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반의어가 법률이라니!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다들 그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하며 태연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형사가 없는 곳에야말로 죄가 꿈틀거린다고 말이죠.
"그럼 뭐야, 신인가?너한테는 어딘가 예수쟁이 같은 구석이 있어서 말이야.재수 없어."
"뭐 그렇게 가볍게 치부하지 마.조금 더 둘이서 생각해 보자고.그래도 이거 재미있는 테마 아니야?이 테마에 대한 대답 하나로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있을 것 같거든."
"설마…죄의 안트는 선이야.선량한 시민.즉, 나 같은 사람이지."
"농담은 그만둬.하지만 선은 악의 안트야.죄의 안트가 아니라고."
"악과 죄는 다른가?"
"다르다고 생각해.선악의 개념은 인간이 만든 거야.인간이 멋대로 만든 도덕의 언어지."
"시끄럽네.그럼 역시 신이겠지.신, 신.뭐든 신으로 해 두면 틀림없어.배고프네."
"지금 아래에서 요시코가 잠두(누에콩)를 삶고 있어."
"고맙구먼. 내가 좋아하는 건데."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고 대자로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자네는 죄라는 것에 전혀 흥미가 없는 모양이군."
"그야 그렇지, 너처럼 죄인이 아니니까. 나는 방탕하게 놀아도 여자를 죽게 하거나 여자에게서 돈을 갈취하거나 하지는 않아."
죽게 한 게 아니야, 갈취한 게 아니야, 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희미하지만 필사적인 항의의 소리가 일어나도, 하지만 또 아니야 내가 나쁜 거야 하고 금세 마음을 바꿔 버리고 마는 이 습벽.
나는 도무지 정면으로 맞서서 논쟁할 수가 없습니다.소주의 음울한 취기 때문에 시시각각 마음이 험악해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거의 혼잣말하듯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감옥에 들어가는 것만이 죄는 아니야. 죄의 안트를 알면 죄의 실체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신… 구원… 사랑… 빛… 하지만 신에게는 사탄이라는 안트가 있고, 구원의 안트는 고뇌겠지. 사랑에는 증오, 빛에는 어둠이라는 안트가 있고, 선에는 악, 죄와 기도, 죄와 후회, 죄와 고백, 죄와… 아, 전부 시노님이야. 죄의 반의어는 뭐야?"
"죄(쓰미)의 반의어는 꿀(미쓰)이지.꿀처럼 달거든.배고프네.뭐 좀 먹을 거 가져와 봐."
"자네가 가져오면 되잖아!"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격렬한 분노의 소리가 나왔습니다.
"좋아, 그럼 아래층에 내려가 요시 짱이랑 둘이서 죄를 짓고 오지.논쟁보다는 실지 검분이군.죄의 안트는 미쓰마메, 아니 잠두인가."
거의 혀가 꼬일 정도로 취해 있었습니다.
"맘대로 해.어디든 가 버려!"
"죄와 공복, 공복과 잠두, 아니 이건 시노님인가."
헛소리를 지껄이며 일어납니다.
죄와 벌.도스토옙스키.문득 그 이름이 머릿속 한구석을 스치고 지나가 깜짝 놀랐습니다.만약 그 도스토 씨가 죄와 벌을 유의어가 아니라 반의어로 나란히 놓은 것이라면? 죄와 벌, 절대 서로 통하지 않는 것, 빙탄불상용.죄와 벌을 안트로 생각했던 도스트의 청물, 썩은 연못, 난마의 심연,아, 알 것 같다, 아니, 아직,따위의 생각으로 머릿속에 주마등이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어이!기가 막힌 잠두구먼.와 봐!"
호리키의 목소리도 안색도 달라져 있었습니다.호리키는 방금 전 비틀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나 싶더니 다시 되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뭐야."
기이할 정도로 살기등등해져서, 둘이서 옥상에서 2층으로 내려가고, 2층에서 다시 아래층 제 방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서 호리키가 멈춰 서더니,
"봐!"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제 방 위의 작은 창문이 열려 있어서 그곳으로 방 안이 보였습니다.불은 켜진 채였고, 두 마리의 짐승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면서, 이것 또한 인간의 모습이다, 이것 또한 인간의 모습이다, 놀랄 일은 아니다, 따위의 생각을 거친 호흡과 함께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요시코를 구할 생각조차 잊은 채 계단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호리키는 크게 헛기침을 했습니다.저는 혼자 도망치듯 다시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누워, 비를 머금은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때 저를 덮친 감정은 분노도, 혐오도, 또한 슬픔도 아닌 엄청난 공포였습니다.그것도 묘지의 유령 같은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신사의 삼나무 숲에서 흰 옷을 입은 신체(御神體)를 만났을 때 느낄 법한,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없는 고대의 거친 공포감이었습니다.저의 새치는 그날 밤부터 시작되었고, 점점 모든 것에 자신을 잃고, 점점 사람을 밑바닥까지 의심하며, 이 세상의 삶에 대한 일체의 기대, 기쁨, 공명 따위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게 되었습니다.정말로 그것은 제 생애에 있어서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저는 정면에서 미간을 쪼개진 꼴이 되었고, 그 이후로 그 상처는 누구에게라도 접근할 때마다 아파왔습니다.
