 증명했지. 뭐, 그건 그 친구 사정이고, 나는 정반대야. 나는 어쩌면 온 자연계에서 진실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선을 바라는 유일한 존재일지도 몰라. 나는 십자가 위에서 죽은 말씀(로고스)이 승천할 때 그 옆에 있었어. 그분은 가슴에 십자가에 달린 우편 강도의 영혼을 안고 계셨지. 나는 환희에 찬 케루빔들이 노래하며 '호산나'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고, 세라핌들이 내지르는 천둥 같은 환호성도 들었어. 그 소리에 하늘과 온 우주가 진동했지. 맹세컨대, 신성한 모든 것을 걸고 말하는데, 나는 그 합창에 끼어들어서 다 함께 '호산나!'를 외치고 싶었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했지,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려 했거든…….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아주 예민하고 예술적인 감수성을 가졌으니까. 하지만 상식이라는 것――오, 내 본성에서 가장 불행한 특성이지――이 나를 제어해서 제때 멈추게 했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고 말았어! 왜냐하면, 내가 그 순간 '호산나'를 외쳤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겠어? 라고 생각했거든. 세상 모든 것이 즉시 꺼져버리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게 됐을 거야. 그래서 나는 오로지 직무상의 의무와 내 사회적 지위 때문에 좋은 순간을 억누르고 계속 추잡한 짓을 맡아야만 했어. 선을 행하는 영광은 누군가 다 가져가고, 나한테는 추잡한 짓만 남겨졌지. 하지만 나는 공짜로 얻어먹고 사는 영광 따위 부럽지 않아. 나는 명예욕이 없거든. 왜 세상의 모든 존재 중에서 오직 나만이 모든 멀쩡한 사람들의 저주를 받고 발길질까지 당해야 하는 걸까? 형상화될 때마다 가끔은 그런 결과까지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나도 알아, 여기엔 비밀이 있어. 하지만 그들은 절대 내게 그 비밀을 알려주려 하지 않지. 왜냐하면 내가 무슨 일인지 눈치채고 '호산나!'라고 외치는 순간, 필요한 마이너스 요소는 즉시 사라지고 전 세계에 합리성이 시작될 테니까. 물론 그러면 모든 게 끝장이지. 신문이나 잡지조차도 말이야. 누가 그런 걸 구독하겠어? 난 알아, 결국엔 나도 화해하게 되겠지. 나도 내 1조 킬로미터를 다 가고 나면 비밀을 알게 될 거야. 하지만 그때까지는,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꾹 참고 내 사명을 수행할 뿐이야. 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수천 명을 파멸시키는 일 말이야. 예를 들어, 옛날에 나를 아주 악랄하게 골탕 먹였던 그 의로운 욥 한 사람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혼을 파멸시키고 얼마나 많은 정직한 평판을 더럽혀야 했는지 생각해 봐! 아니,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내게 두 가지 진실이 존재해. 하나는 저쪽의 진실, 즉 그들의 것인데 아직 내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또 하나는 내 진실이지. 그리고 그중 어느 것이 더 깨끗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단 말이야……. 너 잠들었나?"
"당연히 믿겠지." 이반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내 본성에 있는 어리석은 것들, 이미 오래전에 겪어 넘기고 내 마음속에서 맷돌처럼 갈아 치워 버려서 썩은 고기처럼 버려둔 것들을, 너는 마치 무슨 새로운 뉴스라도 되는 양 내게 들고 오는군!"
"여기서도 실패했군! 나는 자네를 문학적인 서술로라도 유혹해 볼까 했거든. 하늘에서 들려온 그 '호산나' 말이야, 정말 꽤 괜찮게 연출하지 않았나? 곧이어 하이네 식의 냉소적인 어조로 이어가 봤는데, 그렇지 않나?"
"아니, 난 결코 그런 하인이 아니었어! 그런데 왜 내 영혼이 너 같은 하인을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내 친구여, 나는 아주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러시아 도련님 하나를 알고 있지. 젊은 사상가이자 문학과 우아한 것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자, 그리고 '대심문관'이라는 제목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시를 쓴 저자 말이야…… 나는 딱 그 사람을 염두에 뒀을 뿐이라네!"
