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덧없다고 깨닫고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사자에게 불행이 닥쳤거나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았을 때와 같은 동기 때문인데, 나이도 젊고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처지라 이 세상에 불만족이 없을 것 같은 분이 그렇게 다음 생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려 하시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저는 어떤 숙명이었는지, 이래도 이 세상이 싫어지지 않느냐, 이래도 탁한 세상을 떠날 마음이 없느냐 하시듯 부처님께서 시험하시는 듯한 불행을 겪고 나서야 겨우 불교의 정신을 깨달았습니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수행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도의 깊은 오의를 궁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고 있으니, 나이는 젊어도 나보다 앞서 나가는 법의 도반이라 생각됩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그 후 양측에서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고 가오루 중장이 직접 방문하게 되었다.
아자리에게 전해 듣고 상상했던 것보다 눈으로 본 하치노미야의 산장은 쓸쓸했다. 임시 거처인 암자라는 체면치레 정도로 간단하게 지어져 있었다. 산장이라 해도 풍류를 다한 호화로운 곳도 있겠지만, 이곳은 거친 물소리와 강하게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에 생각하고 있던 마음조차 절로 사라질 것만 같아 밤이면 꿈조차 제대로 꾸지 못할 듯했다.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기괴하다면 기괴한 산장이다. 승려처럼 도를 깨닫고 지내시는 친왕에게는 이런 집에 머무는 것이 인생을 버리기 쉬운 길일 테지만, 공주들은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계실까. 세간의 여인들에게서 보이는 부드러움 같은 것은 잃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가오루는 이처럼 관찰하고 있었다.
불당으로 사용하는 곳과는 미닫이문 하나를 사이에 둔 방에 공주들이 기거하는 듯 보였다. 이성에 흥미를 느끼는 남자라면 교제를 시작하며 어떤 성품의 사람들인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법한 분위기가 산장에는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이성에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멀리서 스승으로 모실 분을 찾아왔으니, 평범한 남자처럼 산장의 젊은 여성에게 유혹을 시도하는 언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오루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친왕의 안타까운 생활을 간절히 보조할 것을 다짐하며 자주 찾아뵙고, 일찍이 원했던 대로 속인의 몸으로 깊이 신앙의 길에 들어서는 방법이나 경문 해석 등을 친왕에게 여쭈고자 했다. 학문적일 뿐만 아니라 부드럽게 비유를 드시는 등 친왕께서 설명하시는 것은 가오루의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고승이라 불리는 사람이나 학식이 있는 승려는 세상에 많으나 지나치게 인간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어서, 엄격한 기운이 느껴지는 유명한 승도나 승정 같은 이들은 한편으로는 바쁘기 때문에 무뚝뚝한 태도를 보여 질문하고 싶은 것도 주저하게 만든다. 또한 인격은 낮아서 그저 승려가 되었다는 점에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사람이, 하품(下品)한 언행으로 전문가인 양 능숙한 말투로 경문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낮에는 공무로 틈이 없는 가오루 같은 사람은 조용한 저녁 등에 침실 근처로 불러 말상대를 시킬 마음이 들지 않는 법이나, 고결하고 우아한 풍채의 하치노미야께서 하시는 말씀은 같은 도의 가르침에 인용되는 예들도 평소 생활에 좋은 감화를 주는 친근한 것들을 섞어서 말씀하시니 효과가 컸다. 가장 깊은 깨달음에 도달하신 것은 아니지만 귀인은 직관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예민하므로 학식 있는 승려가 알지 못하는 것도 체득하고 계셨고, 점차 친밀함이 깊어짐에 따라 가오루의 사모하는 정은 더해갈 뿐이었다. 시시때때로 뵙고 싶을 뿐이라 공무가 바빠 오랫동안 산장을 찾지 못할 때면 친왕을 그리워했다.
가오루가 이토록 하치노미야를 존경하는 탓에 레이제이 인(院)으로부터도 자주 안부가 닿았고, 오랫동안 그런 사신이 오는 일도 없이 적적하기만 하던 산장에 교토 사람의 그림자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院)으로부터 보조금과 물품도 해마다 몇 번씩 기증받게 되었다. 가오루 또한 기회를 보아 풍류가 있는 물건이나 실용적인 물건을 보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어느덧 3년 정도가 흘렀다.
가을 끝 무렵이었는데, 사계절에 나누어 친왕께서 하시는 염불 행사도 이 시절에는 강과 가까운 산장에서는 아지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시끄럽고 요란하기 때문에, 아자리의 절로 가셔서 염불을 위해 미도에 7일간 머물기로 하셨다. 공주들은 평소보다 더 쓸쓸하게 산장에서 지내야 했다. 바로 그때 가오루 중장은 오랫동안 우지에 찾아뵙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그날 밤 새벽달이 뜰 무렵부터 몰래 수행원들도 최소한의 인원만 데리고 여덟 번째 궁을 찾아뵙고자 했다. 강 북쪽 기슭에 산장이 있었기에 배 등은 필요 없었다. 가오루는 말을 타고 왔다. 우지에 가까워질수록 안개가 짙게 길을 막아 앞도 보이지 않는 숲속을 헤치고 가니 사나운 바람이 일고, 후두둑 떨어지는 나뭇잎의 이슬이 차가웠다. 가오루는 흠뻑 젖고 말았다. 이런 산골 밤길을 걷는 경험이 거의 없던 사람이었기에 몸에 사무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롭게 느껴졌다.