"동정은 하지만, 그래도 너도 이걸로 조금은 알게 되었겠지.이제 난 두 번 다시 이곳에 오지 않아.완전히 지옥이야.……그래도 요시코는 용서해줘라.너도 어차피 괜찮은 놈은 아니니까.먼저 실례할게."
거북한 장소에 오래 머물 만큼 얼빠진 호리키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어나 혼자 소주를 마시고, 이어서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끝도 없이, 계속해서 울 수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등 뒤에 요시코가 잠두(누에콩)를 수북이 담은 접시를 들고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라면서……"
"됐어.아무 말 마.너는 사람을 의심할 줄 몰랐던 거야.앉아.콩 먹자."
나란히 앉아서 콩을 먹었습니다.아아, 신뢰는 죄인가? 상대 남자는 나에게 만화를 그리게 하고는 쥐꼬리만한 돈을 생색내며 두고 가는, 서른 살 전후의 무식한 소인배 상인이었습니다.
과연 그 상인은 그 후로 다시 찾아오지 않았지만, 저는 어째서인지 그 상인에 대한 증오보다도, 처음 발견했을 때 헛기침 한 번 하지 않고 바로 제게 알리려고 다시 옥상으로 되돌아온 호리키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잠 못 이루는 밤마다 울컥 치밀어 올라 신음했습니다.
용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요시코는 신뢰의 천재입니다.사람을 의심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하지만, 그로 인한 비참함.
신에게 묻는다.신뢰는 죄인가.
요시코가 더럽혀졌다는 사실보다 요시코의 신뢰가 더럽혀졌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그 후 오랫동안 살아갈 수 없을 정도의 고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저처럼 징그럽게 주눅 들어 사람 눈치나 보고, 사람을 믿는 능력이 금이 가 버린 사람에게 요시코의 무구한 신뢰심은 그야말로 푸른 잎의 폭포처럼 싱그럽게 느껴졌던 것입니다.그것이 하룻밤 사이에 노란 오수로 변해 버렸습니다.보라, 요시코는 그날 밤부터 저의 작은 표정 변화 하나에도 마음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이."
하고 부르면 깜짝 놀라며 벌써 어디를 봐야 할지 곤란해하는 모습입니다.제가 아무리 웃기려고 익살을 떨어도, 허둥대고 벌벌 떨며 제게 무턱대고 경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과연 무구한 신뢰심은 죄의 원천인가.
저는 유부녀가 범해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그렇지만 요시코만큼 비참하게 범해진 여자는 한 명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애초에 이건 전혀 이야기도 뭣도 되지 않습니다.그 작은 체구의 상인과 요시코 사이에 조금이라도 사랑과 비슷한 감정이라도 있었다면 제 마음도 차라리 편했을지 모르겠지만, 단지 여름의 하룻밤 요시코가 믿었을 뿐이고 그게 전부였으며, 더욱이 그 일로 인해 제 미간은 정면으로 쪼개지고 목소리는 쉬어버렸으며 새치가 나기 시작했고, 요시코는 평생 허둥대며 살아야 하게 된 것입니다.대개의 이야기는 아내의 '행위'를 남편이 용서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는 듯했으나, 저에게는 그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대문제로는 여겨지지 않았습니다.용서한다, 안 한다, 그런 권리를 유보하고 있는 남편이야말로 행복한 것이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그렇게 난리 피울 것 없이 당장 아내와 이혼하고 새 아내를 맞이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그게 안 된다면 소위 '용서하고' 참으면 될 일이지, 어차피 남편 마음 하나로 사방팔방 원만하게 해결될 일일 텐데, 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즉 그런 사건은 분명 남편에게 큰 충격일지라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충격'일 뿐, 끝없이 몰려오는 파도와는 달리 권리 있는 남편의 분노로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저에게는 생각되었습니다.하지만 우리들의 경우 남편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었고,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것만 같아 화를 내기는커녕 꾸중 한마디 할 수 없었으며, 또한 그 아내는 자신만이 가진 희귀한 미질(美質) 때문에 범해진 것입니다.게다가 그 미질은 아내가 평소 동경하던, 무구한 신뢰심이라는 참을 수 없이 가련한 것이었습니다.
무구한 신뢰심은, 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