"네게 '대심문관'에 대해 말하는 걸 금지하겠다." 이반이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진 채 외쳤다.
"그럼, '지질학적 격변'은 어떤가? 기억나? 그야말로 대단한 시였지!"
"입 다물어, 아니면 죽여버리겠다!"
"나를 죽이겠다고? 아니, 미안하지만 내 말 좀 하지. 나는 이 즐거움을 맛보러 온 거야. 오, 나는 열정적이고 젊으며 삶에 대한 갈망으로 가슴 떨리는 내 친구들의 꿈을 사랑해! '거기엔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라고 지난봄 이곳에 오면서 너는 결심했지. '그들은 모든 걸 파괴하고 식인 행위부터 시작하려고 하지. 바보들, 나한테 묻지도 않고! 내 생각엔 파괴할 것도 없어. 그저 인류에게서 신이라는 관념만 파괴하면 돼.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지! 여기서부터,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해. 아무것도 모르는 장님들아! 인류가 예외 없이 신을 부정하게 되면(나는 이 시기가 지질학적 시대에 비견될 만한 기간을 거쳐 이루어지리라 믿어), 식인 행위 없이도 저절로 예전의 모든 세계관과, 무엇보다도 예전의 모든 도덕이 무너지고 완전히 새로운 것이 도래할 거야. 사람들은 삶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기 위해 단합하겠지. 하지만 그건 반드시 이 현세에서의 행복과 기쁨을 위해서여야 해. 인간은 신적인, 거대한 오만함의 정신으로 위대해지고 인신(人神)으로 나타날 거야. 자신의 의지와 과학으로 끝없이 자연을 정복해가며, 인간은 매 순간 이전의 모든 천상의 즐거움에 대한 기대를 대체할 만큼 높은 희열을 느끼겠지. 누구나 자신이 부활 없이 완전히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신처럼 자랑스럽고 평온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거야. 인간은 오만함 때문에 삶이 순간일 뿐이라는 사실에 불평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고, 아무런 대가 없이 형제를 사랑하게 될 거야. 사랑은 삶의 그 순간만을 충족시키겠지만, 그 덧없음을 자각한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불꽃은 이전처럼 사후 세계의 무한한 사랑을 기대하며 흩어질 때보다 훨씬 강렬해질 거야'…… 뭐, 대충 이런 식이지. 아주 훌륭해!"
이반은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앉아 있었지만,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이제 문제는, 내 젊은 사상가는 생각했지, 그런 시기가 언젠가 도래할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야. 만약 도래한다면 모든 건 해결되고 인류는 최종적으로 정착하게 되겠지. 하지만 인간의 뿌리 깊은 어리석음을 고려할 때, 아마도 천 년이 지나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이제라도 진실을 깨달은 자라면 누구든 자기 마음대로 새로운 원칙 위에 자리를 잡아도 허용될 거야.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거지. 그뿐만이 아니야. 설령 그런 시기가 결코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차피 신도 불멸도 존재하지 않으니, 새로운 인간은 설령 온 세상에서 단 혼자뿐이라 할지라도 인신(人神)이 될 자격이 있고, 당연히 새로운 신분으로서, 필요하다면 과거의 노예 인간이 가졌던 온갖 도덕적 제약을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넘을 수 있어. 신에게는 법이 존재하지 않지! 신이 있는 곳이 바로 신의 자리야! 내가 있는 곳이 곧 어디든 첫 번째 자리가 되겠지……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그러니 끝이야! 이 모든 게 참으로 훌륭해. 다만 사기를 치고 싶다면 굳이 진실이라는 인가까지 필요한 이유가 뭘까? 하지만 우리 러시아의 현대인이라는 게 원래 이런 법이지. 인가 없이는 사기조차 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진실을 사랑한다니까……"
손님은 자신의 달변에 도취한 듯 점점 목소리를 높이며 조롱 섞인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반이 갑자기 탁자에서 유리잔을 집어 들어 연사에게 세게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아, 정말이지 멍청하긴!" 그자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손가락으로 옷에 튄 차를 털어내더니 외쳤다. "루터의 잉크병이 생각나는군! 자네 스스로 나를 꿈으로 여기면서 꿈을 향해 유리잔을 던지다니! 그건 여자나 하는 짓이야! 사실 자네가 귀를 막은 척만 했을 뿐, 내 말을 듣고 있었다는 걸 진작부터 짐작했지……."