산바람을 견디지 못해 지는 나뭇잎의 이슬보다 어찌 이리도 덧없이 약한 내 눈물인가.
촌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수행원에게 사람을 물리치는 소리조차 내지 않게 했다. 좌우가 시바가키로 둘러싸인 좁은 길을 지나, 얕은 개울도 밟고 건너가는 말발굽 소리조차 숨죽이게 했으나, 가오루의 몸에 밴 향기가 바람에 흩날리자 잠결에 창 안에서 낯선 향기를 맡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십삼현의 요염한 소리도 끊어질 듯 섞여 들려왔다. 잠시 이대로 듣고 싶다고 가오루는 생각했지만,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는데도 가오루의 향기에 놀란 숙직하는 무사풍의 투박해 보이는 남자 등이 밖으로 나왔다. 이러이러하여 친왕께서 절에 들어가 계신다고 그 남자가 말하며,
"당장 절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네. 기간을 정해 가 계신 때에 방해해서는 안 되니까. 이렇게 도중에 젖어 왔다가 다시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나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시도록 공주님들께 부탁해서, 무슨 말씀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하네."
라고 가오루가 말하자, 못생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저쪽으로 가려는 것을,
"잠깐."
라며 가오루는 다시 한번 곁으로 불러,
"오랫동안 남들의 이야기로만 듣고 꼭 한번 뵙고 싶다고 소망하던 공주님들의 합주가 시작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겠소. 잠시 나무 그늘에 숨어서 듣고 싶은데 그런 곳이 있겠소? 염치없이 이대로 방 근처로 가면 모두 연주를 그만둘 테니 말이오."
라고 말하는 가오루의 아름다운 풍채는 이러한 사내조차 감동시켰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을 때는 항상 이렇게 두 분이서 연주하시곤 합니다만, 하인들이라도 교토에서 온 자들이 있을 때는 조금도 소리를 내지 않으십니다. 친왕님께서는 공주님들이 계시다는 것을 숨기려 하시는 뜻에서 그렇게 하시게 하는 듯합니다."
정중한 태도로 이렇게 말하자 가오루는 웃으며,
"그건 헛수고라고 해야겠군. 그렇게 숨기려 해도 사람들은 다 알고 훌륭한 공주님의 예로 꼽고 있으니까."
라고 말한 뒤,
"안내해주게. 나는 결코 호색한이 아니니 안심해도 좋아. 그저 두 분이서 음악을 즐기시는 모습을 뵙고 싶을 뿐이라네."
친근하게 부탁하자,
"그것은 정말로 큰일입니다. 나중에 제가 얼마나 욕을 먹을지 모릅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그 방과 이쪽 뜰 사이에 스이가키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며 그 울타리 근처로 다가가 볼 것을 가르쳐 주었다. 가오루를 따라온 일행들은 서쪽 복도의 한 방으로 모두 안내되어 그 무사에게 대접을 받았다.
달이 아름다울 정도로 안개가 낀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발을 짧게 걷어 올린 채 사람들이 있었다. 얇은 옷차림으로 추워 보이는 어린 소녀 한 명과 그와 비슷한 차림을 한 여관이 보였다. 방 안의 한 사람은 기둥을 방패 삼아 앉아 있었는데, 비파를 앞에 두고 채를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사람은 구름 사이로 나와 갑자기 밝은 달빛이 비쳐 들었을 때,
"부채가 아니라 이것으로도 달을 불러도 되는군요."
라고 말하며 하늘을 엿본 얼굴은 매우 가련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비스듬히 앉아 있던 사람은 상체를 거문고 위로 기울이며,
"지는 해를 부르는 채는 있어도, 그것으로 달을 부르려 하다니 아무도 생각지 못할 발상이군요."
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쪽 사람에게는 귀녀다운 아름다움이 더 짙어 보였다.
