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에 대한 무한한 연민이 느껴졌어요." 나중에 루시아나가 말했다. "마치 지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죠."
"좋아.그 누구도 내가 정해 놓은 파멸의 길에서 나를 돌려놓을 순 없어.끝, 나의 끝이 가까워진 것 같아.겁먹지 마.당장 죽으려는 건 아니니까…….눈물이 말라 버렸어.나는 내게 열등하다는 죄 말고는 딱히 아무런 죄도 없는 가여운 존재들을 고통의 끝까지 몰아넣으며 즐겼어,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군."
루시아나는 홀린 듯 에르도사인을 바라보았다.그가 말을 이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죄'에 대해 누구한테 들었는지 모르겠군.신학적 용어로 그건 '입에 담을 수 없는 죄'야.나는 이미 그 죄를 저질렀어.신학자들도 아직 '입에 담을 수 없는 죄'가 정확히 무엇인지 합의하지 못했지.오직 영혼만이 그 비범한 감수성으로 그것을 분류할 수 있을 뿐이야…….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지, 이해하겠어?그때부터 나는 줄곧 쫓기며 살고 있어.마치 내가 존재라는 것에서 추방당한 것만 같아.게다가 아무도, 이 얼마나 끔찍한 형벌인지 보라고,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어.지금 당장 나를 감옥에 가둔다 해도, 판사들은 내게서 그저 저속하고 수척한 얼굴만을 볼 뿐이겠지.어떤 여자에게 다가가서 지금 당신에게 말하는 그 모든 걸 고백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나를 그저 '결혼할 수 있는' 한 남자로 볼 거야.이름 붙일 수도 없고 아무에게도 흥미롭지 않은, 심지어는 광기에 사로잡혀 '영원히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자조차 무관심한 그런 비극을 짊어지고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말해 보라고."
루시아나는 에르도사인의 말을 아주 주의 깊게 듣는다.그는 방을 서성이며 말을 한다.
"우리 동료들의 영혼은 강화 강철판보다 더 단단해.누군가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했어요'라고 말해도, 그건 이해한 게 아니지.그 사람은 자기 영혼의 표면에 비친 것과 그 이미지가 영혼 속으로 파고든 것을 혼동하는 거야.강화 강철판과 똑같지. 매끄러운 표면에는 주변 사물이 비치지만, 그 본질은 그 안으로 스며들지 못하거든…….바깥에 있는 우리는 그걸 보고 있지.그런데 왜 그렇게 나를 쳐다봐?"
처녀는 머리카락 뿌리까지 빨개졌다.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문으로 걸어가 문을 닫고 열쇠를 돌렸다.방 안의 공허가 잿빛으로 변했다.에르도사인이 테이블 모서리에 몸을 기댔다.루시아나가 팔을 들어 손가락을 목덜미 위로 모았다.그녀의 시선이 허공에 머물렀다. 그러고는 에르도사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주석: 에르도사인이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한 건 사실이었다.이 책의 출판을 마무리할 무렵, 프랑스 신문들은 중국에서 온 이런 소식들을 전했다.『상하이 타임스』의 비서이자 공산주의 작가인 시웨이센은 1931년 1월 17일 영국군에 체포되어 난징 정부로 넘겨졌고, 그곳에서 동료 5명과 함께 산 채로 불태워졌다.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생애』 저자였다.펜큉은 조계지에서 영국군에게 체포된 작가였다.그들은 그를 국민당에 넘겼다.그는 2월 17일 밤 총살당했다.그는 「부활」이라는 소설의 저자였다.그는 5월 30일 영국군이 저지른 학생 학살을 목격한 이후 공산주의로 전향했다.작가 유시는,영국군에게 체포되어 국민당에 넘겨졌고, 2월 17일 밤 처형되었다.
"당신이 나를 봤으면 좋겠어……. 봐."