창문 틀에 마당에서 들려오는 단호하고 끈질긴 두드림 소리가 울렸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들리지, 문을 열어주는 게 좋을 거야." 손님이 외쳤다. "자네 아우 알료사가 아주 뜻밖의 흥미로운 소식을 가지고 왔어. 내가 장담하지!"
"입 다물어, 사기꾼! 자네보다 내가 먼저 알았어, 저게 알료사라는 걸. 난 그애가 올 줄 예감했지. 분명 무언가 '소식'을 가지고 왔을 게야!" 이반이 미친 듯이 외쳤다.
"어서 문을 열어줘, 문을 열어주라고. 밖에 눈보라가 치는데 그앤 자네 아우잖아. Monsieur, sait-il le temps qu'il fait? C'est à ne pas mettre un chien dehors……."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이반은 창문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손발을 묶어버린 것 같았다. 그는 있는 힘껏 포박을 풀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요란해졌다. 마침내 갑자기 결박이 풀렸고, 이반 표도로비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개의 촛불은 거의 다 타들어 갔고, 방금 손님에게 던졌던 유리잔은 테이블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으며, 맞은편 소파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틀을 두드리는 소리는 여전히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었지만, 방금 꿈속에서 들었던 것처럼 그렇게 요란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매우 절제되어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야! 아니, 맹세컨대 이건 꿈이 아니야, 방금 있었던 일이라고!" 이반 표도로비치가 소리치며 창문으로 달려가 작은 창을 열었다.
"알료사, 난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가 동생을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 "한마디로, 무슨 일이지? 딱 잘라 말해, 들리나?"
"한 시간 전에 스메르댜코프가 목을 매달았어요." 마당에서 알료사가 대답했다.
"현관으로 와, 지금 문 열어줄게." 이반은 그렇게 말하고는 알료사를 위해 문을 열러 갔다.
X. 「그가 말했어!」
방으로 들어온 알료사는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한 시간 남짓 전 마리야 콘드라티예브나가 자기 집으로 달려와 스메르댜코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사무바를 치우러 들어갔더니, 그 사람이 벽에 있는 못에 매달려 있더라고요." 알료사가 '누구한테 신고했느냐'고 묻자 그녀는 아무에게도 신고하지 않았으며 "곧장 가장 먼저 당신에게 달려왔고, 오는 길 내내 뛰어왔다"고 대답했다고 알료사는 전했다. 알료사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마치 미친 사람 같았고, 나뭇잎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고 했다. 알료사가 그녀와 함께 그들의 방으로 달려갔을 때는 스메르댜코프가 여전히 매달려 있었다. 탁자 위에는 '나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기 위해 내 자신의 의지와 소망으로 삶을 끝낸다'는 메모가 놓여 있었다. 알료사는 그 메모를 탁자 위에 그대로 둔 채 곧바로 치안관에게 가서 모든 것을 신고했고, "거기서 바로 형에게 왔어."라고 알료사는 이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결론지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알료사는 이반의 표정에서 무언가 크게 놀란 듯,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형." 그가 갑자기 외쳤다. "형, 정말 크게 아픈 게 분명해! 형은 지금 보고 있으면서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네가 온 건 잘된 일이야." 이반은 마치 알료사의 외침을 전혀 듣지 못한 사람처럼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사실 난 그가 목을 매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누구한테서 들었어?"
"누구한테서 들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난 알고 있었지. 내가 알고 있었나? 그래, 그가 내게 말했어. 방금 전까지도 내게 말했거든……."