"그래도 이것 역시 달과는 인연이 있으니까요."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 두 공주는 가오루가 밖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느낌이 좋고 부드러움이 많은 미인이었다. 여관 등이 애독하는 옛 소설에는 반드시 이런 미인이 등장하는 것을 늘 부자연스러운 꾸며낸 이야기라고 반감을 품곤 했지만, 사실로서 뜻밖의 장소에 뜻밖의 뛰어난 여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젊은 사람으로서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개가 짙어 공주들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는 것을 다시 한번 구름 사이를 뚫고 달이 나와주기를 가오루가 바라는 사이에, 방 안쪽에서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린 사람이 있었는지 발을 내리고 툇마루에 나와 있던 사람들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허둥대는 기색은 보이지 않고 조용히 안으로 모두 물러난 기척 속에는 들려와야 할 옷깃 스치는 소리도, 새 비단의 느낌이 없어서인지 어울리지 않고 쓸쓸하면서도 우아하여 가오루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오루는 엿보던 곳에서 조용히 물러나 교토로 수레를 부르러 갈 심부름꾼을 보냈다. 궁가의 앞서 그 무사에게,
"친왕님 부재중에 공교롭게 찾아뵈었습니다만, 당신의 호의 덕분에 저는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소. 내가 찾아왔다는 것을 안으로 말씀해주시오. 산길의 밤안개에 젖으면서 찾아온 정성을 알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이오."
라고 가오루가 말하자 무사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가오루가 엿보았다는 사실은 모른 채, 연주하며 놀던 비파나 거문고 소리를 혹시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주들은 부끄러워했다. 좋은 향기가 섞인 바람이 불어온 것도 확실한 사실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시각이었기에 가오루 중장의 방문인 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얼마나 신경이 둔한 일이었을까 하며 두 공주는 수치심을 견딜 수 없게 생각했다. 심부름을 맡은 무사의 눈치 없는 행동이 답답해진 가오루는 무례한 짓일지 모르지만, 산장에 사는 지금의 공주들이라면 탓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아직 안개가 짙은 시간이었기에 아까 엿보았던 방의 툇마루로 걸어가 발 앞에 앉았다. 시골풍이 밴 젊은 여관 등은 손님과 응대할 말도 몰랐고, 깔개를 내오는 것조차 서툴렀다.
"이 방 발 앞밖에 자리를 받을 수 없는 것입니까? 얕은 마음으로는 결코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몇 리나 되는 밤길을 오며 저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으니 대우를 좀 바꿔주셨으면 좋겠군요. 자주 이렇게 이곳으로 찾아오는 성의만큼은 알아주고 계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진지하게 가오루가 이렇게 말했다. 젊은 여관들에게는 이 응대를 감당할 만한 자가 없어 모두 당황하여 얼굴이 상기된 이들뿐이었기에, 방으로 내려가 잠들어 있던 한 사람을 깨우러 보낸 사이의 어색함이 견디기 힘들어 큰 공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만 있어서, 잘 아는 체하며 대답을 올릴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라고 품위 있고 사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생의 괴로움을 알면서도 제가 모르는 척하는 것은, 그저 세상의 관습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친왕님께서는 이미 제 마음을 알고 계신데, 당신만이 저를 속세의 한 사람으로만 여기시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세상을 초월하신 친왕님의 이 생활 속에 계신 당신들의 마음은 맑고 깨끗할 터이니, 이런 남자의 뜻이 깊은지 얕은지도 헤아려 주신다면 기쁠 것입니다. 세속적인 일시적 감정으로 교제를 구하는 남자와 똑같이 저를 보시는 건 아니겠지요. 제가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온 남자라는 것은 이미 들으셨을지도 모르겠군요. 독신 생활을 하는 제가 바라는 우정을 허락하시어, 저 또한 외로운 당신의 마음을 위로할 벗이 되어 친밀하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지 모르겠습니다."
가오루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하자, 큰 공주는 대답하기가 곤란해하던 차에 깨우러 보냈던 노녀가 나타나 응대를 넘겨받았다. 그 여자는 주제넘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머나 아까워라, 실례되는 자리군요. 어찌하여 발 안으로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답니까. 젊은 것들은 사람 귀한 줄을 몰라요."
등등 노인네 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에도 공주들은 민망함을 느꼈다.
"이 세상 사람의 축에도 끼지 못할 만큼 고고하게 지내셔서 당연히 찾아와야 할 분들조차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데, 가오루 님의 그 지극한 정성은 저희 같은 미천한 사람조차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놀랍기만 합니다. 그러니 젊은 공주님들도 늘 감격하고 계시면서도, 그 마음을 그대로 말로 다 하지는 못하시는 게지요."
겸손함 없이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것에 반감이 들면서도, 이 사람의 시골티 없는 상류층 여관 생활을 한 듯한 품위 있는 목소리에 가오루는 감탄하며,
"도무지 대답해 줄 이가 없었는데, 당신이 나와 주셔서 제 성심성의를 알아주는 사람을 얻게 된 것은 저에게 큰 행복입니다."
이렇게 발에 몸을 기대어 말하는 가오루를 기초 뒤에서 엿보니, 새벽 빛으로 겨우 사물의 색깔을 알 수 있는 시간이라 가벼운 차림으로 일부러 찾아온 듯한 사냥옷의 자락이 밤이슬에 젖은 것도 알 수 있었고, 또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향기가 그곳에 감돌고 있다는 것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노녀는 어찌 된 영문인지 울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