그리고 그녀는 가운을 한 번에 확 젖혀서 하얀 가슴의 굴곡을 드러냈다.에르도사인은 꼼짝도 않고 그것을 바라본다.드레스가 소용돌이치며 처녀의 다리 주위로 흘러내린다.한쪽 팔로 든 셔츠가 그녀 머리 위로 비스듬한 삼각형을 그린다.그녀의 넓은 엉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유 빛깔 하얀 살결이 방 안을 거대한 장엄함으로 가득 채운다.에르도사인은 보랏빛 테두리에 둘러싸인 젖꼭지가 달린 그녀의 둥근 가슴과, 팽팽하게 모은 다리 사이 성기에서 삐져나온 금발의 머리카락 뭉치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거인만이 그녀를 임신시킬 수 있을 테지.'
루시아나는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발을 포갠 채 소파에 기댔다.한쪽 가슴의 둥근 옆면이 구부린 팔에 눌리고, 그 손 위로 얼굴 반쪽을 기대고 있다.얼굴의 붉은 기는 점점 창백함으로 변해 느슨해진 입술을 더욱 보랏빛으로 물들인다.그녀는 아랫배에서 빠져나온 구릿빛 머리카락 뭉치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나를 봐.지나가는 남자들의 모든 눈길이 몇 년 동안이나 나를 원했는지 알아?15년이야, 레모.나를 봐.15년 동안이나 모든 남자의 눈길이 나를 원했어.그리고 네가 처음으로 내 알몸을 보는 사람이야.나도 너에게만큼은 마음이 편해."
에르도사인은 테이블 모서리에 몸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네게 내 몸을 선물하려고 옷을 벗었어.네가 계속 고통받는 걸 원하지 않아."
에르도사인의 시선이 점점 더 날카롭고 차가워진다.그의 눈 위로 황금빛 햇살과 녹색 평원의 조각이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바람은 소녀의 목 주위로 따스한 검은 머리카락을 감싼다.레모는 미소 지으며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확실히…… 예쁘네, 루시아나."
그는 차분하게 소녀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다시 중얼거렸다.
"예쁘네……. 왜 결혼하지 않는 거야?"
갑작스러운 수치심이 루시아나에게 현실을 깨닫게 했다.그녀는 소파에서 뛰어올라 황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에르도사인은 다시 테이블 모서리에 기대어 그녀를 지켜보며 거의 비꼬는 듯이 되풀이했다.
"예쁘네. 결혼해야지……."
그러고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도냐 이그나시아가 들어와서 루시아나의 알몸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뛸 게 분명했다.그녀는 외치겠지. '너는 뻔뻔하게도, 순진한 아이가 남자 바지 지퍼에 손을 대고 있다고 분개하던 놈이 아니었느냐?''자기 방에 알몸의 여자들을 불러들이는 네가 말이야?''미사에 가서 악마에게 영혼을 맡기러 간 건 참 잘하는 짓이군.'
루시아나는 다급한 수치심에 옷을 입으며 에르도사인의 시선을 피했다.그녀의 입술이 분노로 떨렸다.에르도사인이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널 원하지 않아.너는 존경받는 남자와 결혼하는 게 좋을 거야."
잔혹함의 악마가 레모의 영혼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에르도사인은 소녀에게 "맞아……. 넌 플란넬 속옷을 입고, 감기를 예방하려고 자기 전에 코에 바세린을 바르는 그런 존경받는 남자와 결혼해야 해."라고 말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며 엄청난 의지력을 발휘해야 했다.하지만 그는 진지한 태도를 가장하며 스스로를 억제해 냈고, 그의 눈에는 아이러니한 조소가 즐거운 듯 비쳤다.
루시아나는 말없이 옷을 입는다.셔츠처럼 하얀 그녀의 얼굴 위로 눈이 번뜩인다.에르도사인은 그녀의 침묵 속에서 일어나는 폭풍을 이해하고, 마침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내면의 악마를 다스린다.그리고는 변명한다.
"사랑하는 루시아나, 미안하지만, 난 널 원하지 않아."
얼굴이 붉어진 소녀는 옷 입기를 마친다.나가기 전, 그녀는 에르도사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눈에서 빛이 터져 나올 듯 그를 쏘아본다……. 그러고는 치아 사이로 억누르는 흐느낌에 몸을 떨며 문을 열고 나간다.