이반은 방 한가운데 서서 여전히 생각에 잠긴 채 땅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가 누구야?" 알료사가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는 도망쳤어."
이반이 고개를 들고 나지막이 미소 지었다.
"그는 너를 무서워했어, 너, 이 비둘기 같은 녀석. 너는 '순수한 케루빔'이지. 드미트리도 너를 케루빔이라고 부르더군. 케루빔…… 세라핌들이 지르는 천둥 같은 환호성! 세라핌이란 게 뭐지? 어쩌면 거대한 별자리일지도 몰라. 아니면, 그 별자리 전체가 고작 어떤 화학 분자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사자와 태양이라는 별자리가 있는데, 알고 있나?"
"형, 앉아!" 알료사가 겁에 질려 말했다. "제발, 소파에 앉아. 지금 헛소리를 하고 있어. 베개에 좀 기대 봐, 이렇게. 머리에 젖은 수건을 얹어줄까? 그러면 좀 나아질지도 몰라."
"수건 줘, 여기 의자 위에 있어. 아까 여기 던져뒀거든."
"여기엔 없어. 걱정 마, 어디 있는지 아니까. 여기 있어." 알료사는 방 구석 이반의 화장대 쪽에서 깨끗하게 접혀 아직 사용하지 않은 수건을 찾아내며 말했다. 이반은 수건을 기묘한 눈으로 쳐다보았고, 기억이 순간적으로 그에게 돌아온 듯했다.
"잠깐만." 그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아까 한 시간 전에 바로 거기서 이 수건을 가져다가 물에 적셨어. 머리에 대고 있다가 여기 던져두었단 말이야…… 그런데 왜 말라 있지? 다른 수건은 없었어."
"형이 이 수건을 머리에 대고 있었어?" 알료사가 물었다.
"그래, 한 시간 전에는 방 안을 서성거렸지……. 그런데 왜 촛불이 이렇게 다 타들어 갔지? 지금 몇 시야?"
"이제 곧 12시야."
"아니, 아니야, 아니라고!" 이반이 별안간 외쳤다. "이건 꿈이 아니었어! 그는 분명히 있었어, 여기 바로 저 소파에 앉아 있었다고. 자네가 창문을 두드렸을 때 내가 그를 향해 유리잔을 던졌지…… 바로 이 잔을 말이야……. 잠깐, 나도 전부터 잠을 자긴 했지만, 이 꿈은 꿈이 아니야.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 알료사, 나한테 요즘 꿈같은 일들이 생기곤 해…….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라 생시야. 난 걷고 말하고 보는데…… 동시에 잠을 자는 거지. 하지만 그는 여기 앉아 있었어, 분명히 있었어, 바로 이 소파에…… 그는 끔찍하게 멍청해, 알료사, 끔찍하게 멍청하다고." 이반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멍청하다는 거야? 형, 대체 누구에 대해 말하는 거야?" 알료사가 다시 애처롭게 물었다.
"악마라니! 그놈이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어. 두 번, 아니 거의 세 번이나 왔다 갔지. 그놈은 내가 그저 작은 악마일 뿐, 불타는 날개를 달고 뇌성과 섬광 속에 나타나는 사탄이 아니라는 사실에 화를 낸다며 나를 조롱했어. 하지만 놈은 사탄이 아니야, 그건 거짓말이지. 놈은 사기꾼이야. 그저 악마, 하찮고 작은 악마일 뿐이지. 놈은 목욕탕에도 다녀. 옷을 벗겨 보면 틀림없이 꼬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덴마크산 사냥개처럼 길고 매끈하며, 일 아르신 길이의 갈색 꼬리 말이야……. 알료사, 자네 추운가 보군. 눈 속에 있었으니 차라도 마실 텐가? 뭐? 식었나? 내가 다시 데워오라고 할까? 이런 날씨엔 개도 밖으로 내쫓지 않는 법인데."
알료사는 재빨리 세면대로 달려가 수건을 적신 뒤, 이반을 다시 앉히고 젖은 수건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주었다. 그러고는 그의 곁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